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용이 팔에 통증 생겼다.
처음엔 도수치료와 운동으로 간단히 해결됐는데
통증이 오는 간격이 짧아지더니
치료를 해도 근육이 풀리지 않고
염증으로 팔목 부었다.
피아노를 치는 방식 문제였다.
콩쿠르에 참여하려고 연습강도를 높이는 바람에
연주 방식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피아노연주를 몰라도 물리치료사로서 보이는 게 있었다.
손과 팔이 몸통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무리하게 움직였다.
팔은 견갑골과 조화롭게 연동되어야 한다.
척추, 골반의 안정된 지지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다리, 발까지 조화롭게 연결되어 움직여야
팔과 손이 무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소리를 내려고
손가락과 팔의 정교하고 신속한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니
용용 몸 다른 부위와 조화로운 연결성이 무너졌다.
아기는 물건을 잡을 때 팔과 손만 독립적으로 쓰지 못한다.
어깨, 등은 물론, 배, 엉덩이, 다리, 발, 심지어 얼굴 근육까지 연결되어 움직인다.
하지만 근육에 힘이 생기고
근육을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온몸의 연결성은 차차 약해진다.
빨리 쉽게 움직이려 팔만 독립적으로 일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조화로운 연결성이 무너진다.
이래서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나 보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면 본능적으로 팔, 손을 신체 모든 부위와 조화롭게 연결시켜 쓸 수 있지 않을까?
연주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지만
몸을 조화롭게 연결해 움직이는 법은 가르쳐 줄 수 있었다.
쉬워 보이지만 연결을 위한 움직임은 결코 쉽지 않다.
머리끝부터 손끝, 발끝, 항문까지
자기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신체 다른 부위와 조화로운 연결을 유지한 채
자기 팔 무게를 이용하는 운동은
무거운 역기를 드는 운동보다 처음엔 더 힘들다.
용용은 방학 두 달 동안 꼬박 베를린에서 지내며
운동하고 치료했다.
다행히 몸이 연결되는 움직임을 익혔고
통증이 점차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피아노 소리가 깊어졌다.
손과 팔이 다른 신체부위와 협업해서
힘과 탄력이 더 좋아지고 울림이 더 깊어진 것 같다.
연결과 독립.
이건 몸에만 국한된 주제가 아니라
삶의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아이는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스스로 힘을 키우면서 독립한다.
독립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도 주변에도 민폐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고 편하고 자유롭다.
그렇다고 관계가 희박해지면 외롭고 힘들다.
용용, 남편, 그리고 나는 딴 지붕 한 가족이다.
물리적 거리가 상당하다.
힘들 때 꼭 안아주거나
함께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 수가 없다.
매일 화상통화를 하고
나누고 싶은 긴 이야기나 고민, 좋은 음악, 영상은
우리 셋만의 블로그를 만들어 공유한다.
조만간 같은 책을 읽고 화상 회의로 이야기도 나누자고 했다.
하지만 아쉽다.
꼭 안고, 얼굴을 쓰다듬고, 손잡고, 함께 밥 먹고,
때론 다투기도 하는 일상이 너무 멀다.
독립적이고도 조화롭게 연결된 딴 지붕 한가족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