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보라 Aug 16. 2024

'멍 때리는' 자소서 탐구 생활

면접 D-7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자아탐구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오늘 하루 필요한 준비물은 자기소개서와 형광펜, 노트와 연필 그리고 '멍 때리기'다. 목표는 노트를 꽉 채우는 것이다. 



준비물: 자기소개서, 형광펜, 노트와 연필, 멍 

목표 : 노트를 꽉 채운다.



1. 자기소개서


면접을 일주일 앞두고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자신이 쓴 자기소개서이다. 중고등학생이라면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기술서 등이 되겠다. 즉, 자신이 학창 시절에 해왔던 활동이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공식 문서를 구비하면 된다.


자기소개서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면접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도 동시에 작성한다는 생각으로 함께하시면 된다. 기존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사람이더라도 면접을 준비하다 보면 '아, 이렇게 쓸걸...'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해 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어차피 첫 자소서는 완벽하지 않다. 퇴고에 퇴고를 거쳐야 훌륭한 자소서가 나오는 법이다. 면접을 대비하며 내 삶을 돌아보는 건 손해 볼 일은 하나도 없다. 겸사겸사 '오히려 잘됐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 일정을 잘 따라와 주시면 감사하겠다.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라는 보편적 틀에 맞추어 보자. 항목은 많지 않다. 표현은 다르지만 지원자에게 요청하는 기술들은 크게 5가지 정도이다. 자기소개서 항목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1. 자유롭게 자신을 소개해 주십시오.


2. 지원자의 장단점을 기재해 주십시오. 


3. 지원 분야와 관련된 경험에 대해 자세히 기재해 주십시오.


4. 살아오면서 성공했던 경험과 실패했던 경험과 극복하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해 주십시오.


5. 지원하게 된 동기 및 포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세상 냉혹해 보이는 무미건조한 글자들이 가뜩이나 쪼그라든 새가슴을 압박하지만, 쫄지 마시라. 심호흡을 한 뒤에 자소서의 저의를 살피기 바란다. 지원자가 할 일은 '이런 츤데레를 봤나...' 미소 지으며  '해석'하는 일이다. 우리 조직에 막내를 뽑는다고 가정하고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 구구절절 설명해 보겠다.  




자기소개서를 보려는 의도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보다. 젊은이들 보면 격세지감이다. 아이디어도 톡톡 튀고 자기 주관도 뚜렷하다. 나도 한때는 파릇파릇했는데, 이젠 몸도, 머리도 마음처럼 안 따라주네. 나도 이제 고인 물이라는 걸 인정해야겠지? 


그래서 말인데, 젊은이들의 생각과 목표, 희망이 너무 궁금하거든? 


혹시라도 우리 조직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표현을 왜 쓰나 했는데, 내가 나이 들어보니 이보다 적확한 표현이 없더군. 우리 회사(학교)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


<1. 자유롭게 자신을 소개해 주십시오.>의 속마음은, 

너는 어떤 사람이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너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한마디는 대체 무엇일까?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온 걸까? 

그것이 너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친 거야?

삶의 목표가 뭐야? 

무엇에 원동력을 느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고 싶은 너만의 색깔을 내세워 볼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경험을 통해 배운 '지원자만의 생각'이란다.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네가 무엇을 제일 답변하고 싶어 할지 몰라서 뭉뚱그려 질문해 보는 거야. 


<2. 지원자의 장단점을 기재해 주십시오. >의 속마음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거, 다 알아. 

나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인 걸.

그래도 우리가 각자 가진 능력이 다 다르잖아? 

베일에 둘러싸인 '지원자'가 우리 조직에 잘 물들 수 있을까? 

관리자로서 나는 이게 정말 궁금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너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미숙하니? 

우리가 원하는 팀의 막내의 이상향은 딱 이거야.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

솔직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아 물론 똑똑하면 좋지~

그런데 그건 성적표나 적성 검사 결과가 알려주니까 굳이 자소서에서 어필하지 않아도 돼~

여기까지 왔다면 지원자의 두뇌는 이미 인정, 인정!

자신감은 환영하는데, 자만감은 사양할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똑똑해도 우리 팀에 오는 건 곤란해.

위아래도 없이 혼자 세상 살 거라면, 조직생활 말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 

겸손한 사람, 정말 좋지. 최고지!

그런데  겸손을 넘어 지나치게 소심하고 위축되어 있는 지원자는 좀 힘들 것 같아.

이곳은 회사지, 심리센터는 아니거든.

예의 없는 팀원은 말할 것도 없어.

어때? 우리 팀원들과 잘 지낼 수 있겠어?

이제 너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말해볼래?


