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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외곽 한국여자 Jul 08. 2024

오늘은 파리 노트르담 퐁뇌프 샤틀레 사부작사부작 걸어요

내 영혼이 말했네 나는 난쟁이보다 크지 않고 거인보다 작지 않음을 K.G


2024년 7월 8일 월요일 아침 9시

뉴스 보는데 어제 2차 선거 결과로 시끌벅적하네요. 일주일 전 치러졌던 1차 선거에서 ‘중도’라는 것 ‘똘레랑스’라는 것의 민낯이 드러나는듯싶었는데 2차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큰 틀은 건재하다는 결과가 나왔네요. 최종적으로는 도박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오늘은 파리사리 2에 글 올리는 날이라 저 얘기를 써볼까 했지만 아이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아침 먹고 나서는 제 시간을 따로 내기가 좀 힘들 것 같아서 금요일에 파리 나가서 만두 한 접시 사 먹고 돌아온 그날의 일기를 올립니다.

제 하루를 함께 걸어주셔서 고마워요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아침 8시


벌써 철커덕. 퍽. 하는 기계 소리가 들린다.

드르르르르 하며 드릴 소리가 날 때도 있는데 이땐 땅도 흔들리고 집도 흔들리는 것 같다.

집 앞에 백 미터가 조금 안 되는 일방통행 도로가 있는데, 어제오늘 그곳의 과속방지턱을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쉬고 총 5일 작업이다.


지난겨울 2월 즈음에 '과속방지턱 제거 프로젝트 안내문'이 이 거리에 있는 서너 개의 전봇대에 나붙었었다. 이것을 본 동네 터줏대감 두어 명이 탄원서를 들고 다니면서, 이 거리에 살고 있는 스무 가구 정도에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렇게 제이와 나도 싸인을 했다. 그분들은 시청에 약속을 잡고 찾아가서 담당자를 만났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몇 개월 잠잠해서 잘 해결되었나 보다 했는데 지난주에 또다시 동네 전봇대에 시청 도장이 떡하니 찍혀있는 안내문이 부착되었다. 새로운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과속방지턱 제거 작업 일정'이었다.


작은 개미들의 분주하기만했던 반란은 젠틀한 권위에 소리소문 없이 잠재워졌다.대개 그러하듯이


우리 집 앞에 있던, 핑크색 형광물질로 크게 'X'가 써져 있던, 그것도 이제 없다.


이제껏 쉴 새 없이 들고 나는 저 쇳덩어리들의 속도를 줄이게 하기 위해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온몸으로 그 무게를 다 받아내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부디 좋은 곳에 가서 남은 생은 몸과 마음이 편안히 두고 살길 바란다. 잘 가라. 안녕


————-

'내 인생길 곳곳에도 과속방지턱이 있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그리고 지금도 그것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면,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설치했을까.

나는 그 과속방지턱을 이제 걷어내야 할지.. 하고 생각을 이어가려다 보니.. 문득,


'내 인생길에는 과속방지턱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설치해야 하는가'

'없다고 해서 굳이 설치해야 하는 그런 이유가 지금 있는가'

'계속해서 설치하지 않고 사는 것의 리스크는 또 얼마나 될까'하는 턱에 걸리게 된다.


과속방지턱은 분명 과속을 방지하자는 것인데..


내가 설정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시속 30킬로도 되지 않는다면?

과속방지턱이 필요한 길, 속도를 내며 달릴 계획이 지금 있는지?

나의 연식 대비 상태는 어떤지?

있는 걸 뜯어낸다면 추후 대책은?

...


과속방지턱이 있어야 하는지 없어야 하는지..


뭔가 머릿속에서 정리되지가 않는데..

이 정리는 또 언제 할지..


정리할 것이 진심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

많이도 널어놨다 널어놨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또 생각의 쳇바퀴..

