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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Apr 20. 2024

24년 4월 셋째 주 감사일기

4월 15일 월요일 / 봄비가 내린 날


일요일이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대학후배가 전시회를 보러 가자고 해서 오래간만에 압구정에서 전시회를 관람을 했다. 마침 작년에 받은 인플루언서 패스가 아직까지 유효해 티켓을 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잊고 있던 패스를 활용해서 우리는 전시회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작년에 받고 나서 이걸 또 언제 쓰나 싶었는데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한 번은 쓸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볼 수 있는 순간. 이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이 패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고 바람도 쐴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기쁨을 얻은 하루였다.


이 친구는 내가 연극을 했을 때 극단에 데리고 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으며 동아리에서는 내가 지도도 해 연기도 했던 친구다. 이 친구가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서로 장난도 치며 안부도 묻고 자주 얼굴도 보는 사이가 되었다. 나와 나이 차이도 5살이 나지만 세상 이 친구와 함께 보내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기도 하며 같이 시간 보내는 게 편안하기도 한다.


같이 있을 때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서로 잘 맞는 뜻이기도 하지만 서로 배려를 해주기 때문에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나도 이 친구를 배려하고 이 친구도 나를 배려하는 점에서 서로 가까운 사이라는 뜻. 그래서 일요일에 이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이 내게는 힐링이 되었다.


먼저 연락해 준 덕분에 오랜만에 전시회도 보고 맛있는 친구도 먹으면서 바람을 쐴 수 있는 황금 같은 주말을 보내게 해 줘서 너무나 고마운 하루였다. 고맙다.


시원한 맥주가 콸콸 들어간 하루

4월 16일 화요일 / 봄비가 내리는 하루


"고마워", "감사합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가장 하기 좋은 인사말. 나는 항상 이 말을 듣기만 했지 잘하지 않았다. 주로 남을 도와주는 것에 신경을 썼지 타인이 나를 도와주는 것에 부담을 느껴 웬만하면 도움을 잘 받지 않으려 했고 또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 입에서 이 인사말이 나오는 건 굉장히 낯설고 어색했다.


그랬던 어색함이 하나의 경험을 통해 싹 사라지는 계기가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동아리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했을 때 형, 누나들에게 이쁨을 받아 여기저기 나가고 밥도 많이 얻어먹고 그랬다. 내가 신입생이기도 했고 잘 따르는 편이어서 날 아주 좋게 봐줘 나도 이에 보답하고자 형, 누나들을 잘 따르고 막내 역할을 열심히 했다.


한 번은 한 형이 내게 모르는 게 있어서 물어보고 나는 알고 있는 것에 답해 줬다. 이에 형은 내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데 그 고맙다는 말이 포장된 게 아닌 진실하게 느껴졌다. 내 기준에서는 별거 아닌 일인데 형 이 고맙다고 하니 뜻하지 않게 기분이 좋았다.


"고마워" 이 말이 이렇게 따뜻했던가. 친구들에게 들었던 고맙단 말은 장난기가 섞인 거 같아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형이 한 말은 전에 들었던 고맙다는 말과 다르게 기분 좋게 다가왔다.


이 형은 매번 고마운 일이 있으면 고맙다는 표현을 아낌없이 해주며 듣는 입장에서는 이 고맙다는 인사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 주문 같았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주문. 그런 주문이라면 나도 아낌없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 후로 내가 도움을 받았다는 감사함을 아낌없이 표현을 했다.


나는 원래부터 무뚝뚝한 성격에 표현이 서툴러 뚝딱거리고는 했다. 거기에 항상 남을 도와줄 뿐이지 내가 도움 받는 것을 낯설어해서 이런 표현이 굉장히 낯설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와서 이 형을 만난 후로 내 표현이 전보다 더 다양해졌고 감사함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표현하는 게 좋다는 경험을 얻었다.


지금의 내가 감사일기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이 형을 만나 감사함의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어 쓸 수 있게 된 거 같다. 과거에 얽매어 사는 건 좋지 않지만 때론 과거의 발자취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줬다.


나는 감사함을 너무나 많이 받았고 지금은 감사함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다. 고마워요 형.


