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현관을 나서는데
아래층 할머니가 현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보고 있다.
인사를 했더니 근심 어린 얼굴로 와보라고 손짓했다.
가보니 큰 남자 주먹보다 큰 갈색쥐가 현관 구석에 있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많이 아픈 가봐. 사람 보고도 도망을 못 가네. 어쩌나….”
약속시간이 촉박했지만 할머니 옆에 나도 모르게 앉았다.
가까이 앉아 쥐를 본 건 처음이다.
쥐를 싫어해서 이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쥐를 가엽게 여기는 할머니를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할머니는 먹을 게 없어 그런가, 먹이를 가져다줄까 했다.
십수 년 전 발리에 사는 친구네 얼마간 머물렀다.
그 친구네는 초가지붕이라 벌레가 많다.
벌레가 많아 도마뱀, 쥐가 많고 덕분에 뱀도 많다.
어스름 새벽에 잠을 깨 마당에 나왔는데 친구가 있었다.
방금 전 일이 생겨 잠이 달아났다고.
자는데 기척이 있어 천장을 보니
서까래 위로 어미쥐를 따라 새끼들이 쪼르르 가더란다.
그런데 한 녀석이 그만 침대에 쳐 놓은 모기장위로 떨어졌다.
어미는 떨어진 새끼를 한참 쳐다보다 다른 새끼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쥐랑 계속 눈이 마주치는데
남편과 아이가 자고 있어 어쩌지 못하고 나왔단다.
나는 어미를 찾고, 새끼를 찾는 쥐를 가엽게 여기기 앞서
자는데 머리위로 쥐가 떨어지다니라고 생각을 했다.
포르르 기어가는 쥐는 귀엽다.
그런데 징그럽다고 한다.
길에서 죽은 쥐를 보면 가엽다.
그런데 징그럽다고 한다.
쥐를 가엽게 여기고 연민하는 할머니 옆에 앉았다가
쥐를 징그럽게 여기는 징그러운 내 마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