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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기쁨 Jul 16. 2024

새 친구와 토마토 마리네이드

안식년 소확행




요즘 집 근처 한 아담한 교회의 사모님과 좋은 이웃이 되었다.

사모님은 이따금 전화를 주셔서는 사과, 감자, 상추, 밑반찬 등등.. 성도님들이 목사님과 사모님 드시라고 가져온 부식 거리들을 나에게도 나누어 주시곤 한다.

요즘 같은 때 집 근처에서 언제 마주쳐도 반가운 이웃을 사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런 이웃을 통해 오가며 먹거리를 나누는 일도 정말 드문 일인지라 사모님을 알고 교류하게 된 것은 나에겐 정말이지 큰 선물이자 축복이다.


며칠 전에는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방울토마토 한 봉지를 주고 가셨다. 빨갛게 탱글탱글 여문 토마토가 무지 예쁘기도 했고, 친정에서 받은 토마토를 절반 딱 갈라 안겨주고 가신 사모님의 넉넉한 미소도 마음에 남아서 그냥 먹기보단 뭔가 특별한 요리로 변신시켜보고 싶어 졌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드는 것을 보곤 많은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아서 영상을 저장해 두었었는데 마침 토마토가 생겼으니 마리네이드를 만들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껍질을 제거한 토마토를 깨끗한 유리병에 채우고

그 위에 다진 바질과 양파를 가득 넣어준 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레몬즙 그리고 꿀과 소금으로 맛을 낸 소스를 부어 하루 밤 숙성을 시켰더니

새콤하고 상콤한 토마토 마리네이드가 완성되었다.



잘 만들어졌나 그 맛이 궁금하여 냉동실에 있는 새우와 여수 사시는 형님이 가장 맛이 좋을 때 손질하여 얼려 주신 귀중한 꼬막까지 곁들여 오일 파스타를 만들었다. 파스타 위에 마리네이드를 먹음직하게 올려놓았더니 모양도 그럴싸하게 훌륭한 식탁이 차려지고 남편도, 딸들도 연신 엄청 맛있어요 감탄하면서 잘들 먹어주었다. 토마토 껍질을 일일이 까느라 애쓴 수고가 아깝지 않았다.

큰 딸은 무엇보다 엄마가 마리네이드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놀라웠나 보다. 늘 가족들의 식탁을 차리긴 하지만 찌개나 나물 등 흔한 반찬 종류들 위주로 요리를 하던 엄마가 이런 음식도 만들 줄이야.. 뭔가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엄청 신기해했다.


나의 첫 마리네이드가 성공하면 사모님에게도 조금 나눠드릴 참이었는데 다행히 가족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끼던 예쁜 유리병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마리네이드를 입구까지 가득 채워 넣었다. 받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주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마리네이드 병을 받아 들고 활짝 웃으실 사모님을 생각하니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마냥 마음이 뿌듯해졌다.

예상대로 사모님은 생각지 못했던 선물에 깜짝 놀라시면서 "이런 것도 만들 줄 아세요? 우와~ 능력자시네요~" 하며 좋아해 주셨다.


지난 1월부터 올 한 해를 하던 일을 잠시 쉬고 안식년을 보내는 중인데 나의 안식년 테마는 "안 해 보던 일 해 보기"이다. 몇몇 새로운 일들을 시도했다. 그러는 중에 내 안에 있는 진정한 열정, 소망, 그리고 두려움들과 직면하며 새로운 나를 알아가고 있다. 나는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쉬운 사람이 아닌데, 사모님을 만나서 의외의 친밀함을 쌓아가며 친구를 사귀는 일도 안식년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가 준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사모님과는 두 차례 식사도 함께 하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드라이브도 했는데"만나면 좋은 친구"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분이다. 사역자들에게는 바쁜 여름 시즌이 끝나면 다시 만남을 가지기로 약속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었고, 안 만들던 음식도 만들어 보았으니 기대한 대로 헛되지 않은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1년으로 정한 기간이 벌써 절반이 훅 지나갔다. 남은 시간들도 사모님과 좋은 친구가 된 것처럼 다시 새로운 것들에 마음을 열고 나의 지경이 넓어지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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