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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Apr 13. 2024

24년 4월 둘째 주 감사일기

4월 8일 월요일 / 흐린 구름 뒤 햇빛


지난주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본가인 익산에 시간을 보내고 왔다. 길고 길다고 말할 수 있고 짧으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 내게 이번 기간은 짧게 느껴진 5일이었다.


익산에서 연극을 했을 때 체감상 느끼는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분명 좋아하는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전혀 기쁘지 않았고 날 옥죄어 오는 기분만 들었다. 아마도 더는 연극이 내게 무의미해져서 연극을 하는 시간은 느리고 답답하게 흘러간 거 같다.


그런 마음을 다 떨쳐내고 서울에 올라와 살다가 가끔 익산을 내려가면 잠깐 있다가 빨리 서울에 올라오려고 했다. 익산에 있는 것이 심적으로 불편하며 더는 정이 가지 않았다. 가족들 보는 거 빼고는.


그런데 이번에 익산에 방문했을 때는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연극부 후배들이 날 보고 반갑게 맞이해줬을 때 익산에 있는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포근함이 나를 감싸준 기분.


그 친구들을 보고 나니 전보다 기분이 한껏 나아졌고 불편한 기색도 사라졌다. 반가운 에너지가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인가. 이번 익산 방문은 꽤나 좋은 시간으로 남았다.


날 반겨줘서 고맙다. 또 보자.


익산의 마스코트 마룡이

4월 9일 화요일 / 선선한 바람이 분 봄날씨


고민이 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직장을 다니면 고정소득이 있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고 심신의 안정도 온다. 그런데 나는 직장을 안 다니고 알바만 하고 있다.


내 첫 직장생활은 나의 객관적인 모습을 직면하게 해 준 하나의 계기였다. 오랫동안 했던 연극을 내려두고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상을 공부해 들어간 첫 직장은 내게 새로운 시작을 인도해 줄 줄 알았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 설렘과 기대가 컸었는데 내 생각과 다르게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며 현실에 대한 부정을 맞닿게 되었다.


나는 영상을 하며 나아가 감독이 되고 싶었다. 창작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으며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내 큰 목표였다. 그래서 이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아착같이 버텨서 내 제2의 삶의 도약이 될 줄 알았다. 그렇게 첫 회사에 다녀서 한 게 무엇이냐? 나는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경남 밀양으로 출장을 갔다. 뭐 출장이야 연극하면서 비일비재했으니 내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문제는 현장에서 일을 처음 했을 때 일의 흐름과 환경이 썩 좋지 않았을뿐더러 극단 생활 당시 내가 기피하고 싶던 일의 답답함이 바로 이 출장에서 많이 느꼈다.


극단 생활 당시에 대표님께서 일하는 방식이 매우 답답하고 나와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여기서도 그와 똑같은 기분이 드니 뭔가 싸했다. 그리고 그 싸함은 불과 한 달이 지나지도 않아서 바로 내 코앞에 찾아왔다.


여기를 처음 면접 볼 당시 모든 시스템 환경이 잘 갖춘 회사라며 자화자찬을 하며 회사의 자긍심을 내게 보여주셨다. 나는 그저 회사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었으며 안정된 소득을 벌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기에 그저 나를 뽑아줬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다녀보니 회사 돌아가는 게 영 좋지 않았으며 신입이 들어올 환경이 되지 않았다.


웬만하면 오래 버티는 나도 여기는 도저히 아닌 거 같아 싶어 두 달을 다니다가 바로 나왔다. 그러고 나서 받은 월급. 회사를 다니고 받은 내 첫 월급은 마음이 착잡했다. 신입의 월급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하지만 내가 받은 월급이 연극했을 때 몇 번 행사를 뛴 금액과 비슷해서 한 달 동안 고생하며 받는 돈이 이것밖에 안되나 했다. 이때 알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돈 받으며 살 수 없고 돈 욕심이 좀 있다는 걸.


더 나아가 현장에서 고생하며 일한 나의 보수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 허탈감. 물류센터, 생산직에서 일하고 받은 돈보다 더 적게 받으니 이쪽 일을 하는 게 맞나 싶었다. 받을 월급을 사전에 근로계약서를 통해 고지를 받고 직접 사인까지 하며 수긍을 했는데 막상 일한 것과 비교한 받는 보상을 보니 정말 큰 허탈감이 왔다.


이때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어떤 일을 하며 돈 벌고 살지. 내게 맞는 일은 대체 무엇인지. 이 고민만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갔는데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에는 다시 공연계열로 가서 일을 할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 그동안 헛수고를 보낸 게 아닌가 싶지만 오히려 그런 시간을 보냈기에 나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던 거 같다.


지금도 이 고민이 해결이 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확실히 정리가 되어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다. 이 계기는 막연하게 생각하며 산 삶에 긴장감을 줘서 정신 차리고 살라는 뜻 같기도 한다. 긴장감을 준 건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나와 맞는 색깔을 열심히 찾고 있다. 지난 1년이 그냥 무의미하게 지나갔다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면 확실히 메시지가 있는 삶이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의 나를 성장시켜 준 거 같아 감사하다.