돌고 돌고 돌기만 할 뿐


어차피 관뚜껑 닫히기 전의 삶은

그림자를 잡으러

허깨비를 좇는 형상이라 해도

그래도 인간이면 생각을 하고 살아야지 하다가도

그냥 나무처럼 꽃처럼

그냥 그대로 존재하기만 해도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데로

그냥 살아가자 싶기도 하다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시간에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자 싶기도 하다


과속방지턱 설치,

어차피 내가 뭐라고 씨부려싸도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맘에 안 들면 군수든 시장이든 한번 돼보고 말을 혀


그냥 이제 또 새로운 질서가 생길 테고

난 거기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지

군시렁 궁시렁대도 어차피 세상은 지 쪼대로가고

네 인생 과속방지턱 따위 궁금한 사람 일도 없어

그냥 잘난 척 말고 니도 그냥 니 쪼대로 살으.

살다보믄 미친놈 이상한 놈 하나씩은 꼭 있으니

이제 과속방지턱 없는 너희 집 앞

난폭운전 한두 건은 있을 확률커질거구먼

사고안나게 조심하믄스 그렇게 댕기

그렇게 살면 되여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주행 속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하여 길바닥에 설치하는 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거 환경이나 보행자 보호를 위해 설치한다. 속도의 제어라는 기본 기능 외에 통과 교통량 감소, 보행자 공간 확보 및 도로 경관 개선, 노상 주차 억제와 같은 부수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감속으로 인한 연비 저하, 연료 소모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되고, 탄소 배출이 증가하며, 감속을 위해 브레이크를 깊이 사용함으로써 브레이크 분진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화된다. 또 교통흐름 저하로 인해 차량 운행시간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상승한다.

또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노후화를 가속시키며 특히 서스펜션과 섀시 계통 부품에 충격을 상당량 전달한다. 특히 과속방지턱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한국에서는 서스펜션과 하체 부싱의 마모가 빠르게 진행되어 이로 인한 수리가 빈번하다.

설치된 지 오래되어 도색이 벗겨지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도색이 없을 경우 과속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빠르게 통과하여 차가 튀어올라 손상될 수도 있다. 구조물의 콘크리트 일부가 깨져서 타이어에 손상을 조금씩 주는 곳도 있다.




오늘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등교하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 두 달간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현재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그냥 즐겁게 놀아볼 계획만 있다


이제 9월까지 나 혼자만의 시간도 없다.

빠른 속도로 나갈 준비를 한다.

코에 바람 좀 넣어주자.


지금 바로 나가자.



대문을 열고 나왔다.

정면으로 인부 둘이 보인다. 거리 양쪽에 차량진입 통제를 위해 바리케이드가 놓여있다. 인부들 쉬는 공간으로 보이는 컨테이너와 이동용 화장실도 있다. 공사 기간 중 주차가 금지되어 거리가 완전히 텅 비었다.


이 공사구간의 끝 쪽까지 내려오니 여전히 주차되어 있는 차가 한 대 있다.

'L'Île-de-France 일드프랑스 75'를 달고 있고 이것은 파리지역넘버이다.

다행히 거리의 끝 부분인 동네 초입에 세워져 있어서 그냥 그대로 두고 견인하지는 않았다.

mini cooper noire. 검은색 미니 쿠퍼 모델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 미니.


내가 얘를 볼 때마다 염려했던 것처럼 미니는 여기에 버려진 것이거나 그녀의 주인이 증발되었거나 올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인 것이 이제 좀 더 확실한 것 같다. 이 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량이 모두 빠지고 나니 이 아이의 결핍이 표면으로 두둥 떠오른 것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삶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혼자서 이렇게 도드라져 보이는 너를 보니 마음이 아린 것은 부정 못하겠다.


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냥 계속 그렇게 있을 거니


이 동네 이사 온 지 2년 조금 지났다.

미니가 거의 1년 이상 저 자리에 방치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을 목격해온바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미니가 눈에 들어오는 날에는 아이에게 'broken window effect' 깨진 유리창 효과라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반복학습시키고 있었다.


