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창업 방랑기 2편 콜롬비아에서 민박 차리기

슬럼가를 여행하는 베이스캠프 메데진 갱스터 민박

by 아시아의상인

여행하며 돈 버는 방법은 모든 여행자가 솔깃한 이야기다. 그 험난한 여행의 경험을 했던 여행자로서 그 광활한 이야기를 나눈다. 돈을 벌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약 3년 2개월 동안 84개국을 여행했다. 해외에서 돈을 벌며 여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재밌는 여행도 드물 것이다. 처절한 사투 콜롬비아 편!!

콜롬비아 메데진의 보테로 광장

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콜롬비아는 백색의 마약과 흑색의 커피로도 유명하다. 에콰도르에서 육로를 통해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이피알레스와 칼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메데진이었다. 메데진은 볼 건 없어도 여행자의 발을 묶는 곳이다. 낮에는 딱히 할 게 없어 쉬다가 밤에는 화려한 불빛이 일렁이는 엘 포블라도 제라스 공원으로 모인다. 엘 포블라도의 밤 문화는 정평이 나있어 북미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여행을 온다.

산토도밍고에서 내려다본 메데진의 야경

우연히 케이블카를 타고 산토도밍고라는 곳으로 올랐다. 그곳은 메데진의 슬럼가로 외부인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다. 위험하다고 알려진 그곳의 광장에서 도심의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쩌면 이곳에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 메데진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곳에 온 후로 메데진이 좋아졌다. 프라하의 까를교를 걷던 밤에도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감상하던 때에도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동이 내게 전해졌다.

슬럼가에서 내려 다 본 메데진

다른 도시를 거처 다시 메데진으로 왔다. 그리고 무작정 산토도밍고로 갔다. 낮에 본 메데진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보니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랑에 이유가 없듯 마음으로 끌리는 곳은 명확한 이유가 없다. 이유가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나는 그냥 이곳이 좋다.


옥상에서 내려 다 본 집 앞 풍경

스페인어는 1도 못 하지만, 집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구할 수도 있지만 산토도밍고에 올라온 집은 없었다. 직접 발품을 팔았다. 집 외부에 붙어 있는 “SE ARRIENDA(임대)"라는 현수막을 보고 현지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약속을 잡았다. 집주인과는 구글 번역기로 대화를 했다. 내게 있어 구글은 신 같은 존재다.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까지 구글에 의지하게 되었다.

계약한 빈집

그리하여 10만 원 초반 대 스튜디오를 구할 수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오르는 4층에 위치한 집이다. 베란다에서는 슬럼가의 번화가가 한눈에 보이고 옥상에 오르면 슬럼가 전경이 펼쳐진다. 위치는 좋았지만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이만 한 집은 없었고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옥상은 가장 큰 매력이었다.

중고 팔레트 사러

집주인 친척의 도움을 받아 중고 시장을 다니며 세간을 장만하러 다녔다. 그는 250CC 오토바이를 모는데 광포한 폭주족처럼 도로를 달린다. 마치 치타처럼 빠르고 민첩하게 중앙선을 따라 달려 나갔다. 그에게 브레이크는 없었다. 내게는 살 떨리는 경험이었지만 그는 항해를 하듯 바람을 즐겼다. 그래도 그가 아니었더라면 몇 날 며칠이 걸렸을 것이다.

소파 공장에서 가격 협상 중

다른 건 다 중고로 구입했지만 매트리스만큼은 새것으로 준비하고 싶었다. 혹시, 올지 모르는 민박집 손님을 위해 원단 도매시장에 가서 원단을 고르고 소파 공장으로 갔다. 충전재는 종류별로 가격이 달랐다. 그중 가장 유연한 충전재를 골라 내가 원하는 취향의 매트리스로 주문을 넣었다. 붉은 꽃이 인상적인 매트리스가 완성되었다.

