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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Sep 07. 2024

未安

 청첩장을 받고서야 바람을 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 당신이 영화를 하느라 돌아다니는 모든 날에 외로워 울었다고 고백했다. 내가 바람을 펴도 당신이 나랑 결혼할 줄 알았어. 청첩장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렇게 말했다. 왜 결혼해? 나랑은 8년을 사귀고 헤어졌으면서 반년 사귄 여자랑 왜 결혼을 해? 나는 너무너무 이기적이어서 바람 핀 게 들켜서 헤어져놓고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죽을 것 같아서 결혼해, 라고 답했다. 나때문에 죽을 것 같으면서, 왜 그 여자랑 결혼해? 나는 역시 너무너무 이기적이어서 기어코 이렇게 물어 당신을 울렸다. 당신은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그래서 답을 못들었다. 당신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청첩장 속 신부 이름이 내 이름 같아 몇번이고 눈을 부벼야했다. 손등에 자꾸 눈물이 묻어나서 더 세게, 세게 부볐다. 나는 당신을 달래주지 못했고, 당신은 내 손을 잡아챌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이유로 눈을 붉혔다. 나는 또 너무너무 이기적이어서 왜 나를 외롭게 만들었냐고 묻고 싶었다. 그 말을 삼키느라 끅, 끅, 소리를 냈고,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 당신은 무슨 말을 삼키고 있길래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울었을까. 바닥에 떨어진 청첩장은 눈물에 젖어갔다. 나, 그걸 주우려 쪼그려 앉았다. 그러다 거기 적혀있는 당신 이름을 보고 일어나지 못한 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랑과 외로움과 후회가 뒤섞여 나를 엉망으로 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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