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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길 Oct 31. 2022

아직도 먹고 튀십니까?

- 먹튀

내 옹알이, 내 사탕발림에

묶였던 날들 펼쳐놓고

엄마는 배신당했다

아내는 속았다 한다

받는 데 길이 든 사랑은

늘 그렇게

먹고 튀지.


- 김진길 시 '먹튀' 전문 [밤톨줍기](지혜, 2011)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내리사랑에 반해 부모를 향한 자식의 치사랑은 없다고 한다.

아니 있다고 해도 어찌 부모의 그것에 비할 수 있겠는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의 1할만 되갚아도 효자 중의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을 텐데...


 더욱이 요즘은 자녀를 1-2명씩만 두다 보니 부모들은 애지중지의 단계를 넘어 혹여나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안절부절이다. 앞선 세대들처럼 부모라는 위력을 앞세워 종아리를 후려치거나 눈물 찔끔 나도록 훈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잘하든 못하든 부모는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에, 자녀들은 받는 사랑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받는 사랑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고,  감사한 마음을 잊거나 그에 대해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할 수도, 배려 또한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생의 나이테가 붙으면 서서히 깨닫게 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그 문제가 한 방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오십이 넘었다. 여태 그랬는 것 같다. 이제 그만 멈추고 돌아보련다. 

 연로하신 어머니께 죄송하고, 아이들의 엄마인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아내는 어머니의 사랑까지 품어서 내게 주었는데 그저 넙죽 받아만 먹었으니...  먹고 튄 것이나 다름없다.

 먹고 튀는 일. 이제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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