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보다가 가족카톡방에는 왜 들어가?
평일 오전 초행길로 운전을 다녀와야 하는 아빠는 핸드폰 내비게이션 작동 방법을 물었습니다.
아빠: 가만있어봐, 복잡하니까.. 이게 저 홈 화면이잖아.
나: 아니, 지금 날씨 앱을 왜 눌러? 지도 보려고 했잖아.
아빠: 아유 있어봐. 글씨가 작아서 안경을 써야겠어. (안경착용 후) 이거잖아?
나: 응, 카카오맵 그거 맞아. 아무거나 해보자. 지금 어디를 가고 싶어?
아빠: 저기.. 의정부 000
나: 위에 돋보기 모양 있잖아. 그걸 눌러봐. 거기에 의정부 000을 검색해.
아빠: 그럴까?
나: 이렇게 검색하면 인천 남동구 어쩌고 나오잖아. 근데 여기에 의정부가 안 나와. 그러면 다시 의정부 000을 쳐봐.
아빠: 알았어. 그러면 이렇게 해서..
나: 아니, 카카오톡에 지금 왜 들어가. 카카오맵을 켜야지. 가족카톡은 왜 봐?
가족톡방에는 아빠가 가야 하는 곳의 주소가 있었습니다.
아빠: 복사. 꾹 누르면
나: 아니, 아빠 알잖아 이거. 누르고 있으면 복사되잖아.
아빠: 꾹.. 꾹 누르면. 아 이거 복사를 눌러?
나: 텍. 스. 트.라는 말은 문자라는 뜻이야.
아빠: 문자. 텍스트 복사. 텍스트 복사라는 얘기야 이게?
나: 그니까, 여기서 복사가 된 거는 문자 전체가 다 복사된 거야. 지금 필요한 건 주소만이잖아. 텍스트 선택을 눌러봐. 그럼 여기 색깔이 나오지? 색이 보여?
아빠: 응. 여기. (선택된 문자 양쪽 끝에 포인트를 가리키며) 이건 뭐라고 해?
나: 이름은 모르겠는데.
선택된 문자가 파란색으로 나오고 선택 부분을 조절하는 것의 이름은 몰랐습니다. 궁금해한 적도 없습니다. 아빠 덕분에 찾아보니 텍스트 '선택 핸들' 또는 '텍스트 조절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네요.
나: 어쨌든, 얘를 조절해야 돼. 지금 주소만 복사하고 싶은 거잖아.
아빠: 아, 여기다 갖다 맞춰서,
나: 파란색이 복사되는 부분이야. 그럼 지금 맞췄지? 위에 '복사'버튼 누르고 나는 다시 카카오맵으로 갈 거야. 그리고 붙여 넣기 하면 되는 거지. 흠.. 근데 안되네. 이럴 때는 주소를 다 써야 돼. (주소를 다 적은 뒤) 봐봐. 여기 그림이 4개가 나와. 자동차,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야.
아빠: 난 이게 헷갈리더라. 두 번째는 대중교통. 첫 번째가 자가용. 그래.
나: 첫 번째 거 눌러. 아빠 운전해서 갈 거잖아. 그리고 안내시작을 누르면 돼.
띠리링 소리가 나면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음이 흘러나옵니다.
나: 됐어?
아빠: 카카오맵으로 하는구나. 네이버가 아니고. 다시 한번 해봐야겠네.
<아빠에게 쓰는 편지>
얘기를 하다 보면 아빠란 사람은 참 의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 그래서 대화하는 게 어려울 때도 많아. 그래도 어쩌겠어 내 아빠인데. 감정적이 아니라 이성적이라 더 편할 때도 있고. 큰고모도 모시고 다녀오는 초행길이 어려웠을 텐데 혼자 잘 다녀왔다니 무언가 뿌듯하기도 하더라. 하하. 이제 내가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네.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