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에요'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
방 안에서 아빠가 노트북을 잡고 끙끙 앓고 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다가갑니다.
나: 뭐가 문제인데?
아빠: (시프트 키와 컨트롤 키를 가리키며) 이거잖아 이거
나: 지금 자판에 있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아보려고 파파고에 물어본 거야?
아빠: 그렇지. 찾아보려는 거지.
나: 얘는 챗 지피티한테 물어봐야지
아빠: 그래? 그런 거야? 영어라서 물어보니까 제대로 나오지가 않더라고
나: 아빠.. 타자에 교대근무라는 말이 나올 리가 없잖아.
아빠: 그건 그렇지.. 그럼 네가 좀 써줘. 전에 써놨었는데 사라졌어.
나: (머릿속이 아득해지며) 나는 할 수 없어. 한두 가지 기능만 있는 게 아니야. 지피티한테 물어봐.
그날 저녁, 아빠는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책이었는데 출간된 지 최소 20년은 된 것 같았습니다. 종이는 빛바랜 지 오래고 3.5 플로피 디스크 사용방법이 나와있었습니다. 바로 쿠팡에 '부모님 컴퓨터 책'을 검색했습니다. 선택권이 많이 없더라고요. 아이러니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이렇게 없다고? 배송이 온 후 아빠는 책을 열심히 보고 있지만 어려운 단어와 캡처 속 작은 글씨 때문에 여전히 헷갈려합니다. 언젠가 내가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아빠를 위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이틀 전에 ENTER가 들어가기라고 했는데 오늘 아빠는 ENTER가 지우기냐고 물어봤어. 아빠가 좋아하는 저녁 8시에 하는 드라마. 남자주인공이 밤새고 얼굴에 비누칠하고 서서 자고 있는 장면이었지. 아빠는 '얼굴에 팩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물어봤어. 아빠는 나보다 30년 넘게 살았잖아. 그렇다면, 이론적으로는 30년 치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잖아. 근데 인간은 그렇게 작동하는 게 아닌 거 같아. 내가 어떻게 해야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아빠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다는 못 하더라도 개념이라도 넘기고 싶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