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독후감상문

위화의 장편소설

by 신현호

개요, 위화와 나.

23년 9월에 국내를 방문한 위화

작가 위화는 <허삼관매혈기>와 <인생>으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현대 중국 작가이다. 나 또한 그를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알게 됐고, 모옌의 <개구리>에 이어 본격적으로 중국 문학을 알아보기 위해 <허삼관매혈기>를 읽으면서 명료하고 절절한 위화의 작품 세계에 매력을 느꼈다.


현대 중문학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읽기 시작한 모옌과 옌렌커보다도, 스타일이 직관적이고 서사와 감정에 집중하는 위화의 소설이 조금 더 마음에 들어서 매년 한 권씩은 읽어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인생>을 읽었고, 올해에는 <형제>를 읽었다.


하지만, 작가 위화를 향한 평소의 기대와는 다르게 <인생>은 읽기 전에 위화의 다른 소설들 처럼 '믿고 보는' 정도는 아니었다. 독서 커뮤니티에서 위화의 <형제>는 대표작에 비해서 비천하고 더러운 이야기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독자들의 여론은 나머지 파트는 인정해도, 이야기의 절정 부분은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외설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이러다보니, 나 또한 위화라는 작가가 나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아주 미뤄두지는 못한 채 책을 열었다.


끝까지 소설을 읽고나서는 왜 <인생> 위화의 이야기 중 가장 논란이 이는 소설인지 이해할만 했다. 아마도 중국 내부에서는 더더욱 반향이 일만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야기의 메인 컨셉트가 '천박함'이기 때문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컨셉트에 대해서

비슷하게 천박함이 메인 컨셉인 국내 액션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상황을 시각적 테마로 삼은 작품 <디스트릭트 9>

상기한 두 작품은 <형제>와 비슷하게 천박함 내지는 비위생적인 상황이 주된 배경이 되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여러모로 시청자의 취향을 많이 타는 작품으로, 지나친 B급 감수성에 반감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예시로 든 두 영화가 소재나 비주얼이 B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받을 수는 없듯이, 위화의 <형제> 또한 강점과 말하고자 하는 소신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위화의 <형제> 또한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현실을 과장 섞인 천박함으로 그려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류진 사람들의 허세 섞인 욕설이나, 당연하다는 듯이 벌이는 성희롱 등이 이러한 분위기를 굳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형제>를 주도하는 화풍을 굳이 분류하자면, 저개발국의 B급 감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이야기의 희극과 비극, 장단점을 극대화시켜 여러모로 <형제>를 찬사와 야유를 함께 받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간 <허삼관매혈기>와 <인생>으로 뜨거운 가족의 정을 그리던 위화는 이번 작품 <헝제>에서는 대하 소설의 양식으로 난세를 해쳐나가는 송강, 이광두 형제간의 우애와 경쟁을 그렸다. 인생사 희노애락만을 그렸던 <허삼관매혈기>나 <인생>에 비하면, <형제>는 물질만능주의만이 남은 세태를 향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곤혹스럽겠다면 곤혹스럽겠지만, 위화의 <형제>의 이야기는 아버지와 똑같이 화장실에서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는 주인공 '이광두'에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강렬한 에피소드를 던져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위화의 <형제>에서는 지저분한 상황들과 문화 대혁명과 자본주의의 도입이 불러온 처참한 촌극을 과격한 필체로 그려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형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더럽고 천하기만 한 이야기로 점철돼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위화의 다른 이야기들처럼, <형제> 또한 인간사 희노애락과 희비교차의 공존을 주된 테마로 삼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자비한 폭력과 비천한 촌극을 넘어서 그러한 상황에서도 공존하는 인간애와 아름다움을 그렸다.

