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문학 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1]
김진길
나는 돌장이다,
하여 돌을 쫀다
정 끝에서 내는 길은 극통의 꽃이려니
짓찧어 생살 떼어 낸 돌 화판에 피가 돈다.
돌망치 해진 손을 숙명으로 받아 들면
정 끝에서 나는 길은 기백 년쯤 예사려니
한 땀씩 선사(先史)의 날을
사관인 듯 쪼아 문다.
사슴의 뼈를 갈아 야생을 꿰어 오고
키 작은 고깃배로 고래를 끄는 오늘
천상에 제를 올리는
그 풍광도 새겨 둔다.
문자보다 더 선명한 돌 화판의 그림 한 폭,
행여 세월 타면
여백의 편이려니
파고여, 보일 듯 말 듯 애탈 만큼만 일어라.
그림출처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나무위키 (nam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