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시도 터뜨려야 되잖아
한 달 전쯤 정형외과에 다녀온 아빠는 척추측만증 진행 속도를 늦추는 운동법을 몇 가지 배워왔습니다. 병원에서 운동법 QR코드를 받은 아빠는 종이를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사진을 찍어놨습니다. 당시, QR코드 작동법에 대해 설명하며 다른 기기가 있거나 출력한 종이가 있어야 사진의 영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해주고 프린트를 해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일요일 저녁 아빠는 다시 리셋이 되었나 봅니다.
아빠: 으흠!!(말하기 전 기침소리를 내며) 그.. QR코드가 소리가 안 나기도 하나?
나: 그게 또 무슨 말이야?
아빠: 아니 QR코드를 찍는데 아무 소리가 안 나.
나: (한숨을 쉬며) 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
아빠의 핸드폰을 보니 종이를 찍은 사진들만 가득했습니다.
나:(설명하기 막막함을 느끼며)어...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니까? 어... 내가 종이를 왜 출력해서 줬어 그때. 왜 줬냐고.
아빠: 아 그게 찍어서 보라고 준 거 아니야.
나: 그때 아빠가 QR코드 찍어서 들어갔지? 그게 사진 찍어서 들어갔어?
아빠: 아니, 그니까 그.. 갖다 준 거 QR코드를 사진을 찍었다 이거야.
나: 사진 안 찍었다니까~!
아빠: 어? 아니, 내가 지금 찍었다니까.
나: 사진 찍어서 보는 게 아니라고~ 그때 아빠는 사진을 찍지 않았어. 카메라를 갖다 대면 링크가 떠. 그거로 들어가는 거야. 사진을 찍는 게 아니야.
아빠: 거기에 초점이 있잖아. 거기에 후라시를 터뜨려야 될 거 아니야.
나: 그거는 왜 터뜨리는데?
아빠: 아니 난 찍어서 지금 보니까 문자는 나오는데 소리가 안 나와서 물어보는 거지..
나: 지금 아빠가 한 건 그냥 사진을 찍은 거야.
아빠: QR코드 대면 저기 인자 카메라에서 사각 그게 초점이 나오잖아. 그럼 거기 맞았을 때 찍는다고 찍었지 헤헤. 그냥 거기에 맞추면은 화면에 글씨가 뜨면 나온다 이거 아냐?
나: 어. 그때 우리 같이 했어.
아빠: 또 잊어버렸지 뭐.
나: 아빠는 전에 사진을 이미 갖고 있었는데 다른 기기를 통해서 봐야 하니까 내가 출력해다 준 거잖아. 왜 그렇게 했는지를 생각을 해 봐. 사진을 찍어서 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한 거지.
아빠: 어쩐지 바로 찍었을 때는 문자 뜨는 거 누르면 그게 화면을 볼 수가 있는데..
나: 바로 찍는 게 아니라니까. 사진 자체를 찍는 게 없어. 사진을 아예 안 찍어.
아빠: 아, 그니까 찍는 것처럼 했을 때 그 문자가 떠가지고 볼 수가 있는데 그냥 저장돼있는 사진을 하니까 안되는 거야.
나: 이거는 아빠가 내용을 알고 있네.
아빠: QR코드도 이제 안 해보다가..
나: 그때 했는데 무슨 말이야~?
아빠: 아니 지난번에 해보고 평소에는 할 일이 없으니까
나: QR코드도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아빠: 그래도 응용을 안 하면 모르는 거지 뭐.
<아빠에게 쓰는 편지>
쓰다 보니까 이게 뭐라고 아빠한테 너무 윽박지른 거 같네.. 마치 거울치료 같다. 나도 한 번 밖에 안 해보고 못하는 것들 주변에서 뭐라고 하면 '너무하네' 하는 생각들 들었는데 자식한테 그런 대우를 받다니 많이 섭섭했겠어. 미안하네. 연말 성과급도 받았는데 내일 저녁에 내가 맛있는 거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