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별빛 간호사다.
어느 날, 한 환자분의 창가에 고구마가 무럭무럭 자라 있었다.
프로그램 시간에 만든 ‘고구마 키우기 놀이’의 결과물이었다.
“고구마가 실하게 잘 자랐네요.”
“응, 이번엔 농사가 잘됐어.”
역시, 쿵하면 짝이다.
“저희 집도 아버지가 고구마를 키우세요. 이번엔 꿀고구마래요.”
“그래? 맛있겠네. 난 고구마도 좋지만 밤을 더 좋아해.”
책상 위엔 육포, 과일… 씹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물었다.
“씹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응. 밤이 먹고 싶어.” 라고 말하는 표정에는 아쉬움이 보였다.
“제가 구해드릴까요?”
“진짜? 어디서 구해?”
“믿고 맡겨주세요.”
그날 이후 나는 밤 구하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마트에 가서 사 드려도 됐지만, 왠지 ‘진짜 제철 밤’을 드리고 싶었다.
"시간은 흐르고, 밤을 어디서 구한담..."
며칠 뒤, 친구의 부름에 자주가는 술집에 들렀다.
그런데 술집 사장님께서 밤을 까고 계셨다!
“사장님, 그거 밤이에요?!”
“응, 내가 직접 뒷산에서 주운 거여. 하나 잡숴봐.”
“와, 맛있어요!”
“그럼. 누가 주운 밤인데~ 지금 나온 게 밤이 제철밤이여~!.”
사장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하셨다.
“사장님, 저 밤 몇 개만 주시면 안 돼요?”
“응, 가져가~ 근데 뭐에 쓰려고?”
"아, 좀 그럴 곳이 있어요 ㅎㅎ"
나는 속으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걸 느끼며, 잽싸게 가방으로 밤을 3알 챙겼다.
다음날,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했지만 전날 챙긴 밤이 떠올라 얼른 출근 가방에 넣었다.
“간병사님, 밤 좀 까주세요.”
“아이고, 꼴이 왜 그래. ? 밤 줍다 온거야?”
내 몰골을 보고는 간병사님이 말하였다.
“아뇨, 자다 깨자마자 왔어요.”
"아가씨가 왜그래. 이쁘게 하고 다녀~ 술 냄새 나고 그럼, 안디야~"
"저 술 원래 안먹는데, 어제는 좋은 일(밤을 득템)이 있어서요.ㅎㅎ"
"애인생겼어?"
"개코도 없어요.ㅋㅋ"
난 환자분께 밤 세 알을 건넸다.
“아이고, 밤이네.”
그 순간, 환자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 가을에 밤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고마워요 간호사님.”
가슴이 찡했다.
환자분은 가을까지 넘기며 살고 싶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되었다.
“겨울엔 찐빵이랑 붕어빵 먹어요.”
“좋아요. 약속이에요.”
우린 서로를 향해 약속 도장을 꾹 찍었다.
...
그리고 술집에서 제철 밤을 구해온건 영원히 비밀로 하기로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