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20-전에 말했잖아 VS 기억 안 나

아빠뿐만 아니라 나도 기억 안 나

by 행부헤일리



아침 일정을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일요일 오후. 여지없이 아빠의 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평소에 하는 기침과 무엇을 부탁하기 전에 하는 기침소리는 명확하게 다릅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기에 아는 것이겠지요. 저는 "아니 안 바빠."라고 말하며 거실로 나갑니다.


아빠: 내가 전에는.. 뭐 이렇게 인증수단이 여러 개가 떠가지고 헷갈려.

: 봐봐, 내가 이거 전에도 말을 했었는데, 여기서 아빠가 할 수 있는 거 한 개밖에 없어. 휴대폰 인증.

아빠: 아 휴대폰 인증했었어? 하하

: 응. 여태까지 인증한 횟수만 50번은 되겠다. 그때마다 이거로 했었어.

아빠: (인증절차를 끝낸 뒤) 내가 처음에 핸드폰 번호로 시작했어?

: 아니, 주민번호로 시작했지.



아빠: 길 찾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 저번에 아빠가 해달라고 해서 했었잖아. 기억 안 나? 이거 한지 몇 주 안 됐는데.

아빠: 길 찾기 했어?

: 네이버 지도. 응, 네이버 지도 찾아봐. 지도 앱.

아빠: 네이버 지도가.. 이거?(네이버 앱을 가리키며)

: 그건 네이버고. 이렇게 안 보일 때는 검색에서 찾으면 돼.

(아빠가 검색을 하는데 보이지 않음)

: 흠.. 그러면 카카오맵 있나 찾아봐.

아빠: 네이버지도 어딨어?

: 없어. 카카오맵으로 했었나 봐.


<아빠에게 쓰는 편지>

방금 했던 것도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헷갈려서 그런 거겠지. 아빠도 이제 70대니까 기억이 안 난다고 할 때마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싶어서 무서워져. 근데 나도 얼마 전에 한 거 기억 못 하네 하하. 내가 아빠한테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네 하하. 어쩌겠어, 하는 데까지 계속해봅시다!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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