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뽑아야 하는가
수많은 지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꼽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우리가 왜 지원자를 뽑아야만 하는지 설명해 보세요."
둘째, "왜 우리 회사(우리 학교)에 지원하게 됐습니까?"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여러분이 겪을 면접장은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어찌 알고... 20년 전에 필자가 미리 겪어 보았다.)
면접장.
소리 없는 전쟁터.
면접관이 서슬 퍼런 두 눈을 크게 치켜뜨고 나를 주시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익숙한지, 낯선지도 모르는 숱한 단어들이 맴돈다.
마른침을 쥐어짜 내어 꼴깍.
입술은 0.1초마다 말라간다.
혀로 입술을 축여본다.
수분은 1g도 남아있지 않다.
등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천장을 보자니 얕디얕은 밑천이 드러날 것 같고,
바닥을 보자니 세상 천하에 둘도 없는 루저같이 보일 것 같다.
갈 곳 없는 시선에 동공이 흔들린다.
후...
누군가 이산화탄소 가득한 한숨을 내뱉는다.
그 작은 소리에 심장이 쪼그라든다.
나는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만다.
요즘 말로 하면 '현타 왔다'. 1차적 현타 시점은 생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강타한다. 다른 걸 물어봐줬으면 좋겠는데... 첫 질문에서 막히니 두 번째 질문이 곱게 나올 리 만무하다.
"수천 명의 지원자가 왔다. 그중에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가?"
그러게나 말이다. 좌측은 우주인을 상대로 우주선도 팔아먹을 것 같은 넉살 좋은 지원자가, 우측은 토익 만점, 학점 만점, 모든 게 다 만점인 엄마친구아들 느낌의 스마트한 지원자라니.
'이런 애들이 다른 조에도 널렸겠지?'
순간 조바심이 든다.
'이런 애들을 제치고 내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뭐지?'
나조차도 설득 못하겠다. 하물며 면접관을 설득해야 하다니. 식은땀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진부한 질문이지만,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꼭 물어봐야 할 단골 질문이다. 지원자를 골탕 먹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정말 궁금해서다. 성적도 비슷하고, 경험도 비슷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본인이 꼭 뽑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면접관이 놓친 무언가가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지원 동기도 마찬가지다. 많고 많은 직업 중에 특정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단순히 업무 전망이 밝아서인지, 아니면 이 일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 많고 많은 기업 중에 왜 우리 회사를 콕 집었는지(닥치는 대로 다 지원한 게 아니라 콕 집어 지원했다고 믿고 싶은 마음 99%) 지원자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은 것이다. (솔직이라 쓰고 면접용이라 해석하길 바란다.)
초보면접자들은 진부하다는 이유로 형식적이겠거니 여기고 대강 준비했다가 큰코다친 꼴을 여럿 봤다. "저 질문 빼고 다른 건 다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저 두 개만 물어보더라"는 웃픈 후기도 들어봤다. 다시 강조하지만, 면접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곳이 아니다. 하고 싶은 답변만 골라서 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면접이라는 건, 한 번 준비해 놓으면 두고두고 자산이 된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이상 직장 상사와의 대화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두 질문은 지금부터 이 책이 끝나는 시점까지 독자들을 괴롭게 만들 것이다. 두 말할 것 없이 면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한다면 출구 없는 동굴이 아니라 출구를 앞둔 터널로 여겨질 것이니,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초두에 드렸던 말씀을 다시 꺼내 본다. 일주일의 시간, 결코 짧지 않다. 눈 깜박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70일 같은 농밀한 7일을 보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