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지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하룻밤 머물고 가라고 할 줄 알았다. 러시아 친구도 며칠 머물렀지 않나. 그런데 내려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컴컴한 어둠 속, 홀로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조금은 망설여 졌다. 핸드폰의 라이트 기능을 켜야 시야가 겨우 확보 될 정도로 어두웠다. 그러나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미 방도 잡았고 또 억지로 신세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적막의 어둠 속 해발 약 4,000m의 히말라야 어딘가에서 부랴부랴 내려갔다. 쏜살같이 내려갔다. 이상하게도 그가 제공해준 차와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았다. 공포심도 크게 생기지 않았다. 일사천리로 내려왔다.
내려 가다 보니, 다시 그 긴 철망사다리에 맞닥뜨렸다. 어두 컴컴한 밤중에 어떻게 건너 갈지 잠시 고민을 했다. 어두워 다리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겨우 핸드폰의 라이트 기능이 앞길만을 겨우 비춰주고 있을 뿐. 하지만, 역시나,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냥 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걱정을 뒤로 한 채, 발을 다리에 내디뎠다. 그리고 걸어가기 시작 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발생하였다. 오히려 낮과 같은 공포심이 생기지 않았던 것. 낮에는 벌벌 떨면서 천천히 걸어 갔던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쏜살같이 미련 없이 후다닥 건너 갔다. 순식간에 다리 건너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두워서 다리 외의 시야가 차단이 된 것이었다. 낮에는 다리 낭떠러지 끝까지 훤히 볼 수 있었다면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포심이 크게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밝아도, 잘 걷지 못했다. 완전히 어두웠어도, 잘 걷지 못하였을 것이다. 적당히 밝고 적당히 어두우니 그 다리를 잘 건너 갈 수 있었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구나.
사실, 낮과 밤의 망사 다리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다.계곡도, 강도, 건너는 사람의 몸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큰 차이가 났던 것은 빛의 강도와 마음의 반응이었다. 마음이 어떻게 받아드리고 인식 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너무나 다르게 전개되었다. 실제로 발생하지도 않을 일에 너무나도 겁을 먹고 공포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