대표적으로, 창피한 현실 속에서 이광두가 난생 처음으로 목격한 아름다운 밤하늘, 하루종일 고생한 계부 송범평이 아들들과 한밤 중에 찾은 바닷가, 아름다운 임홍과 송강의 만남 등등이 이러한 예시이다. 이러한 각 장면들은 그간 혐오스러웠던 현실과 저열한 폭력 덕분에 더더욱 빛을 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위화의 <형제>는 과격한 작품이기 때문에 읽기 편한 작품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형제> 가 40년만에 급격히 근대화된 중국 역사의 약점을 비판하기 위해 과격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읽으면 작가의 태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줄거리

<형제>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여자 화장실을 엿보려다 똥통에 빠져 죽어 읍의 비웃음거리로 자라난 빡빡머리 소년 '이광두'와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한 의인 '송범평'의 아들인 '송강'이 재혼으로 광두의 형제가 되면서 시작한다.


문화대혁명의 광풍으로 피붙이라고는 서로밖에 남지 않은 이광두와 송강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로의 아버지를 닮아간다. 형인 송강은 계모이자 광두의 어머니인 '이란'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인 '광두가 나쁜 길로 새지 않도록 양보하고 감독해달라'는 말을 지킬 것을 굳게 다짐한다.


난봉꾼과 기업인으로서의 두각을 드러낸 광두는 읍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임홍'과 결혼할 작정으로 구애하기 시작하고, 송강은 그의 책사가 되어 광두의 연애사업을 돕는다.

그러나, 임홍은 매사에 천박한 광두 대신, 조용하고 꼿꼿한 송강에게 매료되고, 하늘이 두쪽 나도 갈라서지 않을 것 같았던 두 형제 사이에는 점점 균열이 커지기 시작한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야기는 송강과 이광두의 변천사를 그리는 이야기이기 떄문에, 60년대의 문화대혁명, 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자본주의의 도입, 90년대 이루어진 급격한 근대화와 자본주의화, 2000년대 초반 중국과 일본 간의 외교적 갈등이 주된 배경이 된다.


감상문과 비판점

<형제>의 상편에서는 60~70년대를 배경으로, 중국을 지배했던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드러난다. 옛 중화 제국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민초의 삶을 조명하는데, 옥신각신대는 시골의 풍속을 잘 그려냈다.

또한 문화대혁명이 불러 온 명분 없는 박해와 폭력, 도를 넘은 가혹행위에 대한 묘사 또한 매우 섬세하여, 읽는 동안 진땀을 뺐다. 문화대혁명의 도래로 출신 성분에서 덜미를 잡혀 린치당하는 정직한 송범평과, 결국 탄압할 대상이 사라지자 죄 없는 사람들마저 아무나 죽어나가는 상황 끝에 자결한 손위의 아버지 등이 문화대혁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러한 묘사는 처음에는 그럴 듯한 합리성과 명분으로 시작한 문화대혁명이 결국 파괴와 후퇴만을 남겼다는 묘사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문화대혁명으로 좋든 싫든 중국 향촌은 혼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리기 시작한 셈이었다.


이러한 무자비한 현실의 묘사 덕분에, 문화대혁명이 민초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무게감이 실감이 났다. 그동안 <인생>이나 <허삼관매혈기>에서는 어떻게든 넘길 수 있는 소동으로 문화대혁명이 그려진 반면, <형제>에서는 문화대혁명이 불러온 전대미문의 폭력 사태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그간 인생사 흥망성쇠를 그리는 위화의 다른 소설들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묘사에 충격을 받았다.


2권부터는 본격적인 형제의 분열이 일어난다. 시대도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새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상인 이광두는 한 번의 실패 이후로 끝 없이 출세하지만, 이전 시대에 필요했던 송강은 점차 생활고에 빠진다.

