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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상념 따위는 쌍봉 안에 넣어둔다

- 쌍봉낙타

by 시시한 삿갓


굵어진 지평선이 자벌레처럼 길을 간다

태양의 낡은 채찍이

온몸을 휘감지만

일정한 쌍봉의 간격은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 한 번 몰아치면 시시로 지워지는 길

나고 자란 땅이건만

砂原(사원)은 늘 낯설어서

설익은 상념 따위는

쌍봉 안에 넣어둔다.

굽은 제 등을 걷는

능선 위의 낙타행렬

잣눈 달린 보폭은

자신을 재단하는 것,

밤마다 푸른 찬사가 별똥별로 쏟아진다.



- 김진길의 정형시 '쌍봉낙타' 전문[나래시조 2023 봄호]




광야인가. 낙타처럼 길을 간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사원을 거닐며

생각을 비우고 또 비우길 반복한다.


제 등을 닮은 모래 능선 위의 낙타 행렬과의 조우!

일정한 보폭에 잣눈이 달린 듯하지만

함부로 바깥쪽을 재단하지 않는다.


그런 낙타를 떠올리며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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