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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詩] 천지 쓸모없는 비

by 하나왕비님

시골의 가을비는 운치 있다.

풀내음과 흙냄새가 뒤섞인 특유의 향이

산속 나무 사이사이를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시공간을 초월한

아득한 옛날 그 어느 행복했던 그날로

우리를 옮겨놓는다.


하지만

현실의 가을비는

농부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는

황금빛 노란 들녘을

강한 힘으로 쓰러뜨려

농부의 마음에 절망을 안기고

손까지 수고롭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누군가에게는 천지 쓸모없는

가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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