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제3조 접대(接待)
"여보세요, 사람 좀 보내주세요.
집이 너무 추워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2025년 겨울.
이 노인, 80세.
집 안 온도 영하 2도.
보일러가 고장났다.
노인은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해당하는 번호를 눌러주세요."
AI 음성이었다.
노인은 번호를 눌렀다.
"보일러 모델명을 말씀해주세요."
"모, 모델명이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사람 좀..."
"죄송합니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세요."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집이 너무 추워요.
제발 사람 좀 보내주세요."
"고장 코드를 선택해주세요.
1번, 점화 불량.
2번, 온도 조절 오류..."
노인은 울었다.
"사람이랑 통화하고 싶어요."
"상담원 연결은
평균 대기 시간 47분입니다.
계속 기다리시겠습니까?"
노인은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노인은
두꺼운 이불 3장을 덮고
떨며 잠들었다.
같은 시각.
기업 본사 회의실.
고객센터 담당 임원이
보고했다.
"AI 상담 시스템 도입 후
운영비 42% 절감했습니다."
"상담원 120명 감축했고,
응답 속도는 3배 향상됐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스마트 접대의 성공 사례입니다."
그날 밤
AI가 처리한 통화 중
87건이 '인식 오류'로 분류됐다.
대부분 노인이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었다.
발음이 어눌한 사람이었다.
AI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賓客之來 禮意宜厚
빈객지래 예의의후
"귀한 손님이 오면
마땅히 예의와 성의를
두텁게 해야 한다."
접대(接待).
손님을 맞이하는 것.
정약용은 말했다.
손님이 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의(誠意)다.
AI 상담은
빨랐다.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성의가 없었다.
노인의 떨리는 목소리를
'인식 오류'로 처리했다.
"집이 추워요"라는
절박함을
코드로만 분류했다.
供具精潔 不必珍羞
공구정결 불필진수
"대접하는 도구와 음식은
정갈하고 깨끗해야 하며,
반드시 진귀하고 비싼 음식일
필요는 없다."
정약용은 강조했다.
접대는
화려함이 아니라
적절함이다.
비싼 음식이 아니라
정갈한 마음이다.
AI 상담 시스템은
화려했다.
"최신 음성 인식 기술."
"24시간 무중단 서비스."
"3배 빠른 응답 속도."
하지만
정갈하지 못했다.
노인의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인식하지 못했다.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노인의 이웃이
방문했다.
방이 얼어붙어 있었다.
노인은 이불 속에서 떨고 있었다.
이웃이
보일러 수리 기사를 불렀다.
기사가 왔다.
30분 만에 고쳤다.
"할아버지, 왜 진작 전화 안 하셨어요?"
"어제 했는데...
기계가 나를 못 알아듣더라고."
기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歡然相接 忘其旅寓
환연상접 망기여우
"기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여,
손님이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잊게 해야 한다."
정약용은 말했다.
접대의 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마음의 위로다.
손님이
외로움을 잊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기업은
42% 비용을 절감했다.
응답 속도를 3배 높였다.
하지만
87명의 노인을
'인식 오류'로 남겼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AI는
손님을 빠르게 처리했는가,
아니면
손님의 마음을
따뜻하게 대했는가?"
[내일 계속]
예전 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