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온 동기부여 영상을 보던 도중에 번아웃에 대한 문장이 나왔다. 영상에서 말한 번아웃의 정의는 이러했다. “번아웃은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게 아니다. 번아웃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통제력이 낮아지는 데서 온다. “ 이 문장 하나 때문에 영상 뒤에 나온 내용이 들리지가 않았다. 그렇다. 나 역시 번아웃이 왔다.
https://youtu.be/zxDBuu2 BNQg? si=brMeHqomJ0 shh2 NU
-위의 문장이 나온 유튜브 영상-
군대에서 자기계발, 창업 책들을 꽤 많이 읽었다. 이 책들을 읽으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열정이 샘솟고 움직이고 싶어진다. 가뜩이나 답답한 이 공간에서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고, 미래를 그리게 해 준다. 그런데 군대라는 곳이 보직에 따라서 일과의 강도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힘든 보직은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기도 힘들다. 내 경우가 그렇다.
나는 초병인데 하루에 근무를 2-3시간씩 3개를 뛰고 그중에 하나는 야간근무를 뛰는 게 대다수다. 인원도 없어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부족한 잠을 틈틈이 자서 채워줘야 하는데 간부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부대 작업을 시킨다. 물론 편할 때도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힘든 거 : 편한 거 = 9:1이다. 한마디로 그냥 ‘노예’다(왜 이렇게 징징대냐고 할 수 있는데, 원래 자기 군생활이 가장 힘든 거라고 그러더라).
이게 왜 짜증이 나냐? 다른 보직이 너무 편해서 질투를 하는 거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물론 너무 편한 보직은 좀 많이 부럽다). 왜냐하면 각 보직마다 고충이 있고 내가 그 보직이 되어본 것도 아닌데 다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가장 부러운 것은 ‘확실한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다시 말해서,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모든 시간이 통제당하는 군대는 내 자아를 잃어버리게 하는데,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반항심을 가지고 저항하는 중이다. 나는 내 인생을 내 스스로 그려가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파도에는 이미 군대에 오기 전에 충분히 휩쓸렸다. 나에게도 하루빨리 배의 키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어서 전역이 오기를… 내일 하루는 내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그런 날들이 반복돼서 번아웃을 다시 극복할 수 있기를. 부디 그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