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환자에게 배운
외로움을 견디는 법

"고요해지는 중입니다."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호스피스 간호사다.
오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뜨겁던 해가 지고 선선한 바람이 병실 창문을 스치기 시작하면
하나 둘, 환자들을 찾아왔던 가족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숨소리, 체온과 냄새로 가득했던 병실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남은 건
알코올 소독제의 냄새
신체를 대신하는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
그리고 인간 존재가 흘려내는 고독의 내음

“똑똑.”
“네.”
“저예요. 별빛 간호사.”
“어서 와요.”
“뭐하고 계세요?”
“그냥… 창밖 구경 중이에요.”

나도 환자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이 병실 창을 물들였고 어스름한 빛 사이로 풀잎 몇 개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은 창을 타고 넘어와 환자 그녀 머리칼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머뭇거리다 말을 걸었다.

“가족들 가고 나면… 허전하지 않으세요?”
“음… 그렇죠. 아무래도 허전하죠.”
“그렇죠…”
“괜찮아요. 고요해지는 중이에요.”
“…네?”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그 시간 속에서 더 '나'다워질 수 있잖아요.
저는 지금 고요해지는 중이에요.”


환자 그녀의 말이 계속 머릿속 을 멤 돌았다.


외로움을 덮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또 그들과 헤어진 뒤에야 느끼는 쓸쓸함,
혹시 내가 쉽게 뱉은 말과 행동에 상처 주진 않았을까 하는 후회,
말의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가슴 속을 오래도록 헤맸던 나나들
사랑도, 존재도, 관계도
마치 내 손으로 다 쥘 수 있을 것 같았던 오만과 자만.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마음은 고요 속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마주하게 했다.

이제는 누구를 기다림 보다 그저 제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고요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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