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봄에 잔디도 심고 화초랑 나무도 사다 심었는데 절반은 죽었다. 조경, 심는다고 자라는게 아니다.
단독주택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선택 사항이 따른다. 그중 삽질은 필수다. 삽질할 일이 계속 생긴다. 집 수리가 끝났을 때에는 한 겨울이었다. 그것도 겨울의 중심이었다. 땅은 굳어서 삽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우선 겨우내 집안에만 있던 화분들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화단에 수북이 쌓여 있는 흙을 마대에 담기 시작했다. 평탄을 맞추다 보니 무려 85포대나 나왔다.
단독주택을 갖는다는 건 귀찮은 일들이 따른다. 삽질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낙엽 쌓인 마당을 쓸어야 하고 눈이 내리면 눈을 쓸어야 한다. 화단이 있다면 여름엔 모기도 날파리도 생긴다. 이런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단독주택 산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산에서 캐온 담쟁이와 대나무를 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가 화분과 마당에 옮겨 심었다. 1년이 지났을 때 대나무는 겨우 한두 뿌리만이 남아 있고 담쟁이는 죽지는 않았지만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
둥굴레가 생명력이 좋다고 해서 그늘이 조금 있는 단풍나무 아래 심었다. 아직 둥굴레차는 끓여 마시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단풍나무 아래 잘 살고 있다.
마당에는 당연히 커다란 테이블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바람도 느끼고 눈도 맞고 그렇게 4계절을 느끼고 싶다. 4인용 나무 테이블은 파라솔 포함 21만 원이다.
마당 담벼락에는 조명도 달아 주었다. 조명은 어느 곳에서 어느 높이에서 어느 밝기인지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가 예쁜 곳을 자세히 보면 늘 적절한 곳에 조명이 있다.
꽃 시장에 가서 다양한 나무들을 사 왔다. 꽃집 사장님이 알려준 대로 잘 심었는데도 절반은 이미 죽었다. 그것이 풀 일지라도 살아 있는 것에는 정성이 필요하다.
겨울 동안 작은 화분에 갇혀있던 나무들도 분갈이를 해주었다. 가지가 무성한 것들은 포기를 나누어 심어줬다.
길에 있는 사철나무에서 가지를 몇 개 잘라와 삽목을 하였는데 사철나무는 의외로 잘 자라주고 있다.
그리고 화단의 빈 공간은 잔디로 채웠다. 번식력과 생명력이 좋은 잔디는 관리가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잔디도 관리가 필요했다. 잔디가 무성해지면 잘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성한 나머지 뿌리가 썩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생명력이 좋아도 잔디도 그늘에서는 죽는다. 마당에 15년 된 뽕나무가 있는데 뽕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서는 풀도 안 자라고 있다.
예쁜 정원을 갖고 계신 분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는데 예쁜 화단을 갖고 싶다면 15년 된 뽕나무를 없애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봄에는 뽕나무를 베고 화단을 새로 정리해야겠다. 예쁜 화단을 갖는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화단 정리를 끝내고 마당을 쓸고 물을 뿌렸다. 물 뿌리는 게 이렇게 상쾌한 줄 이전에는 몰랐었다. 마음속에 있는 불편한 감정들도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초록 화단을 갖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정성을 들였던 나무와 꽃들의 절반은 죽고 없다. 결코 예쁜 화단은 쉽게 가질 수 없나 보다.
다가오는 봄이 다시 기다려진다. 우선 15년이 넘은 뽕나무를 과감하게 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화단 경계로 사철나무를 심고 안쪽에는 잔디와 꽃을 심을 것이다. 그늘이 사라졌으니 올해는 초록 초록한 화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