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크리스마스 (마지막 이야기)
교회 언덕을 내려오는 데 눈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발걸음을 멈추고 흐느꼈다.
"막힌 변기..."
김 상병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맞다! 나는 항상 그랬다. 학교에서도, 중대에서도, 어디서나 실패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모든 게 사라진다고 생각했었다. 어젯밤 꿈속에서도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멍청하고 비겁했다. 나는 점등식보다 다시 막힌 변기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만을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김 상병이 내일 전기 기술자를 데리고 오면 아마도 간단하게 고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정말로 막힌 변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언덕길 아래에 주저앉았다. 전기공사 기능사 자격증을 땄을 때, 학교 화장실에 숨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린 그 순간을 떠올렸다. 내 손으로 해냈던 그날. 그게 내가 가진 전부였다. 이 기적의 시작이었다. 중대에 돌아가 막힌 변기가 되더라도 내 자격증마저 그렇게 만들 수 없다.
김 상병은 믿지 않았지만, 나는 안다. 스파크가 보인다는 걸. 어둠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걸.
도망치지 않겠다. 나는 지금 간절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다. 화려하게 빛나는 점등식을 보고 싶다. 이건 나의, 나의 크리스마스다. 나의 크리스마스 점등식은 이제 시작이다. 퓨즈를 찾아야 한다. 퓨즈를.
중대본부 상황실로 곧장 뛰어갔다. 주번하사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종호야, 어디 아프냐? 뭔 땀을 그렇게 흘려."
"퓨, 퓨, 퓨즈가 필, 필요, 합니다. 교, 교회에"
"퓨즈가 어디 있다고."
"청, 청소 하, 하다가 봐, 봤습니다."
보급계 책상 옆 공구함에 있는 퓨즈를 몽땅 꺼내 들고 상황실을 나왔다. 주번하사는 교회로 간다는 나를 내버려 두었다.
어둠에 휩싸인 언덕을 뛰어올랐다. 끔찍한 통증이 번졌고, 비 오듯 땀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퓨즈를 교체했다. 점등스위치를 눌렀다.
순간, 분명히 보았다. '스파크다.'
교회 두 번째 창문 아래 귀퉁이, 그곳에서 작은 불빛이 번쩍하고 사라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눈동자에 선명하게 남았다.
'불량전구다. 바로 저기!'
어둠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오른팔의 통증을 잊으려 이를 악물고 새 전구로 교체했다. 다시 퓨즈를 교체하고 점등스위치 앞으로 달려갔다.
'제발... 제발...'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눌렀다. 칠흑 같은 어둠이 한순간 사라졌다.
교회 주변을 가득 채운 화려한 불빛. 십자가 철탑을 타고 치솟은 빛이 꼭대기에서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교회 건물을 따라 그려진 따뜻한 불빛들. 크리스마스트리의 화려한 장식조명.
성공했다.
김 상병이 막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걸음을 멈춘 김 상병이 고개를 들어 교회를 바라봤다.
깊은 밤. 아스라한 불빛, 마구간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작은 눈에 반짝이는 눈물을 보았다. 떨리는 손이 아기의 눈물에 닿았다. 아픔은 사라졌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른 새벽, 불침번이 거친 숨소리와 식은땀에 흠뻑 젖은 나를 발견했다. 그는 일직사관에게 연락했다.
나는 의식을 잃은 채 의무실로 옮겨졌다. 정오의 밝은 햇살에 눈을 떴다. 심각한 표정의 의무장교가 다가왔다. 오른쪽 팔목 골절과 인대 파열, 거기에 쇼크가 겹쳤다는 진단이었다. 의무장교는 내 몸 전체를 살폈고 구타 흔적을 발견했다. 이 부상도 그와 관련이 있다며 신고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의무장교가 의무실을 나가자 의무병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희 중대 몇 명 영창 가게 생겼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라 내일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될 거다. 두어 달 있다가 오면 정기휴가 가고. 그러면 잠잠해질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러니까 조사받을 때 있는 그대로 말해."
저녁 TV 시청시간에 의무실을 빠져나왔다. 바람이 차다. 부대 중앙도로를 걸어갔다. 1대대 막사 앞을 막 지날 때였다.
언덕 위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어두운 밤하늘에 펼쳐졌다. 성가대의 합창 소리가 들렸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