브로큰 윈도우 이팩트.

치안이 허술한 골목 두 곳에 자동차를 한 대씩 방치하는 실험을 했는데 한 대는 보닛만 열어두고 나머지 한대는 보닛을 열어두고 창문도 좀 깨어두었다고 한다. 일주일 뒤 보닛만 열어둔 차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창문까지 깨져있던 차는 배터리와 타이어 모두 사라지고 심한 낙서가 되어 있었고 쓰레기도 투척되는 등 폐차 상태처럼 보였다고 한다.


물론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미니에게 지난 일 년은 표면적인 상처가 더 많이 생기고 기존의 상처도 깊어진 해가 맞다. 피부도 일 년 전에 내가 보고 나도 이런 거 한대 있음 딱 좋겠네 했을 때와 너무 다르다. 그야말로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폭삭 늙어버렸다. 그에게 예쁨 받고 관리도 꾸준히 했다면 쟤가 저런 상태까지 될 리가 있었겠는가. 너를  처음 만난 순간에는 간과 쓸개까지 다 내어줄 듯하던 그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사랑받는 여자'라는 수동적인 타이틀도 별로지만 '방치되는 여자'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폭력적이구나.

옆구리에 누가 찍-하고 긁어놓은 그것을 시발점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이 조금씩 똑같은 짓을 너에게 한 것이고, 한마디 말도 없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낸 것이리라. 만약 과속방지턱 제거 작업으로 이 거리의 모든 차를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해 달라는 요청이 없었다면, 낯선 이곳에 그렇게 버려진 듯 소외되었던 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진짜 혼자였다는 것을, 돌봐주는 이 하나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외롭게 견뎠을 거라는 동정을 확정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냥 계속 그렇게 있을 거니


너를 보면서 작년 중학교에서 일할 때가 생각이 갑자기 나네.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던 전학생 3학년 1반 Job. 교실에서는 크게 어려울 것 없이 묻혀서 지나가더라도 점심시간이 되면 고스란히 드러나는 깊은 그림자. 도서관이 닫힌 시간에는 운동장 구석에 앉아서 먼 하늘만 바라보던 움직임 없던 두 눈. 특히 노엘 방학을 앞둔 날에는 급식으로 특식이 나오고 큰 무리가 형성되고 너는 덩그러니 섬처럼 순식간에 혼자가 되었어. 양쪽 의자를 비워버리는 같은 반 친구들.


어느 날이었던가 너네 반 선생님이 결근을 해서 내가 자습감독을 들어갔을 때, '교실에서의 너'도 보게 되었지. 네가 내게 말을 걸거나 우리가 대화할 때 난 네가 수업에서는 자유롭게 훨훨 날 것이라고 걱정을 놓을 만큼 넌 착하고 마음이 열린 아이야, 근데 선생님이 없는 수업시간은 그냥 또 다른 점심시간과 같더구나. 너에게 무슨 역병이라도 있는 듯 주변엔 아이들이 왜 하나도 없나 싶어 속상한 마음에 네 곁에서 말도 더 걸어주고 했었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널 더 비참하게 만들 것 같아서 그냥 난 널 다시 혼자 두는 선택을 했어.


교실 상황까지 파악한 후에 Inés이네스에게 슬쩍 물어봤어. 그랬더니 네가 체육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나 신체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거부한다고 하더라. 첨엔 체육선생님이 약간 푸시하니까 소리까지 지르면서 체육관을 나갔다고 하더라. 이렇게 네가 유별나게 행동해서 아이들이 너를 멀리하는 것인지, 아이들이 너를 멀리하기 때문에 네가 아이들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더구나.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이 체육시간 활동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았을 때 너는, 나와 즐겁게 얘기하던 그런 아이가 아니라 날을 잔뜩 세우고 아이들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가득했었어. 그래서 마음이 좀 아프더구나.


