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간호사의 삶의기록장.
한 할아버지 환자분이 계셨다.
평생 농사짓고 자식 키우느라 바빠
아내에게 따뜻한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어느 날, 보호자인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할머니, 사랑하세요?”
“할멈? …사랑하지.”
“그럼 왜 말 안 해주셨어요?”
“나는… 옛날 사람이라…”
말끝을 흐리며 창밖을 바라보셨다.
나는 살짝 투정 섞인 어조로 말했다.
“할머니도 여자예요.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해주고 가세요.
기다리신 거예요, 아마도.”
그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내 마음속에는 불안한 예감이 밀려들었다.
며칠 뒤,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분은 평생 9남매를 키우며 궂은일 마다않고 살아오셨다.
묵묵히, 꾹꾹 참으며.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함께 웃고 울어준 부인이 있었다.
무뚝뚝함이 사랑인 줄 알았고,
침묵이 책임이라 믿었던 세월.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은 손등에 남은 미지근한 햇살의 온기처럼 따스했다.
“당신한테… 너무 미안했어. 그리고… 사랑해.”
할머니는 그의 손을 꼭 감싸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듣고 싶었어.”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생택쥐페리,어린왕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