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봉낙타
굵어진 지평선이 자벌레처럼 길을 간다
태양의 낡은 채찍이
온몸을 휘감지만
일정한 쌍봉의 간격은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 한 번 몰아치면 시시로 지워지는 길
나고 자란 땅이건만
砂原(사원)은 늘 낯설어서
설익은 상념 따위는
쌍봉 안에 넣어둔다.
굽은 제 등을 걷는
능선 위의 낙타행렬
잣눈 달린 보폭은
자신을 재단하는 것,
밤마다 푸른 찬사가 별똥별로 쏟아진다.
광야인가. 낙타처럼 길을 간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사원을 거닐며
생각을 비우고 또 비우길 반복한다.
제 등을 닮은 모래 능선 위의 낙타 행렬과의 조우!
일정한 보폭에 잣눈이 달린 듯하지만
함부로 바깥쪽을 재단하지 않는다.
그런 낙타를 떠올리며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