Bruna브루나, Quentin꺙땅, Solène쏠렌, Gabriel갸브리엘. 너네 반 그 킹카그룹 얘네들을 몇 개월 전에 스케이트장에서 만났는데 모두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너무 행복해하더라 그래서 토요일이라고 함께 음악 속에서 춤추듯이 돌고 있더라. 덩치는 산만한 것들이 살갑게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 마담이라며 한 줄로 쭉 서서 들이대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내 애정이 뿜뿜 쏟아나게 만들더라. 네가 경계하듯이 그렇게 나쁜 아이들이 아니고 너도 그 아이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이상한 아이가 아닌데 왜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결국은 싫어하게 되고 피하게 되는 걸까


올해는 고등학생인 네 곁에도 네 결에 꼭 맞는 친구하나 만나서 즐겁게 수다도 떨면서 네 원래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어 반친구들과 오해 없이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누구를 만나 친구가 되던지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올 거야. 한 우주와 또 완전 다른 우주 하나가 만나는 데 평탄하기만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거고 인간관계는 원래 어려운 거래. 이 충돌 과정을 통해서 또 하나 배운다고 생각하고 너와 그 친구가 함께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건강한 인간관계는 자신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되니까,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해. 네가 만약 너를 보는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넌 맨날 네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될 거구, '나는 대체 왜 이럴까'이렇게 되는 거지. 뭐 워낙 말빨 쎈 Job이니까 알아서 잘하고 있으리라 본다. 어디서든 잘 살아라.



걷다 보니 몸이 점점  달궈진다.

후끈해진다.


빛이 피부를 뚫고 깊이 더 깊이 파고든다.


그래. 더.

조금 더..


내 심장까지 닿아줘


제발


나올 때 입고 나온 바람막이를 벗어서 허리춤에 묶었다. 이제 나도 저 사람들처럼 입고 있다. 오늘과 너무나도 닮은 핫연두색 반팔 티셔츠 하나. 안에 아무것도 받쳐입지 않았으나 춥지 않다. ‘춥다’라는 단어를 찰월에 아직 달고 있는 너.. 문득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면서 딸아이에게 속에 러닝을 하나 더 입어야지 하며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내가’ 하나룰 꺼내와서, 아이의 양팔을 ‘내가’ 들어 올려 받아들임을 수동성을 강요했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사이도 없이 나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순식간에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무시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작은 경험들이 모여 자아는 형성된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아이의 수동성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당장 멈추도록 하자.


아이의 온도가 다르고 나의 온도가 다르다.

이른 아침에는 분명히 춥긴 했지만 아이는 오늘 마지막날 기념으로 학교에서 급식을 친구들과 함께 먹는다. 그래서 좀 더운 시간도 보낼터인데 집안에서 중년의 시간을 지나며 조금만 추워도 꽁꽁 싸매고 그래도 춥고 조금만 더워서 정신줄을 잡고 또 잡아야 하는 너의 온도계를 들이대며 집 밖에서 초록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너의 시간을 강요한다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폭력일 수 있으니 당장 멈춰야 한다. 강요가 아닌 ‘교육’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너의 불완전하고 불명확한 습관적 언행에 대한 점검부터 철저히 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


두 달간의 긴 방학 동안 우리가 서로 에게 더 나은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 함께 성장하기 위해.

장장 두 달이라는 긴 방학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온 것은 잘한 결정이다.


이제 어디로 가서 네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사이 역에 도착했다.

일단 저기 오는 저 기차에 오르자.


무엇을 타든 파리를 지나간다.



그래도 시간이 길지 않으니 샹젤리제 주변 관광객 구경이나 에펠탑 주변 관광객 구경은 하러 가면 조금 빠듯할 듯하다. 오늘 이후에는 두 달간 특별훈련 기간이라고 생각하니 오늘의 이 외출이 급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이 라인 어딘가에서 내려서 점심 먹고 조금 걷는 정도가 좋겠다. 여기도 관광객들은 많으니까 사람 구경이야 원 없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샤틀레 가서 손만둣국 먹고. 좀 걷다가. 집에 가는. 일정이 딱 좋겠다.


