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터리 Jul 24. 2020

책 만드는 편집자의 보통날

에디터 편집자 에디터리 - 편집자는 무슨 일 하세요 06


오전 10 출근(요즘 코로나 때문에 1시간 단축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일함부터 확인하며 업무를 시작한다. 받은편지함에 숫자가 높을수록 오전 업무 시간이 바빠진다. 작가님들이 새로 보내온 원고들을 확인한다(주말이 지나면  많이 오고 월말에 주로 마감이기에 마지막 주에  많이 온다).


일본 작가분과 한국 작가님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서신 교환 프로젝트가 있는데(자세히 자랑하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본격적으로 하겠다) 오늘은 한국 작가님이 두 통의 편지를 한 번에 보내주셨다(지금 흐르는  눈물이 아니야. 감동이야...). 원고를 주고 받는 속도가 더뎌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까지는 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 전에 연재 플랫폼을 서칭하고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 싶다( 초조한 마음..ㄷㄷ)


메일을 열고, 메일 내용을 읽고, 첨부파일을 다운받고 열어서 읽고.

읽고 난 뒤 오는 짜릿한 감상을 메일에 채우고 발송 버튼을 누르고.


다음 메일은 10월에 출간될 책 A의 그림 작가님이 책에 들어갈 작가의 캐릭터와 샘플 그림 원고를 보내주었다. 첨부파일을 다운받고 열리는 시간까지 두근두근.


매번 작업 결과물이 좋은 작가님이라 안 봐도 역시지만, 역시가 역시.

이야기 속 장면을 그대로 그리는 것은 독자의 상상을 방해할지도 모르니, 글 안의 작가의 마음과 기분을 그려보기로 했다는 작가님.


이 원고를 살려줄 그림임에 틀림이 없다. 마음속으로 만세를 세 번 외친다. 이대로 캐릭터를 픽스하기로 하고 앞으로의 일정과 2도 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 미팅 제안하는 메일을 발송한다.



오전 11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오신 본부장님께 짧게 저자 관련 사항 보고. 회사와 저자 사이에서 담당 편집자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균형을 잘 잡는 일이 필요하다. 건의할 내용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회사의 입장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각 입장에 공감을 하고 일단은 저자의 판단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점심시간


파티션 너머의 동료들과 유일하게 얼굴을 맞대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 주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고 그 외에 공통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이슈에 대해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취향과 결이 맞는 사람들과의 수다는 언제나 즐겁다.

    


오후 2


10월 출간 예정인 책 A의 PC교(요즘은 초교-원고를 처음 교정교열 보는 과정. 보통 초교, 재교, 삼교라고 하며 최소 3번의 교정교열 과정을 거친다-를 파일 상에 표시해 저자에게 pdf(혹은 hwp 파일)로 전달하기도 한다. 종이로 뽑지 않는다고 해서 PC교라고 하는 듯) 파일을 작가님에게 보내며 이메일을 작성한다. 질문이 많다면 별도의 파일로 정리해서 첨부하지만, 간단한 답신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질문사항이어서 메일 내용 안에서 정리해 보냈다.     



오후 3


지난주 기획회의 시간에 팀과 공유한 기획안을 다시 다듬고 작가님께 기획 제안 메일을 발송했다. 어쩌면 세상에 없던 책의 첫 삽을 뜨는 순간. 제안서를 써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와 작가님의 인연이 책으로 엮이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선다.


이번 기획안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작가님이 쓰실 수 있다고 생각한 가목차의 내용 부분이다. 그간 기고했던 글들을 꼼꼼히 읽고, sns에 남긴 기록을 더듬어 원고의 컨셉에 맞게 이런 이야기를 작가님은 이미 다 쓴 거나 다름없어요, 라고 설득하고자 했다. 다만 타 출판사와 계약되어 있는 컨셉과 겹치지 않는지가 변수가 될 것 같다.


오늘 하루 업무 중 긴장과 부담을 오가는 일이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 작가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 기획서는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더 망설이다 라켓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타임아웃 될 수 있으니 오늘은 서브를 넣는다.

이제 공은 작가님에게로 넘어갔다.     


파워 서브를 받아주세요~~~ 작가님!


오후 3 30


10월에 출간될 소설 B의 작가님도 그림 삽화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일러스트 작가님이 워낙 찰떡으로 그려주신 스케치 작업이었어서 대부분 편집자인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공감해주심. 일부 수정 의견은 일러스트 작가님께 그대로 토스.


다른 어떤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한 번에 완벽한 스케치를 주는 작가님은 정말이지 프로(전에 일정 때문에 섭외에 실패했다가 이번 기회에 타이밍이 맞아 함께하게 되었다. 평소 눈여겨보던 일러스트 작가님에게 협업 제안을   있는 것도 설레는   하나). 프로 중의 프로(마음의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소설가님께도 의견 잘 받았다고, 전달했다고 보고 메일 발송.

 


오후 4


마케팅팀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이제 9월에 출간될 책 C의 마케팅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작성을 요청해온 것. 내일 휴가라서 수요일까지 작성을 마쳐도 되는지 마감을 확인하고, BEP 자료를 제작부에 요청해야 하는데 그 내용 관련한 세부 사항(초판 부수, 기준 정가 관련)을 확인한다.     



오후 4 


드디어 9월 출간될 책 C의 교정지를 펼쳐본다. 시급하고 중요한 업무인데 가장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라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이 시간이다. 업무모드가 변환되기까지 좀 걸린다. 그간 내가 본 교정이지만 다시 한 번 수정 내용을 확인하며 훑어보고 감을 잡아본다.


오늘의 작업 페이지를 펼친다. 교정 단계이지만 원고 추가도 상당하여 디자이너 분의 수정이 용이하도록, 작업이 더 빠르게 되도록 교정지에 표시하지 않고 파일로 정리한다(그럼 추후 디자이너는 텍스트를 복사, 붙여넣기   디자인 스타일만 잡으면 된다). 맨 뒷면에는 독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색인도 넣기로 한다. 참고 도서들의 색인 스타일을 살피고 사진도 같이 넣는 게 좋을지 디자이너와 의논해야겠다고 메모한다.


원고를 보면서 카피로 쓸 수 있는 내용은 따로 빼두고 부제를 고민하면서 교정 작업을 진행한다. 익숙지 않은 요리 실용서라지만 한 페이지 보는 데 시간이 꽤 상당하다. 그래도 집중해서 보자면 점점 빨라지겠지…… 했는데, 어라 벌써 6시다.


……밖에 비가 많이 오네.


……일단 오늘은 철수.


내일 아침에 일찍 출근해보자.

내일은 진짜 원고 봐야 한다.

다른 것보다 먼저 이 작업을 우선으로 하자.


 컴퓨터를 끄고 퇴근!

작가의 이전글 매일 잘할 수 없는 게 일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