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을 찾아서

1화. 사라진 구멍

by 구현

김창식 씨의 하루는 완벽한 리듬 속에 있었다. 스무 해 가까이 반복된 월급쟁이의 삶이 몸에 새겨진 관성 같은 것이었다. 오전 6시 50분, 알람이 울리면 기계적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전날 밤 빳빳하게 다려둔 와이셔츠를 걸치고, 아내가 차려준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오전 7시 35분,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현관문을 나섰다. 전철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시간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의 발걸음에 스며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팍팍한 삶의 고됨을 잠시 잊게 해주는 오랜 의식이 있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마자 담뱃불을 붙이는 것. 불꽃이 타오르고 폐부 깊숙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하루를 시작하는 긴장감과 오늘 하루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함께 해소되는 듯했다. 완벽한 리듬을 타려면 어느 정도의 유해함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 특별한 의식을 완성하는 마침표가 있었다. 아파트 입구 도로에 박혀 있는 하수도 맨홀 뚜껑의 작은 배수구멍. 이 아파트에 이사하고 십 년이 넘도록 그는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그 구멍에 담배꽁초를 버렸다. 그 구멍은 마치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빨아들이는 작은 블랙홀과도 같았다.


승진에서 밀려났던 날, 아들이 대학 입시에서 실패했던 날, 아내와 크게 다툰 다음 날에도 그 구멍은 변함없이 그의 푸념을 묵묵히 받아주었다.


아내의 "여보, 담배 좀 끊어."라는 잔소리를 할 때마다 김창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몰라. 이 담배 한 개비가 없었다면, 이 구멍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이 팍팍한 세상을 버텨왔겠어.'

그런데 오늘, 그 완벽했던 루틴에 균열이 생겼다. 아파트 단지를 막 빠져나와 버스 정류소로 향하던 횡단보도 위에서 그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움직였을 두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담배꽁초를 집어 든 손가락들은 자신들에게 벌어진 이 기이한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았다.


"어? 어디 갔지?"


김창식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익숙한 가로수, 아파트 입구와 만나는 도로. 오직 그 구멍만이 사라져 있었다. 새로 포장한 매끄럽고 새까만 아스팔트가 그저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은 서른 걸음 정도 앞에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마을버스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제길!"


김창식은 담배꽁초를 손에 든 채 정류장을 향해 뛰었다. 급하게 버스에 오르느라 그의 신경은 한껏 예민해졌고, 몸은 찝찝했다. 버스에 오르기 전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꽁초가 마음에 걸리는 듯, 그는 힘겹게 침을 삼키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완벽한 과정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사라진 것이다. 그의 일상에 난 이 알 수 없는 구멍은 마치 영혼이 허기진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누가 내 구멍을 없앴을까? 왜? 무슨 권리로?'


그는 이 중대한 사태를 당장 구청이나 시청 같은 정부 기관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전철역으로 가는 바쁜 걸음 중에도, 그는 신고를 놓칠 수 없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