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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Nov 01. 2022

의성 대곡사 청석탑(靑石塔)

문화유산 지질학

석탑은 여러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형태가 전형적인지 거기에서 벗어나는지에 따라 크게 정형석탑과 이형석탑으로 나눈다. 정형석탑의 대표는 석가탑이고 이형석탑의 대표는 다보탑이다.
정형석탑은 사각 삼층석탑을 기본으로 약간의 변주를 한 형태를 포함한다. 구례 화엄사 4사자 3층석탑, 5층으로는 경주 나원리 5층석탑, 경주 장항리사지 5층석탑, 7층으로는 충주 탑평리 7층석탑을 들 수 있다. 그밖에 북방계열 8각 다층탑류, 백제탑 계열, 모전탑 계열 및 전탑 계열도 정형석탑의 변주라고 본다.

이형석탑은 정형석탑 외에 비정형적인 특수한 탑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계통성을 말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로서는 경주 정혜사지 13층석탑, 개성 경천사지 10충석탑, 김제 금산사 육각다층 청석탑, 그리고 화순 운주사 원형다층석탑이 있다.

이형석탑 중에서 재질이 독특한 석탑으로는 청석탑을 들 수 있다. 청석탑은 검푸른 빛을 띠는 청석(점판암, 층석을 잘못 발음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음)으로 조성한 고려시대 석탑을 말한다. 점판암(slate)은 점토나 실트로 구성된 세립질 퇴적암이 낮은 온도와 강한 압력 하에서 변성된 암석이다. 낮은 온도에서 변성되었기 때문에 입자의 재결정은 일어나지 않고 압력을 받는 방향의 수직방향으로 엽리(벽개)가 발달한다. 판상으로 떨어지는 성질 때문에 예전에는 구들장이나 지붕돌로 사용되었다. 또 입자가 곱고 가공성이 좋아 벼루를 만드는데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옥천변성대인 보은 등지에서 많이 산출된다.

점판암은 색상은 물론 표면을 세밀하고 아름답게 가공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다양한 석탑이 출현한 고려시대에 많이 유행하였다. 이전 시대와는 다른 건립기법과 장엄이 시도된다. 고려시대 귀족의 세밀하고 섬세한 취향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고려시대에 청석탑의 조성이 유행하는 것은 청석이 지닌 특성과도 일정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고려시대 이후에는 자취를 감춘다.

청석탑은 대부분 고려시대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지금까지 후기에 조성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 요인으로는 사회·경제적 변동에 의한 수취량 감소와 조창민의 이탈 등 내부적 요인과 원 간섭에 따른 삼벌초의 발호와 왜구의 약탈 행위 등으로 인한 외부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고려가 멸망할 때까지 해운 활동이 회복되지 못한 내·외부적인 요소로 인하여 운송체계가 붕괴하고, 이동에 용이한 해로 사용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선, 2020]

청석탑의 기원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조성된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 (보물)로 일컬어지고 있다. 청석탑은 규모가 작은 대신에 9층·12층·16층 등 다층(多層)으로 만들었다. 더욱 가공이 쉽고 표면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청석탑은 대웅전보다는 부속 전당이나 말사의 작은 암자 앞에 세워져 주변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었다. 또한 기단부가 화강암으로 조성된 것이 있는데, 이는 커다란 석재를 확보하기 어렵거나, 탑이 옮겨지고 훼손되면서 보충된 석재로 볼 수 있다.

청석탑이 조성된 사례로는 충북 충주 창룡사, 보은 법주사의 여적암, 원주 보문사, 경북 고령 반룡사, 예천 용문사, 의성 대곡사, 김제 금산사, 대구 동화사의 염불암, 영산 법화암, 진주 두방암 등을 들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풍세현(豐歲縣)의 개천사(開天寺), 고창현(高敞縣)의 상원사(上院寺), 금강산의 유점사(楡岾寺)와 신림암(神琳菴) 등이 있었다고 한다. 알려진 청석탑은 약 18개이고 그밖에 사료(史料), 사지(寺址)출토부재를 통해서 30기 이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질이 약하고 규모가 작아 잦은 이동에 따라 파손되거나 결실된 부분이 많아 완전한 형태의 청석탑을 보기가 어려워 안타깝다.