노트르담역에 내렸다.

지하철 역사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에 있는 창문으로 보이는 모습
꽤 천천히 움직이나 봅니다 나와서 다시 꼬리 부분을 찍어봅니다
역에서 나오면 Notre-Dame de Paris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바로 보입니다
거의 다 관광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제든 사람이 넘쳐나네요
화재 난 이후로 저기 내부에 못 들어가니까 언젠가부터 이렇게 성당 맞은편에 계단식으로 앉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두어서 여기 앉아서 저 성당을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저도 오늘 처음으로 올라와서 자기 잡고 앉아봤어요 난 파리에선 언제나 관광객으로 보일 테니깐요. 이 이탈리아 아이는 언니가 하나 있는데 부모가 애정표현을 정말 적극적으로 해주더라고
성당 저 쁘띠뽕 다리 옆에 저 아저씨는 항상 저렇게 있네요. 강아지가 무슨 죄인지 산책도 못 가고 항상... 저분 엄청 추울 거예요 제가 저 추위를 잘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첫 번째 샤뜰레,라고 적혀 있는 곳으로 가서 점심을 사 먹을 생각이에요. 중국식 국물을 먹거나 손만두를 사 먹으려고요. 오페라 쪽이면 아시아음식천국인데 이 쪽에선 내가 가는 곳만
4호선 지하철역 생 미셸역이죠. 아까 첫 번째 사진의 기차역은 전철 Saint-Michel Notre-Dame 생 미셸 노트르담역이었습니다.
생 미셸 광장이라고 쓰여 있네요. 원래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샤틀레갈 때 이쪽으로 가지 않는데 오늘은 그냥 느긋하게 걸었어요 뭔가 빙 돈 듯한 느낌. 성당이 저쪽에 보이네요


