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
엄마가 남긴 마지막 말

호스피스 간호사가 남기는 삶의 기록.

by 별빛간호사

한 환자분이 계셨다.
나이가 지긋하고, 눈가엔 세월이 깊게 내려앉은 분이었다.

암이라는 병이 찾아온 건 오래 전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셨다.

우리는 가족분들에게 환자분의 상태를 설명드리고 가능한 한 병문안을 권유드렸다.

전화번호부를 넘기다, '아들'의 이름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환자분은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 아들과는 오래 전, 어떤 이유로 의절하셨다고 했다.
병원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사람.

나는 마음을 조여가며,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째 울림에, 신호가 멈췄다.

“여보세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님 아드님 되시죠?
여기는 ○○○ 호스피스 병원입니다. 최근 어머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연락드렸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한동안 침묵에 잠겼고,
이윽고 아주 작게 되물었다.

“…어머니가요?”

“네. 지금이라도 한 번 찾아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기력이 완전히 떨어지기 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다음날, 그는 왔다.
한참 동안 병실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 문을 아주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그 순간, 환자분은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남은 힘을 다해 손을 들어 아들을 불렀다.

아들은 조용히 걸어가,

어머니 곁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고마웠어. 너 낳고 키운 거, 후회 안 해.”

그 말은 병실 전체를 울렸다.
그날, 그 아들은 어린 아이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순간 나는 그 장면이 아들의 어릴적 소년인 모습과 어머니의 젊은 날 처럼 보였다.)

그 모습은 내 마음 깊은 곳에도 무언가를 남겼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마웠다.
그 말들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어쩌면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그 사람에게 전화하세요.
문자 한 줄을 보내도 좋습니다.

사랑을 전하기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떠나가는 이와 보내는 이의 마음이 서로 닿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따뜻할 수 있도록 말해주세요.

기억에 남는 침묵보다 남겨지는 말이 사랑하는 이에게 큰 힘이 될테니까요.


당신이 가장 마지막으로 들었던, 혹은 하지 못한 말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우리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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