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구멍의 끝에서
현장사무실에서 전전긍긍하며 줄담배를 피워대던 백동수에게 벼락을 맞은 듯한 전율이 쪼그라든 심장을 강타했다. 머릿속을 짓누르던 모든 생각들이 한순간에 흩어지고, 하나의 강렬한 의문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맞아! 그 '구멍'을 찾아달라고 했던 민원인. 그 사람은 분명히 그 자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며 생각을 굳혔다.
‘그 누구도 도로의 맨홀 뚜껑을 확인하며 다니지는 않아. 나도 몰라, 우리 집 앞에 무슨 맨홀이 있지? 그래 몰라, 그걸 어떻게 알아.’
백동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구멍을 찾아서 완료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백동수는 떨리는 손으로 이벌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가락이 마비된 듯 무거웠다. 그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최후의 통첩이나 다름없었다.
이벌건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백 과장, 무슨 일이야. 구멍 찾아서?"
그의 목소리에는 백동수가 겪고 있는 혼란을 즐기는 듯한 조롱이 묻어 있었다. 백동수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애원하듯 말했다.
“감독님, 그 구멍을 찾아달라고 한 민원인 말입니다. 그 민원인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을까요?”
이벌건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백동수의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 갈 즈음, 이벌건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민원인? 그래, 구멍을 찾아달라고 한 그 민원인. 그 사람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는 거지?"
백동수의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눈앞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고뇌를 이벌건은 모두 읽고 있었다.
한참 동안 밀고 당기는 장난 반 흥정 반의 대화 끝에, 이벌건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민원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속삭였다.
"구멍 찾으면, 알지!"
그랬다. 그날 밤, 이벌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냉철한 이성을 방패로 살아가는 공무원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한 마리 늑대가 되어 그 밤을 장악했다. 그날 밤의 기억은 백동수의 뇌리에 깊이 박혔고, 이 구멍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이벌건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백동수는 떨리는 손으로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