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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길 Oct 03. 2024

반구대암각화

[2024 아르코 문학 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1]

  반구대암각화


                                                             김진길


   나는 돌장이다, 

   하여 돌을 쫀다

   정 끝에서 내는 길은 극통의 꽃이려니

   짓찧어 생살 떼어 낸 돌 화판에 피가 돈다.


   돌망치 해진 손을 숙명으로 받아 들면

   정 끝에서 나는 길은 기백 년쯤 예사려니

   한 땀씩 선사(先史)의 날을 

   사관인 듯 쪼아 문다.


   사슴의 뼈를 갈아 야생을 꿰어 오고

   키 작은 고깃배로 고래를 끄는 오늘

   천상에 제를 올리는 

   그 풍광도 새겨 둔다. 


   문자보다 더 선명한 돌 화판의 그림 한 폭,

   행여 세월 타면 

   여백의 편이려니

   파고여, 보일 듯 말 듯 애탈 만큼만 일어라.


    그림출처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나무위키 (namu.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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