아기 고양이 제리는 우리 집으로 입양되기 전 강원도에 있는 한 펫 샵에서 여러 동료 고양이들과 함께 거의 죽어가던 상태로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펫 샵을 운영하던 사장이 업체가 폐업 위기에 처하자 판매용으로 데리고 있던 어린 고양이들을 모두 버리고 줄행랑을 친 것이라고 한다.
발견되었을 당시 제리의 모습은 처참했다. 며칠을 먹지 못해 삐쩍 마른 것은 고사하고 작은 우리 안에 어린 아기 고양이 십여 마리가 엉겨 있었으니 배설물과 뒤섞여 눈 주위를 비롯 얼굴 전체가 피부병과 염증으로 짓물러 가고 있었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함께 구조된 고양이 중 몇 마리는 운명을 달리했고 살아남은 고양이 중 제리가 우연히 우리 집으로 입양된 것이다.
제리의 아기 시절 운명은 참으로 가엾기 그지없었다. 처음 구조된 후 어느 정도 치료를 받다가 대전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었으나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파양 되어 최초 구조자에게 다시 보내졌고 어찌어찌 인연이 닿아 결국 분당에 있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태어난 지 불과 수개월만에 강원도에서 대전으로, 다시 강원도에서 분당까지 참으로 파란만장한 고난을 겪었던 제리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4개월 고양이의 평균 몸무게에 훨씬 못 미치는 700g밖에 되지 않았다. 얼굴에도 짓물렀던 흉터가 아물지 않고 남아 있었으며 우리 집에 와서도 한 달가량은 계속 안약을 넣으며 치료를 받아야 했었다.
우리 집으로 입양된 이후의 제리의 삶은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듯 달라졌다. 퇴직 후 무기력증에 시달렸던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딸과 아들까지 온 가족이 제리를 사랑스러운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모두가 ‘제리 바라기’가 되었을 정도였으니까. 또한 채 아물지 않은 제리의 상처 치유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나는 마치 갓난아기가 새로 태어난 듯 삶에 활력을 되찾고 아기 고양이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하여 제리는 생후 4개월 만에 진정한 가족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평생 친구인 보리 와도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배필로 데려온 보리가 수컷으로 확인되어 2세를 포기한 것이 한없이 아쉽기는 하지만 두 녀석이 마치 브로맨스의 주인공들처럼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앞다리가 짧은 품종 (먼치킨)인 제리는 건강을 회복한 뒤 식욕을 주체 못 하고 나날이 살이 붙어서 지금은 오히려 배가 땅에 닿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만큼 푸짐한 몸매의 소유자가 되어 다이어트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 발견 당시와 어느 정도 치료받은 후의 모습, 왼쪽의 얼룩 고양이는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