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커엄마 Mar 01. 2024

더 이상 전집을 사지 않는 이유

도서관으로 가는 물꼬 트기

#. "엄마, 책 좀 바꿔줘. 이제 모르는 단어가 없어."


아이가 새 책이 고팠나 봅니다. 오호라. 엄마도 바라던 바입니다.  새 책이 고프면 도서관에 가야지. 이번 주말에 도서관 갈까? 도서관으로 가는 물꼬를 이렇게 또 틉니다. 엄마는 호기를 놓치지 않았고, 아이는 미끼를 덥석 물었습니다. 아이의 요청으로 인한 도서관 방문이니, 조용히 앉아 열심히 책을 읽고 오자는 약속을 잘 지킬 겁니다. 그러다가 너무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다음 도서관 방문은 더 수월하겠지요. 그 기쁨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육아전문가가 조언하셨더랬지요. 아이가 직접 선택하게 하라. 그래야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갖고 지루해도 참고 버틴다고요. 무릎을 탁! 친 이후, 저는 이 조언을 일상생활 곳곳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씻을래? vs. 밥 먹을래?


이 물음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씻는 것과 식사하는 것은 모두 아이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저렇게 두 선택지를 주면 씻고 밥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하더라도 둘 중 하나는 하기 싫은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저의 물음은요, 


#. 씻고 밥 먹을래? vs. 밥 먹고 씻을래? 


이렇게 바꿉니다. 둘 다 하긴 해야 하는데, 무엇을 먼저 할지만 아이가 고르게 하는 거죠. 그럼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둘  다 시킬 수 있고, 아이는 자신이 선택했다는 책임감 때문에 순서를 바꿀지언정, 두 가지 모두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도서관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엄마가 도서관 가자, 가자, 사정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차라리 "핫도그 먹고 도서관 갈래, 아니면 도서관 갔다가 핫도그 먹을래?" 이렇게 제안해 보세요. 핫도그를 먹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사이! 도서관은 고정값이 되는 겁니다. 도서관으로 가는 물꼬 트기. 참 쉽죠?


#. 전집을 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 부모일수록 전집이 탐이 납니다. '책육아' 카페라도 가면 줄줄이 나오는 추천 도서 목록이 눈에서 아른거리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추천하는 전집 몇 질을 줄줄이 들였다가 아이의 외면을 받고 방출하기도 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아이마다 독서 취향이 다르니 당연한 과정입니다. 아이가 어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던 시기라, 더더욱 책을 들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제와 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네요. 


마지막 전집은 5세 때 들였습니다. 5세부터 한글을 깨쳐가기 시작했지요. 글을 읽고, 취향이란 것이 생기니 이제는 수동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고른 책으로 기쁨을 알아가는 능동적인 독서를 하도록 유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도서관을 다니며 30분, 1시간, 머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고요. 전집에 대한 고민은 기쁘게 접었습니다. 도서관에도 전집이 골고루 있습니다. 많은 전집 중에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책은 소수인 경우도 많아요.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책을 접하고 빌려보시길 권합니다.


#. 7세 취향저격 도서 <엉덩이 학교>


지난번 도서관 방문에서는 컴퓨터로 검색해 종이를 출력한 뒤 직접 책을 찾는 재미를 깨닫고 함박웃음을 지었답니다. 검색어를 넣어 찾은 책이 또 기가 막히게 재밌지 뭐예요? 집으로 빌려오고 나서도 깔깔대는 7세. 책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엉덩이, 방귀, 똥. 세 가지 단어면 모든 게 웃음으로 통하는 7세 취향 저격 도서입니다. (제가 읽어도 재밌기는 하더라고요.) 이렇게 도서관으로 가는 물꼬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더 이상 전집을 사지 않아도 되겠지요?



<엉덩이 학교> 책 중 일부


매거진의 이전글 앵커엄마가 책 속 단어로 노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