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 없어” — 임종 앞에서 들은 단 한마디

by 별빛간호사

가까이 지냈던 환자가 최근 들어 컨디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수면 시간이 길어졌고, 깨어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날, 조용히 주사를 연결하던 중
기척에 그분이 슬그머니 눈을 뜨셨다.
나는 말을 걸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오늘은… 좀 몸이 다르네.”
갈라진 목소리, 쉰 기침.
그녀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바싹 마른 입술을 몇 번이고 적시며,
마치 꼭 전해야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앙상한 손이 천천히 내 쪽으로 올라왔다.

나는 고개를 숙여 귀를 가까이 했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그거 하나야.”
“뭐예요?”
“…다 필요 없어.”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분은 허공을 바라보다가 다시 내 눈을 마주쳤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야.”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삶의 본질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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