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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앞에서 환자의 말,
"나도 사랑받고 싶어요"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의 일기장

by 별빛간호사

환자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나도 사랑받고 싶어요"

얼마 전, 아침에 병동을 돌며 환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중 한 분의 표정이 눈에 밟혔다.
무언가 마음이 불편해 보이셨다.

"어디 불편하신 데 있으세요?"
"괜찮아요."
고개를 천천히 저으셨지만, 시선은 자꾸 옆 침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또 다른 환자와 그의 딸이 있었다.
나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라운딩을 마무리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잠시 후,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 선생님이 내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OOO님이… 질투하시는 것 같아요.”
“네?”
“옆 환자분한테 따님이 오니까… 조금 서운하신 것 같아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틈이 나서 그 환자분 곁으로 다시 갔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귀에 이어폰이 반쯤 걸쳐져 있었고,

이불은 발치 근처에 아무렇게나 흘러내려 있었다.


그 분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조심스레 넘겨드렸다.
“머리가 많이 엉망이죠?”
“괜찮아요… 손 안 대셔도 돼요.”
쑥스러워하셨지만 손길을 거부하진 않으셨다.

침대에 오래 누워 있어 푹 꺼진 등을 내 두 손으로 동그랗게 감싸, 살살 두드려드렸다.
“아… 시원하네…”
팔과 다리의 옷자락도 가지런히 정리해 드리자, 조용히 말씀하셨다.

“선생님 손길이 참 따뜻해요.”

그 순간, 나는 그 말이
"난 사랑이 필요해요."라는 말로 들렸다.

질투라는 감정 안에는 부끄러움과 그리움, 외로움과 소망이 함께 들어 있다.
우리는 종종 말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감정을 전하곤 한다.
사랑받고 싶다는 말도, 꼭 입 밖으로 꺼내야만 전달되는 건 아니다.

나는 간호사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음을 만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분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담긴 사인을 놓치지 않도록 더 천천히, 더 조심스레 다가가고 싶었다.

‘사랑이 필요해요.’
이 말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솔직하게 말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말해도 괜찮다. 표현해도 괜찮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나는 오늘도 병원에서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이렇게 블로그에 마음을 꺼내 쓰는 것도
어쩌면,
나도 사랑을 건네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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