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엄마/시엄마, 볼룸댄스, 사회생활 그리고 호수 산책
지난 십 년 간 빠짐없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프랑스 입국 후 초반 8년은 나무로 매년 샀지만, 이후 9년 차 10년 차에는 조립식 가짜 나무를 사서 장식을 했다.트리가 무슨 재질이었든 십년의 공통점은 ‘11월 말에’ 기흘랑드가 번쩍거리는 사빵노엘을 밝혔다는 거다.
올해는 이 반짝반짝 기흘랑드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12월하고도 열흘이 더 지났지만 트리를 안하고 있었다
지하에 조립식 나무도 있고, 수년에 걸쳐 늘어난 이것저것 나무에 매다는 것들도 수십종 여전히 그대로 있다. 하지만 그 어느하나 집안에 들이지 않을 생각을 품고 있었다. 노엘분위기 따위 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피겨장 학부모대기실에서 한 엄마가 물어왔다.
노엘 지내죠?
어디로 가서 보내요?
아무래도 여러 문화권이 섞여 있다 보니까, 어찌 보면 예민할 수도 있는 질문인데 그 엄마가 봤을 때 내가 아랍은 아니니까, 편하게 물어본 듯하다.
난, 그렇다, 시엄니댁에 간다 하며, 그녀에게 ‘자기 집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이미 설치했겠죠?‘ 하며 물어보았다.
며칠 전이니, 12월 하고도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난 상황인데, 아직 설치하지 않았지만 토요일에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 토요일이 오늘이다.
나는 올해는 설치 안 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했더니, 나영이가 원하지 않냐고 물어왔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그냥 안 하고 싶다’,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무의식 중에 내가 자기중심적인 부분이 있구나 느꼈던 듯하다. 제이 노무시끼도 내가 트리 설치 안 할 거라고 하니 '여자 나찌'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노무 인간이 저렇게 말하니까 더 짜증이 났지만, 오늘 볼룸댄스 시간에 에밀리 아빠랑 얘기하다가, 그리고 자기 딸에게 얼마나 이쁘게 행동하는지 가늠도 안 되는 그를 보면서, 복합적으로 마음이 살짝 움직였나 보다.
그럼, 지하에서 가져와서 설치하던가
평소답지않게 트리와 장신구 기흘랑드들, 그리고 십여미터는 훌쩍 넘을 길디 긴 조명까지, 이제껏 내가 전담했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박스 세개를 귀신같이 지하에서 찾아와서 거실로 들고 들어오는 제이
유피!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그럼 됐지 뭐.
솔직히 지난 십 년처럼,
11월 말에 설치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이엄마가 지난 11월 방문했을 때,
아직 트리 설치하지 않은 것을 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 내야 되지 않겠냐'며,
트리에 다는 새로운 것들 이것저것 몇 가지 사서 이쁜 통에 넣어서 아이에게 선물하며, 선수를 치는 것에 기분이 틀렸었다. 오지게 뒤틀렸었다.
그녀가 덩치가 작은 9세 내 아이에게 10-11세 티셔츠를 사 오면 그것도 싫고, 7세일 때는 7세 아이 점퍼를 사 와서 딱 맞아서 싫고 그랬던 것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고깝게 들리는 것은 내 마음이 뒤틀려서이겠고.
아침에 정말 오랜만에 김여사와 통화를 했다.
크리스마스 프랑스에서는 큰 명절이라카든데
우리 나영이 선물 보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계좌번호 한번 불러봐라,
됐다 마, 할매가 뭐 할라꼬 신경 쓴다고 캐싼노
한국은 팔십은 되야 할매라 칸다
빨리 은행계좌 함 불러봐라 연필준비했다
됐다. 연필은 말라꼬
볼펜. 빨리 불러봐라
됐다. 복잡하게 말라꼬
빨리 불러라 안카믄 비행기 타고 간대이
그래 잘 됐네 선물 사가꼬 비행기 타고 온나
우리 엄마를 보면서, 그리고 제이 엄마를 대면할 때
내 모습이 슬쩍슬쩍 보일 때가 있다.
그녀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객관화해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싶다.
세상 모든 ‘밉지만 미워하기 애매한 그녀들,
그리고 그들‘
우리 모두의 행복을 빈다. 진심으로
아침에 아이 ppg수업을 하는 한 시간 동안,
호수 주변을 돌았다.
뛰거나 정말 빠르게 걸으면 한 바퀴가 가능하겠지만, 오늘은 첫날이라, 2/3 정도까지 갔다가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9월부터 시작한 이 토요일 오전 수업, 그리고 수요일 오전 수업, 나는 그냥 아이를 지켜보고 있거나, 책을 읽거나 맥북을 하거나 혹 입을 털고 싶으면 엄마들과 아니면 에밀리 아빠랑 이런 저런 야ㅣ기하면서 그러고 앉아만 있곤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체육관에서 ppg 반대쪽의 육상 수업을 하는 한 아이 할머니와 건강 얘기를 하다가, 호수 주변 걷기 활동을 제안받았다. 그녀가 다음 주에 멤버들이 있는데 같이 하자, 주차장 쪽에서 출발한다고 일종의 건강 지킴이로서 좋은 습관 만들기에 초대를 한 셈이다. 좀 늦게 도착해서 그녀들과 만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 걷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뛰고 걷고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으며,
시공간을 넘어서는 신비로운 경험이 되었다.
오늘 2부 수업인 볼룸 댄스 마치고,
초대장 사건의 아이 엄마가
다음 주 토요일에 모두 시간이 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나는
'우리 집 아이는 초대장을 받지 못해서 못 갈 것 같다'라고 했더니,
너무 놀라고 당황하면서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다 하면서 꼭 와달라고 얘기를 했다.
나는
'아이들도 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그쪽은 1년간 함께 하면서 정도 들고 했을 텐데, 굳이 엄마들이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했지만 계속
아니라면서, 그러면 안 되지요, 하면서 당황해했다.
그녀는 나와 띠동갑이다.
화려한 왓챕 사진,
캣걸 같은 심상치 않은 의상과 짙은 화장을 보면
뭔가 아티스트, 중에서도 댄서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딸아이도 춤선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직 7세면 어리지만
확실히 타고난 선도 그렇고
똑똑하고 열심히 하고 대기하는 부모없이도 씩씩하고
여튼, 그녀의 딸은 딱 부러진다,
자기 엄마를 꼭 닮았다.
운전하면서 집으로 가다 보니
그 둘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근처에 사는 가 보다.
엄마가 앞서가고 아이가 뒤에서 쫓듯이 따라간다..?
손도 잡아주지 않고, 싸늘한 느낌마다 들었다.
설마 나의 고자질 때문은 아니겠지?
뭐,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고.
-끝-
이라고 하고 싶지만, 오늘 오전 기억할 것 하나 더.
띠동갑 보다 더 어리지만 나랑 단짝삘 풍기는
별자리가 poissons물고기라는 에밀리아빠. .
“나는 지난주 나영이가 훨씬 잘했다고 여전히 생각해”
“어휴~~~ 됐어. 뭐 지난 일을 가지고. 뭐든 어때 괜찮아”라고 했지만, 그의 섬세함이 놀라웠다.
애증의
‘최종 4인‘ ‘2인‘ ’최고의1인‘ 지금 바로 선택! 하세요~
최종 2인 안 되는 게 훨씬 나았을 지난주의 악몽!
저거..?
오늘은 없었다
다행이다.
잘해도 걱정. 못해도 걱정.
참.. 다사다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