경찰들이 주로 3인조로 다니네요 지침이 그런가 보네요 항상 여자 경찰이 한 명씩 있다는 느낌도 받고. 저기 RER이라고 적힌 것에서 파리외곽으로 다니는 지하철/기차를 타실 수 있어
관광을 온 가족 같던데 저기 선글라스 끼고 있는 아이의 현란한 바디랭귀지가 기억에 생생하네요. 엄마도 버스가 섰을 때 언어가 안되어도 단어를 나열하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더라고
광고 스케일이 엄청나네요 전체 벽면을 장식하네요 구찌는 이탈리아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저 정도 광고는 광고비를 얼마나 지불하며 그 지불처는 어디일지 궁금하네요 ㅎㅎ
처음에는 거리의 악사인가 했는데 조금 있다가 저쪽 센 강가 다리에서 다시 마주쳤는데 사진을 찍으라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데 별 반응이 없으니까 약간 욱하더라고요 음..
사진 중간쯤에 보면 까만색 박스, 거기가 이동탈의실이더라고요. 의류광고사진 찍나 봐요 서양인 모델이 착장하고 아시아남자분이 전문가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아시아여성분이 모델관리하고
이 가족은 미국에서 관광온 듯하던데 저쪽에서부터 걸어올 때부터 봤는데 셋이 모자를 맞춰 쓰고 엄마는 딸아이와 꽃무늬 원피스로 한껏 바캉스 기분을 내고.. 귀여운 작은 가족이었어요
공주의 허리춤을 조심스럽게 잡고 있는 젊은 아이 엄마의 모성애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다시 사진을 찍었어요. 저 공주는 엄마의 사랑을 앞으로도 쭉 받고 착하게 잘 자랄 것 같아 보였
공주가 안전하게 잘 내려왔네요. 저도 안심하고 가던 길 가야겠어요 아빠는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 아까부터 계속 서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멋진 화이트셔츠 입고 한껏 멋을 냈네요
저렇게 그림을 다리에 세워 놓고 파는 것은 많이 못 봤는데 이제 3주 앞으로 다가오고 학교 방학도 시작되면서 바캉스 특수를 이용하는 분들이 생기고 있네요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고
주차장이 보이네요. 히볼리-퐁뇌프. 방금 지나온 다리가 그 유명한 퐁뇌프다리고, 저 앞으로 나올 중저가 브랜드의 거리인 rue de rivoli히볼리 거리를 합한 단어네요.
퐁뇌프다리를 지나 히볼리 거리고 가는 짧은 이 거리의 이름은 퐁뇌프거리
이 퐁뇌프거리에 한식당이 또 생겼네요 짠!이라고 적혀있는 한글이 보이시나요? 지저번에는 못 본 것 같은데 관심이 없어서 안보인 건가. 여기서 조금 가면 또 한국슈퍼마켓도 하나 있어
짠 한식 레스토랑 바로 건너편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뭐 그렇게 특별한 것도 없어 보여서 3성급 정도라고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이 동네 땅 값이 있다 보니 3성급이 아닐 수도 있겠네
그래서 가격표를 한 번 훑어보았습니다. 아까 호텔을 전경을 보셔서 알겠지만 아파트식이니 방별 차이가 크지 않을 터에 가격 차이도 크지 않네요 하룻밤 200만 원 생각보다 싸네요ㅎㅎ
그래서 봤습니다. 텍스와 조식 30유로에 방값 기본 1500유로 하룻밤 총 250만 원은 별 몇 개일까. 4성급이네요. 다음에는 5성급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찍어 올릴
왼쪽에는 호텔, 그 4성급 호텔 하룻밤 기본 250만 원 그곳이에요. 저 난초 기억하시죠. 바로 옆 건물 https://www.creapole.fr/ 이곳은 디자인 학교입니다.
겉으로 보이에는 별거 없어 보여도 저 사이트 들어가서 보면 아티스틱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내부환경과 수업 커리큘럼이 준비된 곳이더라고요. 근데 한 분이 쉬고 계시네요 최상의 자세로
반짝이는 것이 다 금이 아니라고 하던데, 거리에 누워있다고 다 노숙자다 거지다 부랑자다 할 수 없는 법… 옷도 깨끗하고 낯빛도 화사한 그냥 우리집 어떤 남자 어린이 까만 버젼인듯
