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왔어. 신주쿠는 여전히 복잡하고, 시끄러워. 카페에서 낮잠을 잤어. 일본인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자장가 같아서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했어.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에서 함께 내렸어.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거잖아. 4번 출구로 나왔어.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 무작정 걸었어.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바다는 안 보이더라. 오빠는 일본의 바다를 본 적이 있어? 오빠가 두 번 가봤다던 오사카에는 바다가 있나. 나는 아직도 일본 지도를 잘 못 봐.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우리 여행 왔을 땐 오빠가 다 해줬었는데... 난 그때에 머물러있나봐.
서울은 어때? 나는 서울에서 자꾸만 숨이 막혀서 가까운 나라로 도망왔어. 서울에선 길을 걷기만 해도 몸이 아팠어. 횡단보도의 빨간불은 너무 빛나는데, 고개를 숙이면 도로는 너무 검어서 숨이 막혔어. 하늘은 날 누르고 땅은 날 들어올려서 나는 압축기 사이에 낀 무엇 마냥 아무 소리도 내지 못 하고 찌그러져 버릴 것 같았어. 도망도 쉽진 않았지.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에 자꾸만 뒤를 돌게 됐어. 날 쫓아온 오빠가 뒤에서 내 손목을 낚아챌까 나 오른팔을 뒤로 빼며 걸었어. 왼팔만 다리에 맞춰 앞뒤로 흔들면서 꾸역꾸역 나아갔어. 그때 오빤 뭘 하고 있었어? 내 생각을 했어?
우리 같이 묵었던 호텔에서 잠을 잤어. 일어나 커튼을 여니 밤이더라. 지금 자고 있어? 멀리 도망칠 걸 그랬어. 그럼 내가 밤이어도 오빠가 낮일 수 있으니 연락 한 번 해볼텐데...
근데 오빠랑 가 본 해외가 일본밖에 없어서 선택지가 없었어. 그러니 연락은 못 하겠다. 미안. 핑계는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