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림마을
아흔 줄 할매 할배 공공근로 나오셨네
굽은 등 잠시 펴는 간이 정류장 뒤편에서
갑자기 할매 한 분이 엉덩이를 훅 까시네.
요실금 급보 앞에 체면쯤은 일반 우편
때마침 맞은편에서 돌풍이 몰아치더니
지나던 젊은 우체부 등 돌린 채 길을 가네.
너도나도 똑똑하고 잘난 세상이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다투는 장면이 간혹 눈에 띈다.
얼핏 들여다보면 내 것이냐, 내편이냐 혹은 네 것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기준과, 주장과, 논리가 흐르는 경우가 꽤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진영에 따라 받아들이는 자세와 태도가 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가치 혼돈의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사소한 것도 눈엣가시다. 눈 감고 넘어갈 줄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요실금으로 체면이고 뭐고 다급한 어르신의 일이다.
따지거나 신고하지 않고
못 본 체 지나치는 젊은 집배원의 모습이
마치 정 깊은 아날로그식 엽서 한 장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