한 가정의 중심을 잘 잡을듯한 젖먹이는 엄마. 그녀의 취향 생활습관 언행 행동가짐 마음씀씀이 희로애락을 다루는 방식 삶을 대하는 자세 모두 딸들에게 전승되어 취사선택되겠지만 상당
저 앞에 우리집 공주가 좋아하는 놀이터가 보이네요 풍선..
왼쪽하단. 한국분들 같더라구요. 여기에서 한국말이 들려서보면 피부가 어쩜그리도 하얗고 잡티하나 없는 지..깜짝 깜짝 놀라요. 관리를 모두 하는 그런 분위기인가봐요
사이좋은 모녀 관광객
엄청 맑았는데 폰사진이라 역광이 심하네요. 왼쪽은 샤틀레역이고 오른쪽은 그 광장이에요. 이 역은 많은 노선이 걸쳐져있어서 파리외곽선들이 많이.멈추는 곳이기도해요
그 옆 골목인데 손만두 먹으러가요
이집이에요. 12시 조금 넘었는데 벌써 손님이 많네요
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나왔을까요
네 근처 맛집을 일단 가본후 양자택일하려구요. 이집은 마케팅만 엄청하고 아까 그 코딱지만한 만두집만큼 손님을 끌지는 못하네요. 적어도 오늘. 지금이시간에는 저 집 장사가 낫네요
그래서 사람많은곳으로 다시 돌아가요 바로 앞이에요
음? 생뚱맞죠? 네 화장실에 손 씻으러 왔어요. 이집 손건조기는 정말 쎄요! 정말 장사 잘 되는 집은 곳곳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어요. 손비누는 펌핑스타일 찐진달래색 젤리형!
화장실 입구 그림. 아주 직관적입니다.
허접해보이나요? 하하하.  미역샐허드래요. 다른 사람들 훑어보면 당근샐러드를 많이 시켰더라구요. 부실해보이는 이 집만의 매력일까요?
벽에 저 사진들. 새로 달았네요. 손만두 가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손만두찾아 여기 오는거구 손님은 관광객은 거의 없고
손만두 믹스. 10개와 샐러드. 10유로. 가격이 꽤 착한 편이죠? 저도 입은 고급인데 주머니사정 생각해야할때는 ‘직접만든’ ‘직접담근’ 이런 걸 먹되 양은 줄이는 식으로해요 ㅎㅎ
일을 잘하더라구요. 프로란 이런거다를 보여주니 만두에 더 믿음이 가는 것 같아요.
볶음밥도 있는지 오늘 첨 알았네요. 저 사람 만두는 좀있다나오는데 책에 정신이 팔려서 먹지를 않고 있더라구요. 좀따 얼굴을 봤는데 이십대로보이던데 어디서 무엇을하며 살까요?
아이가 워낙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서 만두집에서 나와서 학용품가게 들러봤어요
다시 샤틀레 역 쪽
여기 돔 반대쪽에 있는 모노프리.  큰 수퍼인데 몇년전부터 카페테리아를 운영해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식사와 디저트를 수퍼에서 골라 테라스에서 이렇게 요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h &m 살게 없네요. 요즘 프랑스 전역이 세일기간인데 겨울쏠드에비해서 별거없어요 그냥 나가려구요
샤틀레역 인에 쇼핑센터가 있어요. 문화복합센터라고해야겠네요 극장등등 다 있어요. 음악도서관 영상도서관 수영장도 있고 물론 주차장도있어요
행복해보이더라구요. 물 수증기에 꺄르르르
이 사진은 제가 할 말이 좀 있는데 시간관계상 다음에 다시 와서 적도록 할게요..  저기 노란색 옷 입은 남자아이랑 그의 아빠 그리고 이 청소차량과 관련있어요
케이 마트. 한국 수퍼입니다. 여기 히볼리거리에 들어선지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여기는 아래에 사진처럼 들어서면 라면이 한무더기부터 보입니다..
케이마트는 오페라에도 하나가 있고 한국인 밀집지역인 15구에도 있고 샹젤리제거리에도 하나가 있어요. 샹젤리제랑 여기가 오페라와 15구지역 케이마트보다 가격이 아주 조금 더 비싸네요
이 프랑스 젊은 처자가 유튜브로 떡볶이 먹방을 보았나보네요. 저걸 사가서 제대로 해 먹기를 바랄뿐.. 작년에 중학교에서 일할때 일년 꿇고 5년째 중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생각나네요
왼쪽 하단에 보시면 엄마가 아이와 함께 돈을 벌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래도 이 엄마는 밖에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지하에 있는 아이들은 하루종일 하늘도 못보니까
네.. 왔던 길 다시 돌아서 역으로 가는 길이에요. 저쪽으로 백화점 보이시죠