메데진 갱스터 민박 내부 모습

과연 사람들이 이 곳까지 올까? 드디어, 슬럼가를 여행하는 베이스캠프라는 콘셉트로 “메데진 갱스터 민박”이 완성되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물고기 등을 달아서 분위기를 한껏 냈다. 손님들이 마실 콜롬비아 커피도 종류별로 준비해 놓았다. 이제 누군가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연말 파티를 즐기는 동네 주민

연말, 산토도밍고의 집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대신한다. 반짝이는 전구가 집에 걸려있다. 온 동네가 은하수처럼 보인다. 밤마을을 다닐 때면 은하수를 걷는 히치 하이커 같다. 그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보지 못 한 사람은 상상이 안 된다. 이웃 주민들은 내게 술을 권하기도 한다. 그들에겐 내가 꽤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아시아인이 산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행복한 민박집 사장

이런 위험한 곳에 손님이 온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손님을 기다렸다. “올까?”라는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오픈 1주가 넘어서부터 예상외로 문의가 빗발쳤고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그런데 아쉽게도 손님을 위한 자리는 딱 2 베드뿐이었다. 손님이 손님을 받아 주는 경우도 있었고 외국인 손님은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즐겨먹던 콜롬비아 음식

집 앞에는 단골 식당도 생겼다. 저녁으로 먹는 치킨&감자튀김은 1,500원, 수박 한 컵은 500원, 망고 한 컵도 500원이면 저녁이 해결되었다. 오는 손님들도 꽤나 좋아하던 식단이다. 반주로 800원짜리 클럽 콜롬비아 맥주를 곁들이면 기가 막힌다. 때로는 테킬라를 사다 마시며 밤새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럼가 투어를 하며

그 당시 슬럼가에서 민박을 하겠다는 나도 이상했지만 오는 손님들도 이상했다. 개성이 있거나 특별한 경험이 있는 손님들이 주로 민박집을 찾았다. 그들과의 시간은 늘 즐거웠다. “그때, 우리는 이상한 시기에 만났다” 꽐라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기도 춤을 배우러 가기도 슬럼가를 여행하기도 했다. 민박집을 찾은 손님들 모두는 내게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주었다.

맥주를 마시던 이웃집 친구

그리고 그때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건 현지인들의 친절이었다. 위험하다는 슬럼가에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들은 늘 내게 안부를 물어왔고 함께 골목을 여행하기도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춤을 추기도 했다. 3년 2개월이라는 세계 일주 중에, 아니!!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이 또 있을까 하는 곳이었다. 그곳을 떠날 때에는 그들에 대한 오해가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난 지금도 내 일부를 잃어버린 것처럼 그곳이 그립다.

메데진의 산토도밍고 광장

많은 여행자들은 해외에서 민박집을 해보는 상상을 한다. 하고 싶다면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해보면 그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도 없어 쉽게 에어비앤비도 할 수 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도 좋지만 한 달 민박은 어떨까?

엘 페뇰 바위산

만약, 다시 한번 콜롬비아의 메데진에서 민박을 한다면 엘포블라도 또는 LA 70(라우렐레스)에 에어비앤비를 겸한 민박을 운영할 것이다. 메데진으로 오는 모든 여행자는 엘 포블라도로 모이고 조용하고 안전하면서 밤 문화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는 라우렐레스로 가기 때문이다. 남미의 민박 비용은 10달러에서 25달러 선으로 책정되어 있고 조식 여부에 따라서도 비용이 다르다. 나의 경우 도미토리였고 조식을 포함하지 않았기에 8달러에서 9달러의 숙박요금을 받았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한 가지 의문이 있을 것이다? "왜? 슬럼가에서 민박을 하였는가?" 첫 번째 이유는 슬럼가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였다. 그냥, 그냥 살아보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엘 포블라도에서 민박을 한다는 것은 뻔한 상황이 전개될 것 같았다. 만약 1년 넘게 민박을 해야 한다면 엘 포블라도에서 했겠지만 단 4개월만 민박을 할 계획이었기에 좀 더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과연, 이곳으로도 사람들이 올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나의 3년 2개월 세계 일주에는 "창업 여행"이라는 부재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돈을 벌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과정을 즐겼고 모험적인 여행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정량적 측면에서 메데진 갱스터 민박은 겨우 버틴 상황이었지만 정성적 측면 그리고 긴 인생 그리고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 슬럼가에서의 민박집 운영은 인생에 다시없을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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