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6 뒤로 가기 좀 그만 눌러

작대기 세 개와 종료버튼의 미약한 존재감

by 행부헤일리


토요일 오전, 약속에 나가기 전 여유시간이 남아 아빠에게 물어볼 게 있는지 확인합니다. 아빠의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어휴, 많지~" 저는 "아빠가 생각할 때 5분 정도 걸리는 거로 하자. 그럼 20분 걸릴 테니까."

아빠는 안경과 핸드폰을 챙겨 옵니다. 우리의 대화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엄마도 옆에 앉습니다.


아빠: 나보고 뭘 자꾸 승인을 하라고 하라는데 그런 걸 잘 안 해서 그런지 일이 잘 안돼.

나: 뭘 하는데 승인을 하래? 보여줘야 알지. 너무 두루뭉술해.

최근에 핸드폰을 바꾼 아빠는 승인 관련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보여주질 않으니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스크린캡처를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인데 왜 승인은 캡처를 안 할까요? 아빠의 앨범은 건강 관련 캡처만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빠: 그전에는 이 카카오 앱을 사용을 안 해봤어

나: 카카오 '앱'이 아니라 '맵'이야. 맵은 지도라는 뜻이야.

아빠: 이게 지도로 볼 수도 있고 선 따라서 쭉 가보기도 했거든, 그 전꺼는? 선 따라서 차가 움직이는 것처럼. 시작이 돼야 할 거 아니야. 어제 여기까지 했는데 이거 확인을 시켜줘야 되는 거지?

나: 여기에 뭐라고 쓰여있어?

아빠: 제한되어 있어 길안내를 사용할 수 없다고,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서 배터리를 못 쓴다고.

나: 그다음에 또 읽어봐.

아빠: 설정에서 카카오앱, 애플리케이션, 이거 확인을 누르면 인자 설정이 된다는 거야?

나: 아니, 이렇게 하라는 얘기지. (뒤로 가기를 누르려는 아빠를 보고) 잠깐! 내가 뒤로 가지 누르지 말라고 했잖아. 왜 뭐만 하면 뒤로 가기를 누르는 거야. 설정 후 이용하라고 쓰여있잖아. 이 가운데 버튼을 눌러서 설정으로 가.

아빠: 여기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나? 여러 가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엄마: 카카오! 카카오!

아빠: 적어놓고 해야겠구나.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나: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니 매우 긴 목록이 뜸)이게 가나다순으로 되어있잖아. 카카오 맵이니까 키읔이면 뒤에 있을 거잖아.

엄마: 많이 올려~! 카카오 앱을 찾아야 되잖아. 올려 올려~!

엄마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아빠에게 큰소리칠 기회가 생겨 즐거워 보입니다.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확실합니다.


나: 엄마 좀 가만히 있어봐. 카카오맵이 이름이니까 키읔이면 어디 있겠어?

아빠: ㅎ? 히읗이라고?

나: (뒷목을 잡으며) 카카오가 왜 히읗이야?

아빠: 아~ 키읔이라 이거지

나: 그래! 그리고 다음 순서를 알려면 작대기 3개를 눌러서 확인해. 그럼 그다음에 뭐해야 돼?

아빠: 그럼 이게 최적화가 있던 게 일로 오는 거구나. 그럼 인자 끝난 거네.

나: 여기서 카카오맵으로 바로 돌아갈 수 있어. 내가 이거 진짜 너무 많이 얘기했어.

아빠: 아이고 하하하 이거 누르는 거야? (종료버튼을 가리키며)

나: (고개를 숙이며) 작대기 3개 누르는 거라니까.


카카오맵으로 돌아간 후에,

아빠: 이제 끝났네. (띠리링 소리를 내며 작동이 되는 카카오맵) 맞아, 이렇게 보면서 지도를 봐서 모르겠으면 길 따라서 내가 가보고 그랬어, 그전 때 핸드폰은. 내가 일하면서 쓸 일이 없으니까 새로운 데 가려면 이걸 볼 줄 알아야 되는데 이게 안 되더라고.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학원 운전기사로 오랫동안 일한 아빠는 동네를 벗어나는 운전은 많이 안 해봤겠지. 근데 생각해 보면 예전에 지도 들고 다니면서 운전했었는데 아빠도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는 점이 놀라웠어. 그냥 지도 앱 기능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가. 그래, 새로운 기능 써서 더 편해지면 좋지.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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