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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Mar 13. 2023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경상누층군, 상주

3번 국도 지질연대기

가장 가까운 경상누층군


우리나라가 일일생활권이 된 지도 오래됐지만 자기가 생활하는 지역을 벗어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따라서 주변 지질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살면 변성암과 화성암에 익숙하다. 경상도에 위치한 퇴적지질인 경상누층군이나 제4기 현무암 지역인 제주도는 큰 마음먹어야 갈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암석이 익숙하지 않아 관찰의 노하우도 적게 된다.


진주나 함안, 밀양 등을 가면 좋겠지만 수도권에서 가려면 여전히 멀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경상누층군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그곳 중 하나가 상주이다. 강남역 기준으로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먼저 경상누층군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중생대 쥐라기 말 ~ 백악기에 대보조산운동이 일어나면서 지금의 경상도 지역에 여러 개의 작은 퇴적분지가 형성되었다. 당연히 퇴적작용이 일어났는데 퇴적암을 살펴보니 주변에 화산활동이 일어난 흔적이 보이고 바다가 아닌 호수환경에서 쌓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에는 경상계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경상누층군으로 불리고 있고 총두께는 8,000m에 달한다. 상경계, 경상계 등 대학교 계열과 혼동되어 구체적으로 수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시의 위치, 출처: 네이버 지도



상주는 동서 간의 거리와 남북간의 거리가 약 49km 정도로 비슷해 동그란 지역이다. 속리산 쪽만 삐죽 튀어나와 있다. 면적이 커서 전국 시군 중 6위(서울특별시와 비슷한 면적이다)이고, 경상북도에서는 안동시, 경주시 다음의 3위 면적에 해당된다. 예전에는 3가지 흰 것으로 된 쌀, 명주(누에고치), 곶감이 유명하여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곶감 말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다.


지형이 평평해서 자전거의 도시로 유명했는데 2010년 상주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이 11.4%에 이르러 전국평균 2.2%의 5배에 달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2016년에는 3.6%까지 떨어졌다. 경주의 ‘경’, 상주의 ‘상’에서 ‘경상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상도의 중심도시였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이 도시의 남쪽 김천시로 지나면서 소외되었다. 2019년 2월 8일을 기점으로 인구 10만 명선이 무너졌고 이제 경상도 시 중 문경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곳이다. 그래서 군사시설을 유치하려고 애쓰는 조금은 특이한 지역이다.


경천대(擎天臺)


지형이 유순하고 토질이 좋아 삼한시대부터 사벌국(沙伐國), 사량벌국(沙梁伐國)이라는 부족국가가 번성하였고 6가야 중 고령가야가 상주 북쪽 함창에 있었다고 한다. 사벌국의 지명을 이어받은 사벌면에는 경천대 국민관광지와 경천섬이 유명하다. 국민관광지라는 제도는 1987년 당시 교통부가 예규로 만든 제도인데 예규는 사라지고 제도에 없는 이름만 남아 있는 화석화된 지역명이다. 


전사벌왕릉, ⓒ 전영식


경천대는 낙동강변에 위치한다. 낙동강 천삼백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원래자천대(自天臺)라고 하였었는데 1628년 봉림대군(17대 효종)의 주치의로 숭정처사(崇禎處士, 명나라에 대한 절의를 지키며 벼슬을 사양한 선비)이며 북벌론자이던 채득기(蔡得沂:1604~1647)가 이곳에 무우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경천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명나라가 망한 지 380년이 된 지금도 경천대 바위 사이에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이라고 쓴 비석이 남아 있다. 주변에 도남서원, 상주보, 자전거박물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있어 볼거리가 쏠쏠하다.


경천대, ⓒ 전영식


경천대의 정체는 역암


한국지질자원연구소원 지체구조도를 보면 경상누층군이 영남지괴로 돌출된 부분에 위치한다. 이 부근의 지질은 경상누층군 낙동층군 묵하리멤버로, 대표적인 암상은 회백색 역암, 사암 및 흑색 셰일이 협재 되어 있다. 중생대 백악기의 암석이다. 무우정이라는 정자 옆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이곳에 역암이 잘 나타나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이 이 역암이다.


경천대의 역암, ⓒ 전영식


야외에서 역암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매우 흥분된 경험이 된다. 입자가 눈에 잘 뜨이고 박력 있게 자갈이 팍팍 박혀 있는 특징적인 모습은 아무리 암석의 초보자라도 금방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암만큼 그 속에 숨겨진 정보가 많은 암석도 많지 않다. 


역암은 2mm 이상의 크기의 입자가 상당량 나타나는 퇴적암을 말한다. 상당량이 얼마를 이야기하는지는 기준은 없지만 대략 30~50% 정도 있다면 역암으로 본다. 역은 자갈을 의미하는데 그 각이 진 정도에 따라 역암과 각력암으로 나뉜다. 역이 둥근 정도를 원마도(roundness)라고 이야기하고 매우 각이 진 초각형에서 매우 둥근 초원형까지의 6단계로 구분한다. 사진에서 렌즈 캡의 직경은 대략 6cm이다.


