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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길 Jan 18. 2023

반칙의 시대, 그 전망대에서

- 담쟁이덩굴

길이 막혔다고 불평하지 말라

여기 고독의 벽 아니면 나서지 않는

유별난 생애 앞에서는 그 조차도 사치다.

 

기침소리 한 방에 무너져 내릴 듯한

돌담 위 켜켜이 쌓인 침묵의 계단을

담쟁이, 자일도 없이 맨손으로 오른다.

 

낙상의 순간들을 안으로 도닥이며

점자 벽을 읽어가는 부르튼 손바닥,

때로는 이슬 한 방울도 감당 못 할 무게다.

 

등에 진 세상 하나 발그레 타올라도

벽이 높아지면 그만큼만 더 오를 뿐

준법의 경계를 딛고 월담하지 않는다.


- 김진길의 정형시 '담쟁이덩굴' 전문[집시, 은하를 걷다](모아드림, 2009)




반칙이 난무한 세상이다. 

순진무구하고 바르게,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벽에서 퉁겨져 나온다.

공정, 투명, 정의, 양심... 온갖 개들이 짖어대지만 배설물만 가득하다.

법과 규범 등 원칙과 가치가 무너지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똥물을 뒤집어쓴 채 서로 악취의 근원을 핥아주는 의리와 센스!

그래도 월담하지 말자. 이 계절에 불러보는 마지막 희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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