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7-산부인과에서 만난 동지

다들 파이팅 하시라

by 행부헤일리


검진받을 일이 있어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사람이 많아 두 시간이 안 되어서야 진료실 앞에 대기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실이 가까워져 올수록 통화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짜증이 가득한 큰 목소리로 영통을 하고 있는 다른 여자. 내가 보였습니다.


여자: 아니~!! 거기가 아니고 밑에. 밑쪽을 비추라니까. 밑에. 밑에. 밑. 에.... (거의 10번 반복) 버튼 바로 앞에 카메라를 대면 내가 볼 수가 없잖아. 아니 거기 말고 왼쪽을 눌러. 왼쪽.(반복 10번 이상)


여자엄마: 아니~ 여기에 글씨가 없어. 뭘 누르라는 거야.


여자: 글씨가 있는데 그게 지워진 거야. 흐릿하게 남아있잖아. 그걸 누르고 두 번째 거를 바로 눌러야 돼. 왼쪽 거를 눌러. 아니 근데 왼쪽 버튼을 왜 안 누르는 거야?(화를 꾹 참으며)


엄마: 아니 이게 안 눌려~ 왜 이러냐 이게


여자: 살짝 터치하듯이 눌러봐. 그게 왜 안 눌려. 어어 됐어! 그다음에 오른쪽 거 눌러. 그럼 돼. 응 됐어. 어. (통화 꺼짐)


추측컨대 아기 젖병 삶는 기기를 작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용하는 기계는 달라도 동지였습니다. 그래, 나뿐만이 아닐 텐데! 전 세계에 퍼져있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부모님의 디지털문맹에 빡친 경험이 다들 있을 텐데! 그렇다고 말을 걸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마음속으로 힘내셔라 응원을 보냈습니다.


<아빠에게 쓰는 편지>

나도 저렇게 화가 난 채로 아빠한테 얘기하겠지? 그런데도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니까 물어볼 수밖에 없는 심정은 참으로 답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매번 이 사이클을 도는 것 같아. 얘기를 하다가 아빠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면 화가 나. 그럼 화가 나서 설명하고 나서 미안해져. 이게 반복돼. 휴우... 내가 노력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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