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평균 연령은? 65세!

S 문화센터 영어반

by 미니 퀸

학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데 익숙해져 있던 나.


갑자기 성인의 대화가 가능한 문화센터에 처음 왔을 때는 설레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했다.

개중에는 엄마, 아빠뻘인 분들도 앉아 계시는데 언어성격상 'you'라는 단어가 자꾸만 반말 같은 느낌이 드는 걸 어찌할까. 내 아빠를 'you'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내가 정말 위아래도 없는 자식이 된 것 같아서.


하지만, 어쩌랴~

이게 영어를 배우는 자들이 견뎌야 하는 대전제인 것을. 위아래 없이 모두 평등하게 'you'라고 불려야 하는 숙명.

물론 난, 이 상황을 즐긴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느껴보는 소심한 발차기 같은 느낌이랄까?


S문화센터는 강남구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곳에는 영어를 꽤 잘하시는 분들이 간혹 참여하신다. 은퇴 전에 무역업에 종사하셨던 사장님, 교수님,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셨던 분, 한국전력에서 근무하셨던 분은 영어에 익숙하신 분들이다.

물론,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있지만 영어가 안 들리고 입이 안 떨어지는 분들도 섞여 있다.


하지만, S문화센터에서 정말 강자는 연실님이다.

연실님은 첫날부터 폭탄선언을 하셨다. 본인은 2년 동안 듣기만 하겠다고. 그러니 질문 같은 거 아예 하지 말라고. 이렇게 선언하신 후로 진짜 한 말씀도 없으시다.

굉장한 포스다. 진지한 침묵수행에 나 같은 강사는 감히 질문 같은 거 던지면 안 된다.


한결같은 침묵 속에 이제 벌써 1년 6개월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기대된다. 6개월 후에 어떤 모습이실지. 그동안 꾹꾹 눌러 참고 또 참으셨던 영어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올까? 혹시 수련이 덜 되었다고 침묵수행을 연장해야겠다고 말씀하시지는 않겠지?

연실님, 플리즈(Please)~!

이곳은 연령도 참 다양하다. 40대부터 80세 할머니까지.

또 과거의 경력과 직업은 어떠한가? 이 또한 참 다채롭다. 교사, 화가, 모델, 주부, 자동차 딜러, 시인에 이르기까지.

물론 현재는 건물주가 대세다. 젊어서 알뜰하게 모으신 돈으로 언제 다들 그렇게 다주택건물을 사셨는지.


월말이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문화센터 가는 길에 회원 분들이 자주 목격된다. S문화센터 옆 우리은행에 들어가시고 나오는 모습이.

처음엔 몰랐다.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통장에 월세 찍는 재미로 은행에 들락날락하신다는 것을.

요즘 애들 말마따나 "개 부럽다."


나이와 경험이 이렇게 다르니 성격들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말 안 해도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래서 가끔 초등학교 학생들 교실에서 책상에 금을 반으로 쫙 긋고 넘어오지 말라고 투닥투닥 싸우는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나이가 들면 서로 다 이해하고 양보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딪히는 내용이 너무 유치해서 황당할 때도 있다.


한 번은 새로운 분이 청강으로 수업시간 전에 미리 들어오셔서 빈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뒤에서

"거긴 앉는 사람이 있어요."

이렇게 말을 한 것이다. 무안해진 청강생은 빠르게 자리를 옮겨 다른 곳에 앉았다.

아뿔싸! 또 한 번 가해지는 피할 수 없는 펀치~!

"거기도 다른 사람 자리예요."

이쯤에서 청강생의 얼굴이 어떤 색일지 안 봐도 뻔한 스토리다.

이에 구원병이 나타났다.

"네 자리, 내 자리가 어디 있어요. 먼저 온 사람이 앉고 싶은데 앉으면 되지."

자~ 이렇게 이제 기존 회원 분들끼리 싸움이 붙기 시작했다.


어휴~ 난 가끔 싸움을 말리는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 문화센터에서 봐야 하는 일이다. 이젠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서 어찌하면 지혜롭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모인 곳의 수업은?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나지만 결론을 내자면 당연히 재미있고 유익하다. 우리가 모든 걸 다 경험해 볼 수 없기에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경험은 서로에게 소중한 지식이 되고 자산이 된다.


아무쪼록 모두들 사이좋게 오래오래 같이 하면 좋겠다.

S문화센터 영어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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