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결전의 날이 밝았다.
기분이 어떠한가? 묘한 긴장감 속에 설레는 마음도 들 것이고, 아직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조바심이 들 수도 있다. 모두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면접을 1년 전부터 준비했어도 면접 당일이 되면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니 일단 진정하고 심호흡을 하자.
주문을 외워보자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나는 오늘 합격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문처럼 외워야 한다. 긍정적인 사람을 마다하는 회사는 없다. 말이 씨가 되고, 긍정적인 생각이 자라 열매를 맺는 법이다. 긍정의 씨앗은 매일 아침 스스로 주문을 읊는 것에서부터 싹을 틔운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방을 나선다.
거울의 마법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설공주의 계모는 날마다 거울에게 물었다. 거울은 답을 알고 있다. 그리고 늘 사실만을 말한다. 동화 속 거울 효과를 뒤늦게 깨닫고 무릎을 탁 쳤다. 자기 암시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거울'이다. 그림 형제는 그 옛날에도 거울의 마법 같은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잘할 수 있다. 오늘 잘 해낼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수습이 더 중요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읊어야 한다. 처음엔 어색할지라도 익숙해지면 자신감이 붙는다. 정말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천만다행이게도 뇌는 상상과 실제를 크게 구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가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뇌는 그대로 믿는 것이다. 얼마 후면 나는 정말 '내가 주문한 사람'이 된다. 이게 바로 자기 암시 효과다. 30초면 된다. 거울 속 자신에게 긍정의 언어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자.
에피소드를 활용해 보자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도 좋지만, 주위를 관찰하며 면접 시 활용할 만한 에피소드는 없을까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도 된다. 필수요소는 아니니, 본인의 성향과 컨디션에 따라 정하면 된다.
참고가 될까 하여 필자의 면접 후기 중 하나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려 한다. 지방 방송국 시험을 볼 때였다. 전날 내려갈 일정을 잡지 못해 당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했었다. 그날 서울엔 비가 억수로 쏟아졌고, 기분도 우울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불합격의 기운인 건 아닐까. 그냥 시험 보러 가지 말까...'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없이 고민을 하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떤 에너지가 아까워 심호흡을 크게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대기가 불안정한 지 비행기는 크게 흔들렸고, 내 마음도 요동쳤다. 억겁 같이 느껴지던 시간이 흐르고, 비행기는 이내 잠잠해졌다. 안정적인 대기권에 오른 것이다. 새벽 비행기였던 터에,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승객들은 저마다 눈을 감고 단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 그 순간.
비행기는 먹구름을 뚫고 흰구름 위에 올라탔다. 슬로 모션처럼 따사로운 햇살이 살포시 내려와 창을 두드렸다. 그 햇살을, 유일하게 창문을 열었던 나만 오롯이 받았다. 마치 하늘의 선택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무릎 위로 신의 손길이 닿은 것만 같았다. 느낌이 왔다. '나는 오늘 합격하겠구나.'
이 경험은 면접에서 말할 기회가 있었다. 면접관이 물었다.
"안보라 씨는 작년에도 시험을 봤는데, 올해 또 봤네... 이번에도 불합격하면 어떡해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설사 불합격한다고 해도 내년에 또 시험을 보겠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가 오늘 합격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실은 오늘 새벽, 하늘이 합격을 알려줬습니다..."
어느 단어 하나 망설이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있었던 순간을 그림처럼 읊었고, 당차게, 하지만 겸손하게 마무리지었다. 1년 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내가 한 일은 왜 내가 불합격했을까를 원망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가를 찾는 것이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고 고치기까지 부단히 애를 썼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날마다 노력하겠다, 어제보다는 오늘 더 나은 사람이,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정진할 것이다, 한 번만 믿고 지켜봐 달라.
합격하고 난 뒤 면접 후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사장님께서는 이 일화가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셨다. 이 대답을 하며 반짝이던 눈동자가 계속 맴돌아, 뒤이어 면접을 본 지원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셨다고 한다.
참고로 면접에서는 '햇빛' 받기 이전의 불순(?)한 생각은 입밖으로도 꺼내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면접에서 꺼내서는 안 될 금기어다. 설사 나를 불안하게 하거나 기운 빠지게 만드는 에피소드를 겪더라도,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
이번에도 불합격하면 어쩌냐는 질문도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날 똑같은 질문을 들었다면 주늑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면접관의 의도는 아니었으나, 지원자 스스로 위축되어 '압박 면접'이라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날 따라 느낌이 좋았다. 그 어떤 질문을 들어도 압박 면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신 있는 대답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고의 틀을 벗어나면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당당히 임하자.
