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돌보는 간호사 입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왜 이렇게 끝이 없는지,
하나를 마치면 또 하나, 또 하나가 생겨났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환자들의 요청은 점점 버겁게 느껴졌다.
이곳은 호스피스 병동.
말기 암 환자들이 머무는 곳.
웃음소리를 듣기 힘든 병실, 무거운 공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병실 한쪽에서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언니 너무 웃기다~”
“삐뚤해도 우리 눈에는 이쁘다니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가 그렇게 좋다고 저렇게 웃는 거지… 제발 너무 소란스럽지만 않기를.’
그 병실이 시끄러워지면 또 통제해야 하니까, 일 하나가 더 늘어날 생각에 귀찮게 느껴졌다.
잠시 후, 한 보호자분이 간호사실에 들어왔다.
“가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뭐 하시게요?”
“가내수공업이요. 하하.”
가위를 받아 든 보호자분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늘 굳어 있던 얼굴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환해 보였다.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다른 병실 환자들도 그 병실 앞을 기웃거렸다.
궁금했다.
일을 마치고 병실로 가보니, 그 안엔 환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종이꽃.
색색의 종이로 꽃을 접고 있는 보호자들과 환자.
모두 웃고 있었다.
“이게 뭐예요?”
“우리 엄마 선물하려고요.
같은 병실 보호자분들이랑 같이 만들고 있어요.”
그 순간, 누군가 말했다.
“이렇게 조용하고 적막한 병원에 웃음소리가 들리니,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사람 냄새 나고 좋다.”
사람 냄새.
그 말이 귓가에 깊이 박혔다.
그래,
이게 바로 사는 거구나.
죽음을 기다리는 병실에서도 누군가는 꽃을 만들고,
누군가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람 냄새’ 나는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해야 할 일’에만 갇혀 있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살아 있는 지금을 놓치고 있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사람 냄새 풍기며, 웃으며 해보면 어떨까?
그럼 이 고통의 시간도, 이 무거운 하루도
조금은 더 가볍게 지나가지 않을까.
우리는 어쩌면,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서 더 진짜 같은 삶을 배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야, 웃어서 행복한 거지.”
— 곰돌이 푸
병실 한켠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종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