문화대혁명 이전에는 정직하기 때문에 존경을 받았던 송씨 일가는 문화대혁명으로 일대 고초를 겪고, 앞으로 세워질 자본주의 시대에는 더더욱 적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일대 사건이 단 40년만에 벌어진 중국이 겪은 근대화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기 위해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송강이 겪은 부적응에는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다소 신파적인 작위성이 작품을 주도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기업 국유화가 해지되면서 송강이 일자리를 잃고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건강을 잃는 부분까지는 그렇게 작위적인 전개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건강을 잃은 송강이 겪는 힘겨운 경제 생활은 억지로 가혹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송강과 주유의 성인용품 장사 파트는 아무리 이야기의 주된 비판점이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정직함은 무가치해지고, 사기가 성행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지만, 주인공인 송강의 처우가 작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 작품의 논란의 중심이 되는 '처녀미인대회'는 차라리 덜 이상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촌극을 통해 중국 대중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성장할 시간과 '무엇을 추구해야하는가'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고 물질적인 부만을 얻었다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이 에피스드에선 가짜 사랑과 가장된 정직이 범람하는 현실을 그려보는 시도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 종종 웃음거리로 쓰이는 '대륙의 기상'같은 드립의 원전이 되는 중국인의 괴악한 행보의 원인이나 세태를 잘 보여주기라도 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형제>에서 작품의 과격함은 작품을 지배하는 하나의 테마이기 때문에 비판거리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주제의식인 '성급한 근대화가 낳은 문화 지체'를 강조하기 위해서 작가가 인물에게 에피소드를 던지는 방식 또한 작품의 테마와 마찬가지로 과격했기 때문에 이야기로서는 실패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글이 과격하다고 해도, 글을 쓰는 작가 또한 그러한 과격함에 전염되어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서는 안 됐다. 이러한 작가의 동조가 송강의 불행 서사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지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형제>가 <허삼관매혈기>나, <인생>보다 작가의 인내심과 종합적인 완성도가 살짝 부족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다만, 아름다움과 비침한 현실이 공존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그려내는 위화의 성격은 여전히 건재해서, 송강이 죽기 전에 바라보는 하늘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다시 이야기의 전면에 나타나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임홍의 배신은 이광두에게 넘어가는 명분이 다소 부족했으나, 이야기의 흐름 상 이상하진 않았다. 임홍이 이광두처럼 생각이 짧은 구석이 있고 욕심이 큰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송강에게 벌어진 시계 사태로 예기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개는 이광두와 임홍이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는 대목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는 전개였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중국에게는 여전히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난다. 작가의 서문대로 400년간 이루어져야 할 근대화를 40년만에 처리한 중국이 뒤늦은 성장통에 시달리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화 지체를 진단하는 위화의 시선은, 오늘날에도 자본주의적 출세만을 추구하길 강요하는 현대 동아시아 세계의 맹점을 꽤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줄거리 : 4.0 / 5.0 -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위화의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은 언제나 고평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 또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읽었다. 하지만, 작위적인 서사 전개라는 한계점 또한 가지고 있다.

스타일 : 3.8 / 5.0 - 깔끔한 간결체의 사용과 대담하고 골계미있는 묘사들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

메세지 : 3.4 / 5.0 - 현대 중국 사회의 가장 큰 약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 현대 중국에서는 나오기 힘들 법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취향반영점수 총점 : 3.9 - 흥미진진한 줄거리, 인간사 희노애락을 그려내는 위화의 강점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지만, 추구하는 스타일의 약점 또한 크기 때문에 고평가까지는 하기 어려운 작품.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었으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다만 여러모로 감정의 소모가 큰 작품이라, 대단히 읽기 피곤했다는 생각도 든다. 때문에, 한동안 위화의 소설 읽기는 쉴 것 같다. 나중에 지나치게 관념적인 소설을 읽고나면 또 직관적인 위화가 그리워질 것 같긴한데,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다음에는 아무래도 이젠 어느 정도 맥락을 아는 중국 대륙의 역사 소설 말고, 또 다른 역사를 지낸 타이완 작가가 쓴 현대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개발도상국 소설 읽기를 이어나가 동남아시아의 소설들을 읽어볼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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