경천대의 역암, ⓒ 전영식


그 밖에 역의 종류가 한 종류의 암상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를 단암상질 역암, 둘 이상의 암상으로 이루어졌을 때를 복암상질 역암이라고 하여 그 기원지의 암상을 추정하는데 사용한다. 한편 기원지의 풍화작용, 운반작용, 퇴적작용 중 불완전한 암상이 완전히 제거된 경우를 성숙한 역암, 아닌 경우를 미성숙 역암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역암은 입자가 굵기 때문에 사암이나 셰일 같은 퇴적구조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역의 장축방향으로 유수의 흐른 방향을 추론해 볼 수는 있다. 역암은 결국 어떤 운반작용이 끝나 퇴적된 곳에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곳이 어떤 환경이었는가를 추정해 보는 것은 재미난 공부가 된다. 


구체적인 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다음의 9가지로 나뉜다: 망상하천 역암, 하천유수 역암, 파도재동 역암, 파도-폭풍-해류에 의한 역암, 조수재동 역암, 융빙수에 의한 역암, 수중 융빙수 역암, 육상 암설류 역암, 재퇴적된 역암

경천대의 역암, ⓒ 전영식

경상계에는 해수 생물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고 공룡 화석이 산출되는 점 등으로 볼 때 육성층 내지는 호성층으로 판단된다. 


상주의 지질


상주는 지질학적으로 옥천계와 경상누층군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영남지괴로 구성되어 있다. 지체구조로만 볼 때 경기지괴 만을 빼고 모든 지괴가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곳이 상주이다. 우리나라 지질의 뷔페라고 할까?  경상누층군이 삐죽 튀어 들어와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영남지괴에 속하는 서쪽 지역은 지형이 높고 지질학적으로도 복잡하다.  아래 지체구조도에서 오른쪽 녹색 지역이 경상누층군이고 상주시를 지나가는 파란색의 선 좌측이 옥천계이다. 상주의 옥천계 지역도 흥미로운 곳이 많지만 이번에는 경상누층군을 살펴보고자 한다.


상주지역의 지체구조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경상누층군은 백악기에 쌓인 육성퇴적암층군이다. 층군은 층이 모여 만든 것이다. 시대순으로 크게 신동층군, 하양층군, 유천층군으로 나눈다. 이는 지리적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노출된 순서이기도 하다. 경천대가 위치한 곳은 신동층군 낙동층에 해당하는 묵하리 멤버로 가장 먼저 쌓인 지층이다. 


묵하리 멤버는 주로 역암과 사질 역암의 호층(반복되는 층)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2매의 흑색 셰일과 1매의 자색 셰일층을 함께 쌓여 있다. 역암 및 사질 역암은 흔히 담갈색 내지 담회색을 띄며 장석 함량이 높은 알코즈질(arkosic)이다. 역은 흔히 규암, 편마암류, 흑색 셰일, 사암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직경은 50cm에까지 달하는 것도 있으나 보통 7cm 내외의 것이 가장 많다. 그들의 원마도는 비교적 발달하여 둥근(rounded) 모양을 보여 준다. 기질은 분급작용이 매우 불량하다. 이런 정보를 종합해 보았을 때 경사가 급격히 변한 분지의 끝자락에서 갑작스러운 유수의 작용으로 퇴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상주에 지진이 많은 이유


2019년 7월 21일 오전 11시4분, 상주시 북북서 쪽 11km 지역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에는 진도 5.9에 달하는 지진이 속리산 지역에서 발생했다. 상주지역에는 지금까지 진도2 이상의 지진이 131회 일어났다(기상청 지진화산센터). 이는 인접지역보다 많게는 3배에 달하는 빈도이다.


이들 지진은 주로 20km 이내의 깊이에서 발생했는데, 한반도에 작용하는 동서방향의 응력으로 중생대에 생긴 영남지괴 내부의 단층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상주는 경상누층군이 영남지괴 쪽으로 뚫고 들어온 형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누층군과 영남지괴의 경계사이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질도상 상주시내 부근에 다수의 단층이 표시되어 있고 퇴적층 아래에도 지표에 노출되지 않은 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단층들이 상주시의 지진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소지진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상주시는 다양한 지질환경 속에 넓은 벌판을 가지고 있는 풍요로운 지역이다.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지니는 상주는 또한 지질학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인다면 발전을 위한 훌륭한 계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 상주의 옛 명성이 다시 돌아올 날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강희철, 백이성, 2013, 경상분지 지층들의 지질시대에 관한 고찰, 지질학회지, 제49권 제1호, p.17-29

2.     유인창, 최선규, 위수민, 2006, 한반도 동남부 백악기 경상분지의 형성과 변형에 관한 질의, 자원환경지질, 제39권 제2호, p.129~149

3.     위키백과

4.     이상유, 황인걸, 2012, 시추코어에서 확인되는 경상분지 북서지역 신동층군 하부의 퇴적상 및 퇴적 환경 변화, 지질학회지, 제48권 제5호, p.365-381

5.     이용일, 2015, 퇴적지질학, 시그마프레스

6.     이재일, 1999, 전기 백악기 경상누층군의 기원지와 열적 성숙도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7.     위키백과, 한국의 지진

8.     상주도폭, 1969,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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