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미혼 여성, 서둘러 결혼을 해야 하는가?
아빠의 절친한 선배가 돌아가셨다.
말이 선배지 호형호제하며 지내온 세월이 30여 년 이상...
가족과도 다름없는 아저씨였다.
다른 지역에 사는 큰아빠들보다 훨씬 더 자주 뵙는 분,
어쩌면 가족보다도 우리 가족을 더 잘 아는 분이셨다
지난달에도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시던 모습이 생생한데
지난달부터 감기 몸살로 몸이 아프시더니
폐렴증상으로 지역에 큰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폐렴은 다 나으셨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소통도 되지 않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기셨다고 했다.
딸이 서울대병원 간호사니 더 신경을 써주겠지.
금방 나으실 거야. 이렇게 아빠를 위로했건만...
건강이 더 악화가 되시더니 갑자기 비보를 듣게 되었다.
장례식장이 마련되고 얼마 안 있어 부모님은 장례식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셨다.
눈물을 잘 참고 있던 아저씨의 자녀들은 아빠를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했다.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견고하게 쌓였던 우정을 자녀들도 알았으니
우리 아빠를 보자마자 돌아가신 아저씨가 투영된 게 아니었을까?
나 또한 며칠 내내 그 집 자녀들에게 내가 투영되어 보였다.
만약에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으면?...
그 집은 딸 셋...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특히 첫째, 둘째 언니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남편들도 남들이 선망하는 그런 회사에 다녔다.
언니들의 아이들은 꽤 장성할 때까지 할아버지(돌아가신 아저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막내딸은 몇 해 전 의사와 결혼해 아저씨의 어깨를 하늘 끝까지 올려주었다.
딸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결혼시켜 올망졸망 손주들이 대학생까지 커가는 것도 보았으니
인생에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신 게 아니었을까?
아저씨가 백세 시대에 평균수명보다는 일찍 가셨지만 그래도 편안히 눈을 감지 않으셨을까?
그럼.
나는 과연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을까?
그냥 그런 직장에,
남들이 잘 모르는 직업을 가지고,
소소하게 내 밥벌이만 하는 그런 사람.
심지어 삼십 대 후반까지 결혼은커녕 연애도 안 하고 있는 그런 딸.
손주를 안겨드리기는커녕 결혼할 남자도 없다.(아빠 미안해...)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하리라 생각을 하며
떠밀려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세상엔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게 많은지...
여태 결혼에 대해 1도 관심 없이 살았다.
우리 아빠 장례식장엔 남편도 없이 딸이 혼자 상주로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괜히 혼자 쓸쓸했다.
옆에서 위로해 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 슬픔을 누르고 아버지 장례를 완벽히 치르고, 장지까지 모실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 관을 들어줄 사람은 있을까?...
그런 걸 생각하니 나 자신이 처량하기도 했다.
아저씨의 장례가 슬펐지만 한편으론 내 결혼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결혼은 나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라, 가족들 행복의 일부일 거라 생각하니
30대 후반까지 연애도 안 하고 나이를 먹고 있는 내가
부모님의 행복을 앗아간 건 아닐까
가족들에게 괜히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장례식 2일째...
아빠는 또 지인들을 데리고 장례식을 다녀왔고
집에 돌아온 아빠는 거친 옷소매로 눈물을 얼마나 닦았는지
눈 주변이 빨갛게 헐어 판다처럼 돼서 돌아왔다.
아빠... 해줄 건 없고 피부관리용 팩이나 해줄게♥️
내가 하려던 비싼 팩을 냉장고에서 꺼내 아빠 얼굴에 퍽 붙여주었다
미안해. 아빠. 그냥 내가 더 잘할게.
나는 내 행복을 위해 결혼은 아직 보류야!
아직 장례를 치르기엔 내가 준비가 안됐으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