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돌아온 구멍
전례 없는 폭염과 함께 시작된 장마가 국지성 폭우로 변했다. 사람들은 기후 위기를 현실로 체감하면서도, 불안과 설렘이 뒤섞인 채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빗물은 하수관으로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현장 창고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김 반장의 마음은 눅눅한 곰팡이가 피어난 듯 찝찝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그의 불안한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노란 아파트가 걱정되었다. 노란 아파트를 지나갈 때마다 혹시라도 준설 작업의 흔적을 찾아보곤 했지만, 그런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용직 인부들은 비가 와서 일도 안 되는 날인데도 현장 창고를 서성이는 김 반장을 보며 눈치껏 귀가를 서둘렀다.
"반장님, 오랜만에 막걸리 한 잔 하시겠어요?"
"됐다. 너희들이나 가서 쉬어."
일당이라도 벌 수 있을까 싶어 나온 그들의 눈빛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반장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 역시 일당벌이 신세였지만, 불안한 예감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새벽 4시, 노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구르르륵… 구르르륵…"
땅 밑에서 거대한 괴물이 숨을 쉬는 것 같은 소리였다. 야간 근무를 서던 경비원이 손전등을 들고 지하로 내려갔을 때, 이미 바닥에서는 물이 스며올라오고 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그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물은 계속해서 차올랐다. 어느새 발목까지 차오른 물이 그의 움직임을 무겁게 만들었다.
경비원은 아파트 입구에서 밀려드는 물살을 발견하고 급히 119에 신고했다. 하수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역류했다.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한 하수도 맨홀 뚜껑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쾅!"
폭발음과 함께 아파트 입구 도로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경비원은 거센 물살에 휩쓸릴 뻔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도로에서 쏟아져 나온 물은 거센 급류가 되어 지하주차장으로 몰려들었다. 지하주차장은 순식간에 거대한 물탱크로 변했다. 빗물과 하수가 뒤섞인 탁한 물이 주차된 차량들을 하나둘 삼켜갔다.
침수 피해를 알리는 뉴스 속보가 연일 이어졌다.
"새벽시간, 노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하수관 역류로 인한 대규모 침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차량만 550여 대에 이르며, 피해 규모는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TV 화면에는 물에 잠긴 지하주차장의 참혹한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리포터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이번 침수는 하수관 막힘으로 인한 역류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하수관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라고 지적했습니다."
백동수는 TV 속보를 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덜덜 떨렸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잿빛 하늘을 응시했다.
"하수관이 꽉 막혔어."
김 반장의 목소리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준설을 해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이. 백동수는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고개를 흔들며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그건 우리 공사하고는 아무 상관없어. 우리는 그냥 도로포장만 했다고."
스스로를 달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눈에는 지울 수 없는 불안이 어리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