대곡사 청석탑


마당 복판에 다층석탑이 있다. 다층석탑(경북도 문화재자료 제405호)은 탑신을 점판암으로 만든 고려 초기의 청석탑이다. 상륜부는 없어졌다. 화강암으로 된 기단부와 점판암으로 된 탑신부는 약간의 손상을 입은 상태다. 탑신부는 현재 12층이 남아 있다. 각층은 탑신석은 없고 옥개석만 놓여 있는 상태다. 각층의 옥개석은 위로 갈수록 일정한 비율로 축소되어 있다. 6층과 7층의 체감 비율이 급격히 줄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사이에 있던 한 층의 옥개석이 없어진 듯하다. 그렇다면 본래 13층이었던 셈이다.

대곡사의 유래와 볼거리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 비봉산(飛鳳山)에 있는 사찰로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의 말사이다. 1368년(고려 공민왕 17) 인도 승려 지공(指空)과 혜근(惠勤)이 창건하였다. 창건 당시에는 대국사(大國寺)라 하였는데, 이는 지공이 원과 고려 두 나라를 다니면서 불법을 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는 교종(敎宗)에 속하였다.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으로 불에 탄 것을 1605년(선조 38) 탄우(坦祐)가 중창하면서 대웅전과 범종각·요사채 등을 새로 지었다. 1687년(숙종 13) 태전(太顚)이 중건하면서 절 이름을 현재의 대곡사로 바꾸었으며, 이후의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대곡사 대웅전


범종루 아래를 통과하여 누하 진입을 하면 바로 대웅전이 보인다. 2014년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서 단청이 거의 사라져 예스러움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내부에는 석가여래삼존불과 후불탱화, 신중탱화(神衆幀畫) 등이 봉안되어 있다.


대곡사 범종루


대곡사 범종루는 202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대곡사 창건 전후 사적기>의 기록을 통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병화로 전소되어 17세기 중·후반인 1644년에서 1683년 사이에 중창되었다고 전해진다. 범종루는 정면 3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의 2층 누각 건물이다.
현존하는 누각 건축 중 17세기 전반의 것은 대부분 3칸 평면을 가지고 있고, 이후 누각 평면이 3칸에서 5칸, 7칸으로 점차 확장되어 가는 경향을 살펴볼 때 범종루는 기존에 남아 있는 누각 건축 중에서도 이른 시기인 17세기 전반의 특징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종루의 아래 내용은 문화재청의 글을 인용한다.)

대곡사 범종루 내부, 2단의 보가 좌우측에 보인다. 출처 : 문화재청


자연 곡선이 살아있는 누각의 하부 기둥은 임란 이후 목재수급의 어려움, 조선 후기 자연주의 사상과 맞물려 살림집과 사찰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대들보는 대개 단일부재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나 범종루는 같은 크기의 부재가 2단으로 걸려 있다. 이처럼 2단의 보가 쓰이는 형식은 보기 드문 사례이며 상부 보 부재가 대들보 역할을 하고, 하부 보부재는 보받침 부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누건축을 비롯한 사찰 불전에서 찾기 어려운 사례이다.


대곡사 범종루 좌측면, 가운데 칸 상부에 화반이 보인다. 출처: 문화재청


기둥 사이에도 포를 둔 다포계 양식이나 중앙 칸에 화반을 사용한 점은 주로 주심포와 익공양식에서 많이 쓰이는 형식으로 다포, 주심포, 익공의 공포양식이 고루 나타나는 절충적인 건물이라 할 수 있다. 화반은 중앙칸에 올려져 상부 가구를 받고 있는데 이는 상부구조를 견디기 위한 의도적 구성이며, 정‧배면이 좌‧우측면보다 크고 화려하게 조각하였다.

공포의 첨차와 살미의 형태, 창방을 비롯한 다수 부재의 의장적 요소 등에서 조선 중·후기의 건축적 특징이 잘 남아 있다. 특히, 중앙칸에 주간포를 생략하고 화반을 대체한 절충식 양식이 주목된다. 범종루는 의성지역의 불교 사찰이 부흥하기 시작한 17세기의 양식적 변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누각 건축의 변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대곡사 명부전, 출처: 의성군 홈페이지


명부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며, 전 안에는 지장보살(地藏菩薩)과 명부시왕(冥府十王) 등이 봉안되어 있다. 이 밖의 문화재로는 고려 말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13층 청석탑(靑石塔)과 하대석·간석(竿石)만 남아 있는 석등대석(石燈臺石)이 있다.

참고문헌

1.     김선, 2020, 제주 수정사지 출토 청석탑의 제작지 검토, 한국대학박물관협회, 고문화, 제95권, p.67~86
2.     문화재청 보도자료, 2021.3.23
3.     전민숙, 2016, 고려시대 청석탑에 관한 연구, 불교미술사학 제22권 p.97~130
4.     자현, 2022, 세상에서 가장 쉬운 사찰과 불탑이야기, 담앤북스
5.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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