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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미 Jan 19. 2022

진달래가 핀다

2021년 3월 16일

봄을 증거 하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 

이젠 봄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낮은 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팡팡팡 작은 분홍 알갱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진달래는 남쪽의 따스한 곳보다는 북서의 추운 곳을 더 좋아한다. 

비탈이 지고 마른나무들이 아슬하게 서있는 면에서 먼저 피기 시작했다. 

온통 회갈색인 산중에 찍힌 작은 분홍이 어찌나 가여운지 그래도 난 잊지 않고 사진을 찍어 반겨줄 친구들에게 보내줬다. 


 작고 작은 그 분홍이 어떻게 나왔나. 

잎도 없이 혼자서 말없이 나와 봄을 증거 하니 대견하기 짝이 없다. 

한편으론 외로웠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여름에는 이런저런 꽃들이 도란도란 함께 피어 흐드러진 잎사귀들과 함께 즐거워 보이는데 진달래는 옆에 나무는 있어도 같이 할 말이 있을까 싶다. 

크지도 않은 관목에 잎사귀도 작고 맘껏 자라 봐야 겨우 2미터나 자랄까. 

나무는 별 볼품도 없이 산 아무데서나 자라고 봄 요맘때가 아니면 누가 들여다나 볼 것인가. 


사실 진달래는 3월 요맘때가 지나면 잊히는 꽃이다. 

진달래가 가장 관심을 얻는 것은 이 회갈색의 산에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뿌린 이 분홍 때문이다. 

산의 가장 추운 면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고 토해내는 저 여린 분홍이야말로 진달래의 힘이다. 

지금은 간혹 눈을 씻고나 찾아지지만 곧 산의 입구에서부터 꼭대기까지 가득 피어 분홍 연막을 뿌린 듯 산을 가득 채울 때까지 진달래는 그 분홍을 피우고 또 피워낼 거다. 

어째서 그런 분홍을 피워낼까? 

어째서 잎보다도 먼저 피어 온산을 분홍으로 물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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