내가 기억한 감사함

4월 17일 수요일 / 선선한 날씨인 줄 알았는데 더운 날씨


매일 일기를 쓰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니 귀찮은 일이다. 항상 하루의 마지막에 한 편의 일기장에 글을 쓰는 일인데 정말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매일 일기를 쓰기란 정말 힘들다. 유치원 때 엄마가 써보라고 해서 썼던 일기는 참으로 재밌었다. 그림도 그리며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솔직하게 글을 쓰니 내 일기를 읽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눈에서는 그저 귀여운 아이였다.


초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이어진 일기. 매일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니 책장에는 내 일기장으로 빼곡히 쌓이기 시작했다. 매일 그렇게 일기를 썼을 때 무슨 내용을 썼는지 보면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다. 친구랑 놀았던 하루, 서운했던 하루. 선물 받아서 기분 좋았던 하루. 소원이 이루어질 바라는 마음 등 내가 쓰고 싶은 생각을 글로 옮겨 적어 일기에 담겼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나는 일기 쓰는 게 당연했으며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일기를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는 쓰지 않게 되었다. 이때부터 공부에 대한 집중이 시작되면서 학원에 가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데 일기를 쓸 정신도 없어지니 점점 일기와 멀어져 갔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성인이 된 후 블로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며 다시 쓰게 된 일기. 이때 일기에는 나의 속마음을 솔직히 쓰며 답답한 마음을 표출했다.


오랜만에 쓰는 일기에는 나의 하소연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글에는 온통 우울한 얘기뿐. 하지만 막상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내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이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기를 그냥 쓰는 게 아닌 매사 감사했던 순간을 담아 써보는 게 어떨까 싶어 쓰기 시작한 감사일기. 나는 주 5일 감사일기를 쓰면서 현재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일기 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아니 부지런한 일이다. 누구는 귀찮다고 생각해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 귀찮은 일을 굳이 하면서 일기를 쓴다. 더는 내게는 일기를 쓰는 게 귀찮은 일이 아닌 감사함을 남기는 보관함이기 때문이다. 이 습관이 든 것도 어릴 적에 느낀 일기 쓰는 재미가 아직 내 머리에서 남아있어 지금 이렇게 재밌게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소하면서 별 거 아닌 일이지만 과거의 나 자신이 매일 일기를 써줘서 감사하다.


귀찮은 게 아닌 좋아하는 것

4월 18일 목요일 / 화창하고 따뜻한 날


날씨가 좋으니 기분도 좋아지는 하루다. 그만큼 사람의 기분이 날씨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뜻. 그래서 오늘은 굉장히 기분 좋은 하루였다.


점심에 밥 먹으러 외출을 했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 그것도 치즈돈가스를 먹으려고 신림 경양식 돈가스 집 중 자주 가는 곳에 가서 혼밥을 즐겼다.



칼로 자를 때마다 쭈욱 나오는 치즈는 내 기쁨의 크기만큼 쭈욱 터져 나와 먹기 전 보는 즐거움을 줬다. 돈가스를 다 자르고 나서 한 조각씩 포크로 찍어 먹을 때 늘어나는 치즈는 쫄깃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쫄깃한 치즈가 내 입안에 들어오면 먹는 재미도 늘어나 그야말로 황금 같은 점심이 따로 없었다.


맛있는 걸 먹고 나서 잠시 걸으니 따스한 햇살이 일상의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듯 따뜻한 위로를 줘서 걷을때마다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이렇게 날씨 좋을 때 산책을 하는 건 정말 좋은 선택 같다.


날씨가 좋을 때 자주 산책을 해보자. 따스한 햇살이여 고맙다.


날씨가 좋으니 기분도 좋다

4월 19일 금요일 / 뿌연 미세먼지 속 환한 날


금요일이 오면 바로 다음날 주말이 온다는 생각에 항상 기분이 좋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금요일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금요일 저녁에는 맛있는 걸 먹으며 평일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보낸다. 오늘의 난 금요일을 기념하기 위해 치킨을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진한 간장치킨맛이 입안에 짭조름하게 감싸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싹 날려줘서 치킨이 생각날 때 이 치킨을 먹고는 한다.


이 치킨은 내게 있어 보양식과도 같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맛있는 것으로 영양보충을 해주고 싶을 때 꼭 먹는 치킨. 그만큼 이 치킨이 맛있으며 계속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한번 먹으면 그 맛에 중독이 되어 계속 생각나는 맛. 나는 이 치킨을 만나서 행복하다. 


오사카 블랙치킨. 넌 내게 감사의 음식이다.


당치땡. 당신은 치킨이 당긴다. 간장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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