감사하는 의미로 저녁에는 짜슐랭

4월 10일 수요일 /  선선한 봄날씨


모든 것이 완벽했어야 했던 오늘. 기분 좋게 일도 끝내고 휴일 근무라 특근수당도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이 하나 때문에 나의 기분이 수두룩 무너졌다.


나는 입술이 자주 건조해서 꼭 립밤을 휴대하며 지낸다. 수시로 마르는 입술 때문에 립밤을 수시로 꺼내 바르고 또 바르고 그러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입술이 말라서 립밤을 바르려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없다. 분명 10분 전까지 바지 주머니에 있었던 립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산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바지에 립밤이 없는 걸 안 순간 모든 기분이 다 허무하게 가라앉고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바지에 넣어다 하면 립밤이 사라지고 이게 몇 번째야!"


그렇다. 나는 이 립밤을 불과 한 달 사이 3번을 잃어버려 사고 또 사고 그랬다. 처음에는 싼 거 쓰다가 잃어버리고 다음에는 적당한 거 쓰다가 또 잃어버리고 이번에는 좀 가격 나가는 거 쓰면 신경을 많이 써서 잘 안 잃어버릴까 싶었지만 잠깐 방심한 사이 내 바지가 립밤을 툭 뱉어서 다시 또 립밤과 이별을 하고 말았다.


이렇게 이별한 립밤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러다 또 이별하면 실종 신고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별해서 아픈 마음도 크지만 굳이 안 써도 되는 지출이 이렇게 또 나가니 허무하기 짝이 없어 짜증이 더욱 치솟았다.


결국에는 다시 또 구매를 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오래 보기로 다짐을 했다. 어떻게든 표시를 해두고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기로. 그런 의미로 우리 오래 보자 립밤아.


내 입술을 지켜줄 립밤에게 미리 감사의 인사를.


새로운 립밤과의 만남

4월 11일 목요일 / 봄이다 봄이야 날씨


요즘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수없이 들어오는 물량에 정신없이 움직이며 어떻게든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일을 다 끝내고 나니 목표 달성과 함께 급 피로감이 물려와 온몸에 힘이 쫘악 빠져나가 당장이라도 누우면 꿈속으로 향할 거 같았다.


집 가는 길 버스에서 잠을 청하다 오늘 하루 일당을 생각해 보니 약 1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온다 생각하니 열심히 일한 대가는 값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면서 어떤 일로 해야 쭈욱 돈을 벌어먹고 살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으며 지금도 계속 그 생각을 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보다는 몸을 움직이며 현장에서 일하는 게 내 적성에 맞고 사람과 만나 부딪히는 일을 하다가도 가끔은 혼자 일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 보니 나중에 나만의 가게나 사업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기는 요즘이다.


내가 하고 싶은 목표를 세워두며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보고 하니 지금 이렇게 돈을 벌면서 돈의 소중함도 느끼고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는 성장도 보이니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돈 벌며 길러준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니 더욱 열심히 돈 벌어서 가끔 크게 효도를 해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앞으로의 삶과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니 서서히 내가 하고 싶은 목표와 계획이 서서히 그려지며 구축할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그런 의미로 오늘 하루도 고생했으며 열심히 일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을 해보자.


영양소가 골고루 섞인 파스타를 먹으며 힘!

4월 12일 금요일 / 따뜻한 봄날씨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려고 강남도로면허시험장을 방문했다. 방문하기 전에 앞서 모바일로 미리 적성검사를 마치고 가서 바로 면허증을 발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고 여유롭게 갔다가 번호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 앞에 대기순서만 무려 153명이 있었고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무수히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면허시험장에 깜짝 놀랐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거 같은데 대다수 사람들은 나처럼 모바일로 적성검사를 제출한 게 아니라서 수기로 작성하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참 운이 좋게 모바일로 하는 사람들은 바로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는데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한 결제도 미리 끝내서 발급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고작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던 거 같다. 


만약 모바일로 하지 않았다면 기본 대기 시간만 얼추 1시간으로 보였는데 모바일로 미리 작성한 내가 오늘따라 대견스럽게 느꼈다. 운이 좋은 선택을 해서 빠르게 면허증을 발급받고 나니 미션 클리어 한 것처럼 마음이 후련해져서 근처에 코엑스에 들려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터키 식당에 방문해서 혼밥을 하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추임새를 한 거 같다. 오랜만에 먹어본 이 터키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으며 요 근래 식욕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음식을 먹으니 내가 식욕이 줄었다기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식욕이 준 게 아닌가 의심도 갔다.


점심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도 좋고 무엇보다 오늘 날씨도 굉장히 좋아서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온 거 같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 오는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던 오늘 하루가 참으로 감사하다. 


다음에 또 먹고 싶은 치킨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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