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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Feb 23. 2024

시간 있으세요?



오늘따라 유난히도 파아란 하늘 아래 꽃내음을 실은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괜스레 가슴이 들뜬다.

자고로 이렇게 좋은 날은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Seattle에 위치한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어학코스를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오늘같이 기가 막히게 맑은 최적의 날씨는 비가 많이 오는 이곳 Seattle에서는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이 따뜻한 봄, 난 봄처녀가 되었는데 왜 여기 미국 남자들은 한국에서 온 미녀를 못 알아보는 거야? 내가 너무 퀸카라 감히 접근을 못하나? 좀 허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아휴~ 벌써 3시간째 campus를 sexy하고 도도하게 걸으며 수컷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데 왜 반응이 없담? 여긴 한국에서와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하나? 에구~ 안 되겠다. 일단 기숙사에 들어가서 좀 쉬면서 전술을 다시 짜야겠다. 여기 현지에서 먹힐만한 것으로~


띄용~!

어? 뭐지? 저 한참 어려 보이는 face의 기다란 친구는? 혹시 나한테 다가오는 건가? 어? 뭐라고 말하면서 나한테 오는 거 맞네? 뭐라는 거야?


"Do you have the time?"  


 What? 시방 나 시간 있냐고 물은겨? 어쩌~어쩌~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놈이 나한테 시간 있냐고 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남? 아직 어린놈이 누나가 이쁜 건 알아가지고...... 그런데 어쩌지? 뭐라고 해야 하지? 이쪽으로 막 걸어오고 있는데 나 어쩌냐? 엄마! 엄마야! 뭐라고 해야 하지?

 

"Do you have the time?"    

 

엄마야~ 나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야? 이거 심장이 쿵쾅거려서 영어 단어는 아무것도 안 떠오르네...... 이를 어째~ 이를 어째~


"Do. You. Have. The. Time?"

내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버리는 저, 저, 저 나쁜 놈!


   



*참고: Do you have the time? 몇 시예요?

            Do you have time? 시간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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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https://brunch.co.kr/@8206c968d2184f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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