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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에서 듣는 마지막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호스피스 간호사

by 별빛간호사

그저, 사랑

우리는 죽기 전에 무엇을 후회할까.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들의 마지막 말을 듣는다.

환자분들은 나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간호사야."
"선생님."
"막내쌤."
때로는 "이쁜아" 혹은 "아가"라고도 부른다.
나는 비교적 어려 보이는 얼굴 덕분인지, 그들이 쉽게 속마음을 내보인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내 손을 가만히 바라보셨다.
“아이고, 곱다… 손이 완전 애기네.”
그러면서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젊은 시절 농사일로 굳은살이 박이고, 관절이 뭉툭해진 손.
그 손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쉬는 날은 신나게 놀아. 그게 남아."

나는 환자분의 손을 바라보다가, 괜히 불편해하실까 싶어 딴소리를 했다.
"저도 노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 3교대 하다 보면 집에 가서 자기 바빠요."

할머니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이고, 우짤꼬… 많이 힘들제.”
그 손길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나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환자분이 이렇게 힘 주시니까, 저도 힘내서 일하고 또 놀아야죠."
"그렇지. 맞다. 그렇게 씩씩하게 살면 된다."

씩씩하게 살면 된다.

그 말이 마음 깊숙이 와닿았다.

나는 병원에서, 수많은 마지막을 지켜봤다.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더 열심히 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을 더 주지 못한 것, 그리고 사랑을 더 받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바빠서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못 한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을 아꼈던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하지 못한 것.

너무 오래 주저하다가, 하고 싶던 일을 끝내 하지 못한 것.

나는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말을 잊지 않는다.

“힘들면 쉬었다 가거라.”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야.”
“너무 미루지 마라, 인생은 생각보다 짧아.”
“사랑한다고 더 많이 표현해라.”

삶은 그렇게 길지 않다.
아무리 길어도, 결국 끝이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며 살아가자.
넘어지면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면 된다.
지금 당신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하루다.

그러니, 오늘 당신은 사랑을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받아보기를.

그게 결국, 우리에게 남는 전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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