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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길 May 31. 2023

설익은 상념 따위는 쌍봉 안에 넣어둔다

- 쌍봉낙타

                                           

굵어진 지평선이 자벌레처럼 길을 간다

태양의 낡은 채찍이 

온몸을 휘감지만

일정한 쌍봉의 간격은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 한 번 몰아치면 시시로 지워지는 길

나고 자란 땅이건만 

砂原(사원)은 늘 낯설어서

설익은 상념 따위는 

쌍봉 안에 넣어둔다.   

  

굽은 제 등을 걷는 

능선 위의 낙타행렬

잣눈 달린 보폭은 

자신을 재단하는 것,

밤마다 푸른 찬사가 별똥별로 쏟아진다.     



- 김진길의 정형시 '쌍봉낙타' 전문[나래시조 2023 봄호]




  광야인가. 낙타처럼 길을 간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사원을 거닐며 

  생각을 비우고 또 비우길 반복한다.


  제 등을 닮은 모래 능선 위의 낙타 행렬과의 조우!

  일정한 보폭에 잣눈이 달린 듯하지만

  함부로 바깥쪽을 재단하지 않는다.


  그런 낙타를 떠올리며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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