<3. 지원 분야와 관련된 경험에 대해 자세히 기재해 주십시오.>의 속마음은, 


위기이자 기회의 땅이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 분야일세!!!

자고 일어나면 천지가 개벽하는 세상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살아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 

하지만 그만큼 짜릿하고 가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지원자에게 대단한 경험과 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야. 

제아무리 날고 기는 학생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업에서 십수 년 간 피땀 흘려 전투 치른 현직자들만 하겠나.

다만 우리는 지원자들이 정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혈투를 치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가 정말 궁금해.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작고 사소한 경험이라도 좋아. 그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이 직무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가, 그리고 직접 부딪혀보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를 우리가 아는 거야. 그래야 위기 상황이 닥쳤을 헤쳐나갈 역량을 가늠할 수 있을테니. 


<4. 살아오면서 성공했던 경험과 실패했던 경험과 극복하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해 주십시오.>의 속마음은,


너무 직무에 대해서만 물어보니까 할 말이 별로 없을 수도 있어. 그럼 또 다른 경험담은 어때? 

일이야 입사해서 배우면 되지 뭐.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이겨내는 머리만 갖고는 배울 수가 없거든. 어떤 경험이든 사람의 태도나 가치관이 묻어 있어. 그래서 다른 성공담과 실패담을 묻지 않을 수 없군.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일을 하다 보면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풀어가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 그 어떤 상황도 괜찮아. 성공했던 경험과 실패했던 경험을 반추하는 건 굳이 입사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나. 

성공했던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성공의 맛을 아는 사람은 그만큼 노력도 하기 때문이지. 성취감이 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본 사람. 아는 맛이 더 무섭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 이런 말도 있지 않나? 남들의 성공에 숟가락 얹는 흉내 내는 성취감 말고, 자신의 힘으로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인내를 보여줄 지원자를 찾고 있네. 

성공보다 더 중요한 건, 실은 실패한 경험이라는 걸 알고 있나? 어떤 사람은 실패의 벽돌을 이고 지고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실패를 차곡차곡 쌓아 성공이라는 건물을 짓지. 자네는 어느 쪽인가? 실패에 익숙해 지레 포기해 버리는 사람인가, 실패를 발판 삼아 도약하는 사람인가?   중요한 건 어떻게 극복했는가, 이 부분이야. 

사람마다 극복하는 방법이 다 다른데, 자네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고, 어떤 결과를 낳았나?


<5. 지원하게 된 동기 및 포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의 속마음은,


최대한 좋은 회사에 입사하고 싶지?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야. 가치관이 훌륭하고 역량 있는 젊은이와 함께 일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이치일 거야. 


연인 사이에도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는 숱한 의구심과 확인이 필요해.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당사자는 어떤 마음이 들까? 


'나를 사랑한다고? 정말? 나를? 왜 나를? 어떤 계기로?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나 다른 사람이랑 썸 타더니, 왜 이제 나만 사랑한대? 진심일까? 나여야만 하는 진짜 이유가 있었을까?'


이 사례 하나로 모든 게 다 설명됐으리라 본다. 이걸 입사 면접으로 대입해 본다면,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고? 정말? 왜 우리 회사를? 어떤 계기로?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나 다른 회사 지원서 넣고 면접 보고 다니더니 왜 이제 우리 회사에만 입사하고 싶대? 다른 곳은 다 불합격했나? 진심일까? 우리 회사여야만 하는 진짜 이유가 있었을까?'


취업을 위한 고백인지, 정말 직무가 좋아서, 우리 회사가 업계 최고여서 온 건지 면접관은 그것이 궁금하다.


물론! 우리 회사가 규모도 크고 매출도 잘 나오는 탄탄한 곳이지. 내가 지원자였어도 여기가 1순위였을 것 같아. 그래도 혹시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 꼭 우리 회사여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거야. 

그렇게도 입사를 희망한다면, 이 회사에서 어떤 꿈을 실현하고 싶은 건지도 말해주길 바라. 터무니없는 망상은 아니길. 지원자가 꿈꾸는 길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지원자의 역량을 우리가 품을 수 있는지, 지원자와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도 가늠해보고 싶거든. 



이 길고 긴 고민의 과정을 줄이고 줄여서 간략하게 핵심만 제시한 것이 자소서 항목이다. 자소서가 작성되어 있지 않다면 각각의 항목을 채우길 바란다. 


자소서를 채울 땐 반드시 면접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써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싶다면 차라리 일기를 쓰거나 유튜브를 하는 게 낫다. 입사 면접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존재하는 한,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자소서 항목이 다 채워진 지원자라면 이제 형광펜을 들 차례다.



이전 02화 1차적 현타 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