'객관'의 탈을 쓴 '주관'이라는 늑대
면접에 정답이란 없다. 한국은 유달리 '정답'을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면접에서만큼은 정답이란 게 없다.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에서 어느 부분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공평하게 값을 매기겠는가.
그래서 면접은 객관의 탈을 쓴 주관의 영역이다. 면접관도, 심사 기준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누가 보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끔 수치화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 하니까 말이다. 심사 기준도 대동소이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말 잘하고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지원자를 배척할 곳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는가? 사람 보는 기준은 다 비슷하다. 각 회사가 추구하는, 혹은 특정 부서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따라 평가 항목은 다를 수가 있겠으나 평가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아나운서 면접시험을 예로 들어 보겠다. 평가항목은 대개 이렇다.
오디오(전달력 및 호감도)
비디오(신뢰도 및 호감도)
순발력
논리력
창의력
방송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5개 정도의 항목으로 나눈 것이다. 일반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디오와 비디오 평가 항목은 직무 역량 평가 등으로 대체될 것이고, 논리력은 일관성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순발력이나 창의력은 적극성 등의 항목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평가 항목들이 '얼마나 객관적'인가 하는 것이다.
면접관들은 대개 1점~10점까지 점수를 매기게 된다. 여러 명의 면접관은 각자의 평가지에 점수를 적어내고, 인사팀이 이를 취합해 평균점수를 낸다. 공정성을 위해 최저점과 최고점을 제외할 것이다. 지원자마다 평균 점수를 냈다고 가정해 보자.
1번 지원자 평균 점수 8.9점.
2번 지원자 평균 점수 8.3점.
3번 지원자 평균 점수 8.5점.
소수점에 당락이 갈려 울고 웃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수점을 가르는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호감도를 어떻게 객관화할 수 있을까? 오디오의 좋고 나쁨은 어느 기준에 따른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을 토대로 소수점까지 표시한 점수가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순발력의 기준이란 또 무엇일까. 어느 대답이 순발력이 있고, 어느 대답이 순발력이 없는 것인가? 고민 없이 0.5초 만에 말이 튀어나와야 순발력이 있는 것일까,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을 능글맞게 받아쳐야 순발력이 있는 것일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오지선다처럼 정답과 오답이 명확하다면 좋겠건만, 고작 5가지의 항목만 있을 뿐이다. 그것 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공정한 평가'는 있어야 한다.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릴 지라도 어떻게든 채점은 해야 한다.
그래서 면접관은 머리를 싸맨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를 외치며 저마다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숫자를 매기고, 평균을 내어 객관성을 좇을 것이다. 모든 면접이 이렇다. 이것이 비단 면접뿐이겠는가. 주관식 평가, 논술형 평가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아닌 이상, 채점자의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평가는 궁극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면접에 정답은 없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정답은 없지만, 왕도는 있다. 딱 두 가지만 잘하면 된다.
먼저 잘 알아야 한다.
지원자 자신에 대해, 관련 직무에 대해, 지금까지 해 온 학업에 대해.
두 번째 왕도는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잘 풀어내면 된다.
조리 있게, 자신감 있게, 명쾌하게.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면 어필이 되겠는가? 아는 것이 너무 많아 두서없이 쏟아내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버리게 된다면? 하늘이 인재를 못 알아본다고 통탄하겠지만, 하늘을 탓하기 전에 내가 가진 100을 100만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탈락했다면, 지원하는 곳과는 결이 다르다고 결론 내리면 된다. 지원자가 틀린 게 아니다. 그날의 면접관과 결이 달랐던 것이다.
취업계에는 '운칠기삼'이라는 표현이 있다. 운이 7만큼, 재능이나 노력이 3만큼 차지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날그날의 '운'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면접이란 것은 그날의 컨디션과 면접관의 성향 등에 따라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노력했다면 그다음은 스스로를 믿고 겸손하게 때가 오기를 기다리라는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번 면접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괜찮다. 오늘의 면접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이다. 사람은 경험의 반복을 통해 더 성숙해지고 발전해 나간다. 오히려 다음의 퀀텀점프를 위한 준비였다고 생각하자. 개구리는 긴 도약을 하기 위해 그만큼 몸을 낮추고 힘차게 뛰어오를 준비를 한다.
" 엥? 나를 떨어뜨리다니? 정말 보는 눈이 없네. ㅎㅎ"
필자가 아나운서 준비생이던 시절, 모 지상파 방송사에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선배의 한마디를 잊을 수가 없다. 최종 면접 탈락에도 의연하게 코웃음 쳤던 그 선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로 최종 합격했다. 만약 앞선 탈락에 좌절하고 주늑이 들었다면 다른 면접에서 자신감 있게 잘 해낼 수 있었을까? 혹자는 '정신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는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합격의 열쇠는 곧 여러분의 손이 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