바로 옆에 연주자 한분의 동영상은 따로 올렸어요

지나가던 모녀가 있었어요 아이가 한 열 두살 정도 되어보이는 소녀였는데 이 아저씨 손이 바지로 들어가는 걸 보고 놀라서 계속 보니까 엄마가 아이를 확 잡아당겼고 아이가 소리를 지르
monnaie de paris(돈을 만들어 내던 곳이고 현재는 파리조폐국 박물관) 새단장하고 있네요 올림픽 3주전 곳곳에서 그래도 뭘 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네요 ㅎㅎ
사진 중간 왼쪽에 우리가 지나온 백화점이 보이죠? ㅎㅎ 오늘은 사부작 사부작 얼마 안걸어서 볼 것도 별로 없네요 다 거기서 거기..
고객의 니즈를 알아야 한다. 작은 하나의 인사이트가 이렇게 실현되었을 때 그리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예술적 감각으로 흔한 자물통도 사고 싶은 물건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자물통 장사를 하려거든 그녀처럼
Caisse des dépôts et consignations (CDC) 그 옆으로 Musée d'Orsay 오르세박물관 보이네요 M'O
"bleu, blanc et rouge" 프랑스 국기가 꽂혀져 있는 곳이 예금공탁금고 CDC, 이 옆에 오르세 미술관이 이어집니다
M O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이었다구하죠 1986년에 완공되어 아직 40년이 안된 박물관인데 한국인들이 어쩜 이곳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지 모르겠어요 인상주의 작품때문일까요
올림픽도 올림픽이지만 빠리 쁠라쥬라고 방학동안 강가에다가 의자도 놓고 해서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게 하거든요 아직 선선해서 물놀이장은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일정대로 하겠죠
왼쪽 건물 죄다 오르세박물관입니다.
네 박물관 입구는 왼쪽이고 저는 저기 오른쪽 하단에 보면 지하철 입구가 있는데 그쪽에서 RER타고 집에 가려구요 타고 20분이면 집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박물관에 줄이 없더라구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만 일단 집에 가야합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갑자기 좀 삭막하죠? 네 드디어 파리외곽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아이를 찾으러 학교로 가야겠어요.



변화..


인간은 변할 수 있는가 변할 수 없는가는

별할 필요를 느끼는가 느끼지 않는가의 문제이다.


제이에게 나는 자신을 버리지 않을 여자

그래서 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터

그렇다면 그를 위해서라도 이 말을 해야하나


“네가 변하지 않으면 난 떠나”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

고쳐쓸 수 있는가 없는가

고쳐서라도 쓰고 싶은 건가

그러고 싶지 않아 하는 말인가

나는 제이를 고쳐서라도 데리고 살고 싶은가

고장난 걸 고쳐 쓰는 애를 쓰느니

그냥 버려버릴까

버린다고?

누구를?

네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


고쳐 쓴다는 것은 상대가 무기력하고 더 열등적이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고 그의 수동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나에게 ‘인간이 인간을 고쳐쓴다’라는 말은 마치 우울증환자에게 과도한 약을 처방해서 뭔가 사람의 심지를 빼놓는 것처럼.. ‘자신’을 잃은 껍데기를 데리고 내 맘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와 사는 듯 약간 섬뜩하고 어떤 의미에선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맞짱떠야하는 건 저 화상이 아니고 술이다.

여름이 되고 일조기간이 길어져서일까

제이의 취하지 않은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도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다

내가 쟤보다 잘난 것 뭐가 있는가

착각할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해야한다

미우나 고우나 쟤랑은 운명공동체로 묶여버렸다


사람은 안 바뀐다?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나는 창조자가 아니다. 같은 차원을 살아가는 존재에게 이렇게 단언할 수 없다.

또한 나는 절대자도 아니다. '절대'라는 말은 절대자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사람, 바뀌지 쉽지 않다. 정도가 좋겠다.

가능성의 여지도 있고..


'네가 변하지 않으면'

'내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네가 변하면'

'내가 변하면'

'우리가 변하면'


'네가 변하지 않아도'

'내가 변하지 않아도'

'우리가 변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루가 갔다

그렇게 일 년이 갔다

그렇게 십 년이 갔다


모르겠다


일단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자

오늘 하루 일단 살아낼 궁리를 하자

그리고 저녁에 다시 생각하던가 하자

또 다시 

다음에 다음에의 순환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일년이 간다

십년이 간다


반복

순환


관뚜껑이 열린다

관뚜껑이 닫힌다


후회할 겨를도 없이

후회할 필요도 없이


됐다

그만하면 됐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잘 왔다 간다


남겨진 모든 것을 추억하며


그렇게 왔던 곳으로

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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